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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돋보기] 정비사 자격증과 BMW

중앙일보 2018.08.23 00:39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2003년 초 일이었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간부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자동차관리과장하고 직원들이 정비학원에 다니더니 결국 자동차 정비기능사 자격증을 땄다고 하네. 처음 있는 일이야.”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난데없이 무슨 자동차 정비일까 싶어 확인에 나섰다. 주인공은 과장, 서기관 2명, 그리고 주무관 한명 등 모두 4명이었다. 이들이 퇴근 후 건교부가 있던 경기도 과천에서 안양의 자동차 정비공장을 오가기 시작한 건 전년도 9월부터였다. 새로 부임한 과장이 “자동차관리과에 근무하는 걸 계기로 정비사 자격증에 한번 도전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업무상 리콜 등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데 잘 모르는 일이라고 그냥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기기는 싫었다”고 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150여개나 되는 자동차 부품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은 하나라도 더 익히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이미 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늦은 밤까지 학원에 머물렀다.
 
이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추위”라고 답했다. 시동을 켜놓고 하는 실습교육을 학원 옥상에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기름때에 절은 부품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금세 손이 얼어붙더라고 했다. 이런 노력 덕에 6개월 만에 자격증을 땄다.
 
더 인상적인 사실은 자동차회사 담당자들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동차 리콜과 관련해 건교부에 설명하러 와서는 “잘 모르시겠지만…”으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격증 소식이 알려진 뒤로는 “잘 아시겠지만…”으로 말이 바뀌었다고 했다. ‘카센터 4인방’의 열정이 이뤄낸 변화였다.
 
새삼스럽게 15년 전 얘기를 꺼낸 건 요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BMW 사태 때문이다. 국토부 담당자들이 초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추진했더라면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이 많다. 어렵고, 익숙지 않은 기술적 문제라고 자동차회사나 산하 기관에 그저 맡겨 놓은 수동적 자세가 안타깝기도 하다. 자동차 담당이라고 해서 정비사 자격증을 따라는 얘기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전임자들이 그 자격증을 따고자 했던 이유와 열정 만큼은 꼭 알아두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능동적인 태세를 갖춰야만 자동차회사에 더는 휘둘리지 않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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