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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폭염에 농심 타는데…김제시의회 '외유성 연수' 논란

중앙일보 2018.08.22 11:29
지난 3일 열린 제8대 김제시의회 개원 모습. [사진 김제시의회]

지난 3일 열린 제8대 김제시의회 개원 모습. [사진 김제시의회]

폭염 속 '러시아 연수' 떠난 의원님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전국 농가와 지자체가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전북 김제시의회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떠나 "외유성 관광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수천만원의 연수 비용을 김제시가 지원해 '혈세 낭비' 지적도 나온다.  

시의원 9명, 도의원 2명 수천만원 들여 러시아행
'역사의식 고취' 내세웠으나 관광 일정 포함
농민들 "42일째 재난 수준 폭염, 해외 갈 때냐"


 
김제시는 22일 "김제시의회 온주현 의장과 김영자 부의장 등 시의원 9명과 김제가 지역구인 황영석·나인권 전북도의원 2명 등 11명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김제시협의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최근 러시아 연수를 떠났다"고 밝혔다. 김제시의원 전체 14명 중 김영자·노규석·고미정·유진우·오상민 의원 등 5명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연수에 불참했다.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은 1981년 설립된 범국민적 통일기구다. 전국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 의원은 민주평통 당연직 자문위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이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레닌광장에 우뚝 솟은 레닌 동상. [중앙포토]

러시아 하바롭스크 레닌광장에 우뚝 솟은 레닌 동상. [중앙포토]

아무르강 유람선 탑승 등 관광도 포함
 
김제시에 따르면 이번 해외 연수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4박 5일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우수리스크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짜였다. 민주평통이 '역사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방문 지역 상당수가 러시아 유명 관광지와 겹쳐 논란이 되고 있다.    
 
세부 일정을 보면 19일 하바롭스크 중앙시장, 레닌광장, 아무르강(유람선 탑승), 20일 블라디보스토크 개선문, 극동연방대학교, 지상요새 박물관, 혁명광장 등이다.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이동한다. 의원들은 21일 하루 정도만 항일 독립운동 기지였던 신한촌(新韓村)을 비롯해 우수리스크에 있는 고려인(러시아 및 구 소련 국가에 사는 한인 동포) 이주역사관, 안중근 의사 기념비, 최재형 선생 거주지, 이상설 선생 유허비(遺墟碑) 등을 보고 22일 귀국한다. 이 때문에 김제시의회 안팎에서는 "연수는 핑계고, 관광이 목적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하바롭스크 인근 아무르강 다리. [중앙포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하바롭스크 인근 아무르강 다리. [중앙포토]

게다가 연수 비용 대부분을 김제시가 지원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김제시에 따르면 이번 해외 연수 비용은 6000만~7000만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5000만원을 김제시가 시 보조금으로 댔다. 의원들도 각자 약 20%씩 자부담했고, 민주평통에선 비용을 보태지 않았다.

 
연수 시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전북은 지난달 11일 14개 모든 시·군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뒤 42일째 '재난 수준'의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이후 전북 지역 강수량(27.6mm)은 평년(370.7mm)의 7.4%에 그쳤다.  
 
제8대 김제시의회 개원식에 참석한 박준배(오른쪽) 김제시장. [사진 김제시의회]

제8대 김제시의회 개원식에 참석한 박준배(오른쪽) 김제시장. [사진 김제시의회]

속 타는 농가 "선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올여름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220명, 사망자도 5명에 달했다. 김제 금산면에서도 93세 할머니가 숨졌다. 도내에서 닭과 돼지 등 가축 183만7000마리가 폐사했고, 사과·인삼·고추 등 작물 피해 면적도 1288ha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전북도는 지난 7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고, 박준배 김제시장도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투입해 중형 관정(우물)을 파고 있다.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김제시의회 전체 의원 14명(더불어민주당 8명, 민주평화당 6명) 중 9명이 무더기로 지역을 비우자 농가들은 분노하고 있다. 김제에서 돼지 5000마리를 키우는 최모(62)씨는 "농민들은 폭염 속에 가축을 살리느라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데, 의원들은 선거 끝난 지 두 달도 안 돼 해외 관광부터 간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전북 김제시청 전경. [연합뉴스]

전북 김제시청 전경. [연합뉴스]

"호텔비 아끼려 시베리아 횡단열차 탔다" 
 
김제시와 김제시의회는 "이번 연수는 외유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민주평통이 오래 전부터 계획한 데다 상반기에는 6·13 지방선거, 하반기에는 지평선 축제(10월)와 시의회 정례회(9, 11월) 등이 있어 부득이 이 시기에 해외 연수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다.

 
김제시 관계자는 "계획은 4박 5일이지만 일정이 빡빡해 실제는 3일이다. 연수 기간이 폭염 시기와 맞물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호화 여행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야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것도 의원들이 호텔 숙박비를 아끼려고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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