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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1권 독파 ‘책벌레’ 6년째

중앙선데이 2018.08.25 01:00 598호 31면 지면보기
책 읽는 마을 ⑨ 본죽 웜웜스
웜웜스 회원들. 왼쪽부터 김태헌·홍주혜·함진경·이재의·정웅수·권오철·백민선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웜웜스 회원들. 왼쪽부터 김태헌·홍주혜·함진경·이재의·정웅수·권오철·백민선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프렌차이즈 죽 전문점 본죽의 서울 청계천로 본사 사무실에는 ‘Good to Great’라는 영문 문구가 커다랗게 인쇄된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단순히 좋은 기업에 머무르지 말고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얘기인데, 수백만 부가 팔린 미국 작가 짐 콜린스의 책 제목이다(한글판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을 넘어 도약을 꿈꾸는 이 회사의 내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방편으로 독서를 강조한다는 얘기다.

리더·팔로워 입장 스스로 깨쳐
사내 22개 독서클럽 중 최고참

 
본죽의 독서경영은 2007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생각에 김철호 대표가 사내 교육 프로그램(본(本) 아카데미)을 도입하면서다. 직원 누구나 한 달에 한 권씩 책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제도는 2015년 전 직원이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독서토론을 하는 BB(Book & Breakfast) 데이로 발전한다.
 
회사의 소문난 독서모임인 웜웜스가 생겨난 건 그런 분위기에서다. 현재 22개인 사내 독서모임 중 가장 오래됐다. 2013년 3월에 생겼다. 웜웜스는 ‘따뜻한(warm) 책벌레(worms)’라는 뜻. 회사 할당량 한 달에 한 권이 아니라 매주 한 권씩 읽고 화요일 오전마다 독서 토론을 한다. 지금까지 읽은 226권의 목록은 대부분 경제경영서이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인문서 『총 균 쇠』, 불치병을 앓다 숨진 미국 의사 폴 칼라니티의 감동적인 종생기 『숨결이 바람 될 때』 같은 책도 있다. 웜웜스 회장을 맡고 있는 정웅수(34) 본푸드서비스 본부장은 “다섯 권에 한 권꼴로 경제경영서 아닌 책을 읽으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21일은 웜웜스 회원들이 226번째 책 『사람을 남겨라』(북스톤)를 읽고 토론을 하는 날이었다. 오전 8시, 일찌감치 출근해 토론을 마친 회원들과 마주 앉았다. 어떤 대목이 인상적이었느냐고 묻자 함진경(38) 디자인 팀장은 “스스로 리더로서 살고자 하는 열망이 과연 있는지 고민해보라는 대목이 와 닿았다”고 했고, 김태헌(40) 본도시락 SM팀 총괄팀장은 “자신에게 없는 장점을 가진 후배 직원을 키우라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연세대 정동일 교수가 쓴 『사람을 남겨라』는 조직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얼마 전 진급했다는 백민선(32) 특별영업팀 대리는 “리더를 따라가는 팔로어 입장에서 리더는 어떤 생각을 하고,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짐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재의(39) 본도시락 가맹팀장은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 같은 팀의 권오철(37) 대리는 지금까지의 성공 노하우를 과감하게 잊는 ‘언러닝(unlearning)’을 소개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회원들은 독서모임 이름처럼 천상 책벌레로 변한다. 주말에 책 한 권을 읽기는 벅차다. 그래서 평소에, 출퇴근할 때 틈틈이 읽는다고 했다. 힘들게 읽는 만큼 애착이 강해 보였다.
 
함진경 팀장은 “책과 독서가 내 인생 멘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녀로 태어난 데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고민을 털어놓는 성격도 아니어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대부분 혼자 내릴 수밖에 없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 안에 해답이 되는 인사이트가 다 들어있더라는 얘기였다. “내 인생 99%의 책을 웜웜스에서 읽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길이 후회는 안 돼도 그동안 책을 안 읽은 건 후회된다”고 했다.
 
홍주혜(35) 온라인특판본부 과장은 “독서는 힘들면 의지하는 종교 같은 존재”라고까지 했다.
 
본죽·본도시락 등을 아우르는 전체 직원은 200명 정도다. 그 중 170여 명이 독서모임을 한다.
 
정웅수 본부장은 “회사가 책 구입비를 줘가며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독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건 그만큼 사원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쓴다는 메시지를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책 읽는 마을’은 제보를 받습니다. 본지 지식팀(02-751-5379) 또는 2018 책의 해 e메일(bookyear2018@gmail.com)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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