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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리본 레이스 한복의 비극

중앙선데이 2018.08.25 01:00 598호 35면 지면보기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서울 삼청로·북촌 일대에는 폭염에도 한복 체험을 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한복의 매력이 크구나’ 하며 반갑다가도, 대여 한복의 면면을 보면 뒷목을 잡게 된다. 2년 전만 해도 이렇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한복 체험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외국 관광객과 내국인 모두에게 자발적인 놀이와 생활문화로서 퍼지는 것에 환호했다. (중앙일보 2016년 5월 9일 칼럼) 한복의 적절한 변형에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어느 외국 남성이 머리에는 임금이 쓰는 익선관을 쓰고 몸에는 곤룡포 대신 무관이 입는 쾌자 비슷한 정체불명 옷을 걸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허리 뒤에 나비리본이 달리고 금박으로 뒤덮인 치마에 레이스 저고리를 입은 외국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난립한 한복대여점이 저가 경쟁 속에 중국산 대량 생산 한복을 이용하고 한복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없이 대여하는 탓이다.
 
제대로 된 한복으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기 때문도 있다. 번쩍거리는 나일론·폴리에스터 재질의 대여 한복이 몹시 덥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상의 지혜대로 항라 적삼에 모시 치마를 입는다면 기품 있게 아름답고 시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단의 가격과 관리 비용은 매우 비싸다.
 
이렇게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문화 사업에는 정부가 나서되, 규제보다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법으로, 문광부·문화재청에서 한복의 재질, 모양, 입는 방법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것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정부 인증 마크와 지원금을 주어 대여 한복이 일정 수준이 되도록 하는 걸 생각할 수 있다.  
 
한복 체험은, 수준만 유지되면, 살아 움직이는 전통문화로서 고궁에 생기를 불어넣고 도심 풍경을 아름답게 한다. 그러니 수준을 지키는 한복대여점을 지원하는 게 다른 어떤 국가캠페인보다 효과적이다. 이런 방법으로 이상하게 변형되고 싸구려 티가 역력한 한복이 한복 전체 이미지와 도심 풍경을 망치는 것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경복궁 일대에 점점 커지고 요란해지는 한복대여점 간판도 규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운치 있는 고미술 거리 인사동이 뒷북 행정 속에 국적 불명의 싸구려 기념품으로 가득한 거리로 몰락하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경복궁 일대도 똑같은 비극을 겪게 두어서는 안 된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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