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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내 남자를 원하시면, 커프링크스 선물이 딱

중앙선데이 2018.08.25 01:00 598호 24면 지면보기
두 남자의 스타일 토크
남훈 디렉터가 최근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브리엘레 파지니에게 선물받은 발렌시아가의 스니커즈. 점잖은 슈트와 재킷 차림에 스트리트 캐주얼 스타일의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것은 일종의 ‘일탈’이다.

남훈 디렉터가 최근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브리엘레 파지니에게 선물받은 발렌시아가의 스니커즈. 점잖은 슈트와 재킷 차림에 스트리트 캐주얼 스타일의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것은 일종의 ‘일탈’이다.

신동헌(이하 신)=혹시 최근에 받은 선물 중에 기억나는 게 있으신지? 나는 재킷 주머니에 꽂는 하얀 레이스 포켓스퀘어를 선물 받았는데, 작은 천조각에 불과한 그게 그렇게 반갑더라. 스스로는 절대 안 살 물건이어서였나?

품위·절제 돋보이는 보석으로 매력
정갈한 슈트엔 은은한 향수 어울려
넥타이는 솔리드 타이들 고를 만
선물은 취향·예측 필요한 방정식

 
남훈(이하 남)=두 가지가 인상깊었는데,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브리엘레 파지니가 선물한 발렌시아가 트리플 S 스니커즈,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받은 1일 1정 복용으로 많은 영양소를 충족시킨다는 비타민. 둘 다 나를 잘 관찰하고 고른 선물이라 아주 고마웠다. 발렌시아가 스니커즈는 실제로 내가 즐겨 신는 스니커즈 스타일이 아닌데, 파지니씨가 자기처럼 조금 파격적인 연출도 해보라고 의도적으로 준 것이다. 클래식한 슈트와 재킷을 주로 입다 보니 스니커즈를 신더라도 좀 점잖거나 재킷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르는데, 그가 선물한 스니커즈는 스트리트 캐주얼 스타일로 사이즈도 크고 디자인도 과감하다. 점잖은 슈트에 그런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일탈’을 선물 받은 셈이다. 비타민 역시 매일 여러 스케줄을 바삐 소화하는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랄까. 선물은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하는 훌륭한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는 장난감, 중학교 때는 만화책, 고등학교 때는 록그룹 음반…. 학생 때는 선물하기가 참 쉬웠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선물이 너무 어렵다.
 
=신동헌씨처럼 취미나 취향이 분명한 사람을 위한 선물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덕후처럼 파고드는 부분을 공략하면 되니까. 대개 누군가의 취미를 알고 있으면 선물하기도 좋고, 또 오랜 인상을 남기는 수가 많다. 선물 이외에 그만큼 당신을 생각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니까.
 
=내 말이 그 말이다. 돈이 제일 편하다고는 하는데 성의 없어 보이고, 취향에 맞추자니 어렵고. 점점 선택이 어려워진다. 아예 선물을 전문적으로 전담해주는 가게나 사람이 필요하단 생각까지 든다.
 
 
선물은 꼬인 일 풀고 진심 전하는 메신저
 
프렌치 커프스셔츠에 장식한 커프링크스. [사진 남훈]

프렌치 커프스셔츠에 장식한 커프링크스. [사진 남훈]

=개인적으로 돈이나 상품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고르기 쉽고 상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지만, 뭔가 명절 때만 등장하는 고리대금 같은 느낌이 든다. 선물이 가격의 문제가 아님은 백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좋은 선물이란 받는 사람의 마음이나 기호를 전제로 하면서도 결국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선물이 즐거운 기분을 배가시키거나 꼬인 일을 풀어주고, 심지어는 숨겨온 진심을 고백하는 메신저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건 그런 연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선물을 함께 고민하고 제안해주는 사람들은 이 사회의 평화에 기여하는 소중한 자산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음험한 목적을 가진 뇌물은 선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제외.
 
=옷은 사이즈며 스타일이며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선물하기가 쉽지 않다. 옷을 선물한다면 어떤 게 좋을까.
 
=직접 연결되는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 슈트와 재킷, 구두와 같은 패션 제품들을 선물할 때는 기존에 익숙한 스타일에서 작고 미묘한 변화를 준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네이비 재킷을 주로 입는 남자에게 그린이나 베이지를 강요하기보다는 조금 밝거나 어두운 블루 톤의 재킷을 선물한다면 새 옷이라도 부담없이 즐기며 입을 수 있다. 스스로 시도하지 못했던 변화를 선물을 통해 이뤄내기 때문에 더 의미있기도 하겠고. 필수적인 복장 외에 가벼운 패션 아이템들을 선물한다면 평소에 살 생각을 못했을 법한 것들을 권하고 싶다. 벨트 대신에 쓰이는 서스펜더, 시간이 지날수록 색감이 고울 회색 캐시미어 넥타이, 깨끗한 리넨으로 만든 포켓스퀘어, 실내나 기내에서 신으면 좋을 가죽 슬리퍼, 점잖은 재킷 안에 입으면 상쾌할 녹색 가디건, 겨울 어느 코트 안에서도 잘 입을 아이보리색 터틀넥 니트, 어느 벼룩시장에서 구한 빈티지 청바지 등등.
 
선물 고르기는 어렵다. 선물을 받는 사람의 취향과 관심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가벼운 패션 아이템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물 고르기는 어렵다. 선물을 받는 사람의 취향과 관심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가벼운 패션 아이템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 여자들에게는 스카프를 선물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자기 돈 주고 사기는 아깝다나? 그렇다면 여성이 남자에게 주로 선물하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여성들은 남자를 위한 선물을 비교적 심플하게 선택한다. 넥타이, 향수, 혹은 벨트. 간단하고 사이즈 문제가 대두되지 않고, 모두 알아보는 유명한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급품 문화에 익숙한 한국 남성들은 패션에 관해서 여성들의 말을 잘 듣는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화려한 넥타이가 전국을 물결치게 됐다. 여성들의 눈에 아름다운 타이들. 하지만 남자를 위한 선물들도 조금 취향을 변경하시면 좋겠다. 핑크색과 오렌지색 넥타이는 그동안 너무 많이 주셨으니까(웃음). 슈트나 재킷 안에서 질서 있는 인상을 주는 클래식한 스타일은 상의와 같은 색이거나 비슷한 톤의 솔리드 타이들이다. 계절별로 소재를 다르게 네이비, 그레이, 브라운 솔리드 타이들을 갖추어 두면 넥타이 개미지옥에 빠지지도 않고,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도 있다.
 
=남녀 사이의 애정의 증거로 권하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남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몹시 많다. 경청, 기억, 배려. 이런 게 기본이다.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로는 프로포즈나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는 반지가 있겠다. 물론 그 반지가 어이없는 가격표를 가진 다이아몬드일 필요는 없다. 소박하면서 심플한 그래서 오히려 감정이 충실하게 전달되는 보석들도 많다. 그리고 그녀가 꼭 원하는 가방이 있을 것이다. 가방은 여성의 자존심 같은 것이므로 오래도록 들고 다닐 수 있게 우리 남자들이 선물하면 좋겠다. 이때 짐작대로 사지 말고 어떤 가방을 원하는지 꼭 물어봐야 한다.
 
 
가방은 여성의 자존심, 취향 꼭 물어봐야
 
넥타이는 상의와 같은 색이거나 비슷한 톤을 고르되 계절별로 소재를 다르게 하는 게 좋다. [중앙포토]

넥타이는 상의와 같은 색이거나 비슷한 톤을 고르되 계절별로 소재를 다르게 하는 게 좋다. [중앙포토]

=우리나라 남자들은 아직 보석이나 가방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선물의 형평성 부분에서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여자가 남자에게 오토바이를 선물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남자들에게도 보석에 해당하는 선물은 없을까. 시계는 좀 과한 것 같고.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튀지 않는게 좋겠다. 품위와 절제라는 미덕을 모두 가졌으면서, 남자에게 허용되는 보석은 커프링크스(Cufflinks)가 있다. 프렌치 커프스 셔츠(소맷부리가 이중으로 접혀지는 커프스를 가진 셔츠)의 두 소매를 잇는 작은 액세서리인데, 가격이 아주 비싸지 않으면서 남자의 소매가 여성의 허리처럼 섹시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요즘은 향수 선물이 아주 반갑다. 어머니가 향수를 수집하셔서 예전에는 출장 다녀올 때마다 사오곤 했는데, 자주 뿌리지도 않으면서 모으시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향이 각각 다르니 기분 따라 뿌릴 수 있고, 예쁜 디자인의 병을 모으는 재미도 있고.
 
=향수 선물은 파워풀한 브랜드네임과 매력적인 패키지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거의 모두 향수를 출시하고 있으니 무리하지 않은 금액으로 기분을 즐길 수 있겠다. 향수는 워낙에 브랜드와 종류가 다양하므로 상대에게 맞는 향을 찾는 것이 키포인트다. 강한 향, 부드러운 향, 은은한 향, 혹은 오래 가는 향 등. 특히 사람의 몸과 혼합되니까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남자에게 어울리는 향기는 어떤 걸까. 과거의 남자 향수와 요즘 남자 향수는 좀 다르더라. 많이 쓰는 게 아니다 보니 20년 전 향수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알랭 들롱이 광고하던 디올의 향수 ‘오소바주’는 조니 뎁으로 모델이 바뀌면서 이름도 ‘오(Eau)’를 떼어내고 ‘소바주’가 됐더라. 향기도 달콤한 꽃 향기 계열에서 후추와 나무를 연상시키는 톡 쏘는 스타일로 바뀌고. 과거의 40대와 지금의 40대는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니 그런 업데이트도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
 
=직업에 맞는 옷차림이 있듯, 옷차림에 부합하는 향수가 있지 않을까. 정갈한 슈트에는 폭풍 같은 향보다는 날 듯 안 날 듯 은은한 향이 어울릴 것 같다. 티셔츠와 청바지에는 나름의 개성적인 향이 좋겠고. 다만 한가지. 향수를 사용했다고 해도 주변에 크게 퍼지지 않을만큼만.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가 노력하는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 문화적인 성숙에도 기여할 중요한 가치 같기도 하고.
 
=선물을 하지 않으면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까진 아니지만, 누군가를 위한 선물은 사람의 마음에 한걸음 다가서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물이란 취향과 예산, 상대가 이미 가졌을까 하는 예측과 타이밍까지 수반하는 방정식이라 첫사랑 여자 마음처럼 알 수 없고 고시보다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부자가 되는게 아니라 상대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물은 결과보단 과정이 칭찬받아야 한다. 그런 칭찬만 잊지 않고 해주신다면, 여성들을 위해 남자들은 마음을 다해 지금보다 더 자주 선물을 고를 것이 틀림없다.
 
신동헌·남훈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남성복 편집숍 알란스 대표
신동헌 스포츠투데이·에스콰이어 기자를 거쳐 남성패션지 레옹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온갖 놀거리를 섭렵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패션뿐 아니라 카메라·오디오·전자기타·자동차·모터사이클에 이르기까지 광폭의 취미를 자랑하는 순혈 마초다.
 
남훈 남자의 복장과 패션에 대한 연구를 삶의 목표로 삼은 클래식 슈트 매니어. 패션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기업과 협업해서 브랜드와 편집숍을 함께 만들었다. 자신만의 남성복 편집숍 알란스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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