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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처럼 흥미로운 이집트 코드

중앙선데이 2018.08.25 01:00 598호 32면 지면보기
책 속으로
피라미드 코드

피라미드 코드

피라미드 코드
맹성렬 지음

이집트 문명은 등장부터 너무 완벽
피라미드 건축 기준, 한국보다 정밀
외래문명설 등 ‘피라미드 바보’ 등장

김영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나 여신은, ‘완전히 무장한, 완전한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탄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테나에게는 ‘걸음마’ 단계가 없었다. 이집트 문명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성숙한’ 모습으로 역사 속에 등장했다. 『피라미드 코드』는 그런 이집트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책이다.  
 
18세기 근대 과학의 수준에 도달했던 이집트 문명 성과의 사례들을 해부한다. 문자, 달력, 외과수술 흔적, 인공호흡법과 같은 소생술, 고도로 정밀한 광학렌즈, 강철보다 단단한 화성암을 가공하는 기술로 만든 돌 항아리 등…. 지리상의 대발견 시대가 고대 이집트가 만든 지도 덕분에 가능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암시한다.
 
그런 이집트 문명은 당연히 후세인들에게 ‘미스터리’다. 이집트라는 미스터리는 세계인, 특히 미국인들을 열광시켰다. 예컨대 히스토리 채널에 단골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이집트가 실리면 판매가 눈에 띄게 는다. ‘다빈치 코드’ 못지않게 흥미로운 게 이집트 코드다.
 
이집트 기자에 있는 대피라미드. 이집트의 비밀을 풀겠다는 책들이 매년 수백 권씩 쏟아지고 있다. [사진 댄]

이집트 기자에 있는 대피라미드. 이집트의 비밀을 풀겠다는 책들이 매년 수백 권씩 쏟아지고 있다. [사진 댄]

때문에 출판계에서 이집트는 레드오션(red ocean)이다. 경쟁이 뜨겁다. 일단 팔리고 보면 된다는 식으로 ‘소설’처럼 자유롭게 쓴 책도 있다. 증거나 논리보다는 그럴듯한 상상력이 판매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외계인 아니면, 이집트 문명을 설명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 일단 인기를 끈다.
 
인기 혹은 미스터리의 중심에는 현존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기자(Giza)의 피라미드가 있다. 밑변 길이 230m, 높이 146m 규모의 이 건축물은 허용 오차 0.3%로 건립됐다. 3%인 21세기 대한민국 기준보다 더 엄격하다. 상식을 뛰어넘는 피라미드의 이런 특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피라미드에 인류의 과거·현재·미래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담겼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을 ‘피라미디오트(pyramidiot=pyramid idiot, 피라미드 바보)’라는 신조어로 부르기도 한다. 당연히 피라미디오트에 반대하는 멀쩡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피라미드 코드』의 저자는 얼핏 보면 피라미디오트 진영에 속하는 것 같다. 실제는 그 반대다. 저자 맹성렬 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서울대(물리학 학사), 카이스트(신소재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공학 박사)에서 체계적인 과학 훈련을 받았다. 객관의 눈으로 피라미드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학술 서적처럼 521개의 주석을 꼼꼼히 달았다. 86점의 도판을 ‘증거’ 자료로 내세웠다. 참고한 도서가 무려 560여 권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기준으로도 놀랍도록 정확한 베니스·칸티노·피리레이스 지도의 미스터리는 이집트 천문학이나 지리학의 성과가 아니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나폴레옹은 1798년 이집트를 침공할 때 수백 명의 학자를 대동해 피라미드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대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너무 많으면 기존의 정상과학(normal science)은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피라미드가 그에 해당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인듯. 『피라미드 코드』를 읽다 보면, 주류 역사학이 자기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피라미드의 역사를 억지로 설명하고 있다는 의혹을 품게 된다.
 
학창시절에 과학에 흥미를 느꼈던 독자에게는 스릴러처럼 읽힐 것 같다. 과학보다는 문학을 더 좋아했다면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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