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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중퇴 손흥민, 금메달 못 따면 21개월 ‘사회 복무’

중앙선데이 2018.08.25 00:02 598호 22면 지면보기
아시안게임 축구에 쏠린 눈
2018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뽑힌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손흥민이 키르기스스탄과의 예선 3차전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반둥=연합뉴스]

2018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뽑힌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손흥민이 키르기스스탄과의 예선 3차전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반둥=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아시안게임은, 지금까지는 ‘손흥민 군 면제 게임’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은 남자축구에 쏠려 있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병역특례(정확히는 예술·체육요원 복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숙적 이란을 꺾고 8강에 올라 강적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앞으로 3경기를 모두 이겨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손흥민은 내년까지 입대해야 한다.

손, 런던 올림픽 등 3번 기회 놓쳐
상무·경찰청 ‘현역’ 대상자만 자격
K리그 팀에서 뛰는 길 사실상 막혀

일부 팬 “특별법 만들어 풀어주자”
타종목과 형평성 문제로 쉽지않아
“일정 기간 입대 유예 바람직” 의견도

 
세계 최고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이 2년간 유럽을 떠난다는 건 크나큰 손실이다. ‘손흥민 특별법’을 만들어 그가 해외에서 국위선양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팬들도 있다. 반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도록 기원하고, 특정 선수를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자는 게 옳은가 하는 반론도 있다. 이 기회에 ‘내셔널리즘에 바탕한 스포츠 스타의 병역특례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시안게임 우승=손흥민 병역 해결’을 기원하지만, 병역 혜택을 둘러싼 논점은 짚어줘야 할 것 같다.
 
 
①왜 군 문제를 해결 못했나
 
손흥민에게 세 차례 기회가 있었다. 처음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땄다. 기성용·구자철·박주영 등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홍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뛰고 있던 스무살 손흥민을 뽑지 않았다. 당시 손흥민이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와 인터뷰에서 “소속팀에 전념하기 위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뜨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손흥민은 “그 잡지와 어떤 형태로도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 기회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었다. 고인이 된 이광종 감독이 이끈 한국은 결승에서 북한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손흥민은 출전하지 않았다.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보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생전에 이 감독이 들려준 이야기는 좀 다르다. 공격진 보강을 위해 손흥민 측에 몇 차례나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고, 겨우 통화가 됐으나 출전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2016 리우 올림픽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8강에 올라 온두라스를 만났다. 한국은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으나 0-1로 졌다. 수차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친 손흥민은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②K리그 팀에도 못 가나
 
손흥민은 현재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대상자다. 동북고를 중퇴하고 독일로 건너가는 바람에 최종 학력이 중졸이라 4급을 받았다. K리그 1부 소속인 상주 상무(군팀)나 2부에 있는 아산 무궁화축구단(경찰팀)에는 현역 입영대상자만 갈 수 있다. 손흥민이 상무나 경찰청에서 뛰려면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학력이 충족됐다고 해도 상무나 경찰청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상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만 상무·경찰청에 지원할 수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3년까지 계약이 돼 있다. 1000억원대에 이르는 몸값을 고려할 때 K리그 구단으로 이적하거나 임대로 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흥민이 입대하게 되면 21개월간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하게 된다. 관공서나 국립공원 등에서 일하게 된다. 병무청에 문의해 보니 ‘유소년 축구 지도’ 같은 스포츠 분야는 아직 없다고 한다.
 
 
③‘박주영 영주권 루트’는 안 되나
 
박주영(33·FC 서울)은 2011년에 손흥민과 똑같은 군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당시 AS 모나코 팀에서 뛰고 있던 박주영은 모나코 공국의 영주권을 받았다. 병역법상 외국 영주권을 갖고 있으면 만 37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징집을 면한 박주영은 2012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스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축구팬으로부터 기회주의적인 행태라는 비난을 받았고, 국가대표로 소집되고도 국내에 들어올 수 없어 일본에서 훈련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5년 이상 분데스리가 선수로 뛰었던 독일에서 영주권을 받을 자격이 된다. 그가 영주권 신청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손흥민이 영주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박주영처럼 37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병역을 연기할 만한 타당한 사유가 되는지’를 해당 지방병무청에서 심사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프로골퍼 배상문은 입대 연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는 전방 소총수로 21개월간 복무한 뒤 2017년 8월 전역했다.
 
 
④운동선수 병역특례 이대로 괜찮나
 
손흥민은 워낙 월드클래스라 동정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일반인 입영 대상자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른 종목 선수와 비교하면 그가 특혜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출전=금메달’로 인식되는 아시안게임 야구에서도 병역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유격수 오지환(28·LG)과 외야수 박해민(28·삼성)이 뽑히자 야구팬들은 “군 면제를 시켜주기 위해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뽑았다. 이들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군 면제를 받으려고 상무·경찰청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기회에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 대체 기회로 활용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스포츠에서 내셔널리즘이 퇴조하는 시대에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고 사실상 군 면제를 시켜주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는 얘기다. 그렇다고 체력·기량 면에서 전성기에 올라 있는 선수를 병역이라는 틀에 2년간 묶어두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종목별로 기준(연령별 국가대표 출신 등)을 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선수에 대해 일정 기간 병역을 유예해 주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독일 진출했다 6개월 더 복무한 차붐, 상무 가서 성숙해진 이동국
차범근(왼쪽 사진)은 독일에 진출했다가 다시 공군에 불려들어와 6개월 더 복무를 했다. 이동국은 ’상무 시절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단련됐다“고 했다. [중앙포토]

차범근(왼쪽 사진)은 독일에 진출했다가 다시 공군에 불려들어와 6개월 더 복무를 했다. 이동국은 ’상무 시절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단련됐다“고 했다. [중앙포토]

군대가 모든 사람에게 ‘족쇄’가 되는 건 아니다. 차범근(65)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라이언 킹’ 이동국(39·전북 현대)은 군대를 도약대 삼아 더 큰 성취를 이룬 모범 사례다.
 
1976년 10월 공군에 입대한 차범근은 1978년 12월에 독일 분데스리가 다름슈타트와 입단 가계약을 맺은 뒤 12월 23일 보훔과의 경기에도 출전했다. 전역 신고를 하려고 일시 귀국한 차범근은 다시 부대로 불려들어갔다. 당시 공군 사병 복무 기간은 2년 8개월이었는데 공군 측에서 차범근을 끌어오려고 기초군사훈련 과정 6개월을 복무 기간에서 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현역 군인의 해외진출이 이슈가 되자 ‘부대 무단이탈’을 이유로 6개월 특례를 백지화한 것이다. 차범근으로서는 기가 찰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체력훈련을 하며 기간을 채웠고, 다시 독일로 출국했다. 그는 분데스리가 308경기 98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이란과의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두 번째 키커 이영표가 찬 공이 골대를 맞았다. ‘이동국 군대 가라 슛’이었다. 승부차기에서 패한 뒤 이동국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상무(당시는 광주 상무)에 들어간 이동국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새 선수로 거듭났다. 기량만 믿고 어슬렁거리던 ‘게으른 천재’는 더 이상 아니었다. 그는 조재진과 투 톱을 이뤄 상무의 돌풍을 이끌었고,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숙해졌다. 이동국은 올 시즌도 9골을 넣어 K리그 최다골 기록(211골)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이동국은 지난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군대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군에 가지 않았다면 난 벌써 은퇴했을 것이다. 날 군대 보내준 영표 형이 고맙다”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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