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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는 시속 350km로 달린다"···中 고속철 빚더미 늪

중앙일보 2018.08.22 00:01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엘리베이터 판매업자 류아이쥔은 우루무치에서 남동쪽으로 614km 떨어진 하미를 자주 오간다. 3시간 거리로 승차권 가격은 167위안(약 2만7300원)이다. 필자가 최근 이용한 368㎞ 서울~마산 구간의 KTX 비용 5만3300원과 비교해 상당히 저렴하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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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고속철 우루무치~하미 구간이 개통되기 전만 해도 류아이쥔은 이따금 비싼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7시간짜리 열차를 타고 긴 여정을 오가곤 했다. 

中고속철 빚더미의 늪에 허덕
천문학적 누적부채 820조원

하루 320편 수요예측 했으나
실제론 8편만 운영하는 형편

경제 아닌 정치 요인 투자 비판엔
"유효투자 위한 부채확대" 반박

 우루무치~란저우 노선. 우루무치-하미-자위관-시닝-란저우 구간의 정차역 지도. [사진=xd56b닷컴]

우루무치~란저우 노선. 우루무치-하미-자위관-시닝-란저우 구간의 정차역 지도. [사진=xd56b닷컴]

이제는 고속철 덕분에 우루무치와 하미는 하루 생활권에 들어왔다. 2000년대 들어 중국 당국이 집중 투자를 벌인 철도경제가 몰고온 변화다. 2009년 광저우~우한 구간을 3시간 생활권으로 단축시킨 이래 국유기업 중국철로총공사는 중국 대륙을 종횡하면서 철로를 깔아왔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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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의 고속철 총연장은 2만5000㎞. 전세계 고속철 노선의 2/3가 중국에 깔려있다. 중국철로총공사는 여기서 더 밀어붙여 2030년까지 3만㎞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18년 8월15일 보도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고속철 푸싱하오(复兴)호가 2018년 8월8일부터 베이징(北京)~텐진(天津) 구간을 시속 350km로 운행한다고 한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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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시속 400km 열차도 개발 중이다. 철도망은 더 길어지고 그 위를 달리는 열차는 더 빨라지고 있다. 계획만 보면 장미빛 미래다. 대상 국가에 부채의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지만 일대일로 SOC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으니 철도망과 열차의 수요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돈이다.

막대한 빚잔치로 이뤄진 방만경영과 철도독점에 따른 부정부패는 고스란히 철도 부채로 쌓여왔다. 지난 3월 기준 이 회사의 누적 부채는 5조 위안(약 820조원)에 달했다. 베이징 교통대 리홍창(李洪昌) 중국교통운수연수경제연구센터 부주임은 “중국철로총공사의 부채 가운데 80%가 고속철 건설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고속철 총연장의 2/3를 깔았지만 회사는 빚더미에 앉아 있는 꼴이다. FT는 교통대의 다른 전문가를 인용해 이 사실을 지적한다.  
 
“이 회사는 항상 금융 보조에 의존해왔고 새로 부채를 일으켜 옛 부채를 갚고 있는 형편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돌려막기의 결말은 뻔하다. 필연적으로 부채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 교통대 자오젠 교수는 “2020년쯤 되면 중국철로총공사의 빚은 8조 위안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빚을 내더라도 경영을 잘 해서 수익이 나면 원금과 이자를 갚아가면서 사업을 밀고 나갈 수 있다.  
경영은 잘 하고 있는 걸까. 아니다. 암울하다.
올해 1분기 중국철로의 순손실은 3760억 위안으로 은행권에서 빌린 1560억 위안을 크게 넘어섰다. 이미 2015년부터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상태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중국철로총공사의 운영수익(왼쪽)과 이자 규모 비교 [사진=FT 캡처]

중국철로총공사의 운영수익(왼쪽)과 이자 규모 비교 [사진=FT 캡처]

지난 3개년간 운영 수익과 지불할 이자의 차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런 참화는 건설 계획이 입안될 때부터 예고됐다. 수요 예측이 틀렸기 때문이다. 류아이쥔의 경제 생활을 바꿔놓은 고속철은 란저우~우루무치 노선의 한 구간이다. 1400억 위안이 투입된 이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은 상주 인구가 5300만명 밖에 안된다. 당초 하루 320편이 운영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고작 8편에 그치고 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중국의 고속철망. 서북쪽 나홀로 노선이 우루무치~란저우 지선이다.[사진=FT 캡처]

거미줄처럼 연결된 중국의 고속철망. 서북쪽 나홀로 노선이 우루무치~란저우 지선이다.[사진=FT 캡처]

6개 성(省)을 통과하고 상주 인구가 4억3000만명에 달하는 베이징~광저우 구간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이다.  

란저우~우루무치 노선이 얼마나 비경제적으로 건설됐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형편인데도 중국철로는 최근 8000억 위안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초 7320억 위안(약 119조 9674억원)을 책정했던 것보다 10%포인트 증가시킨 것이다.   

이자도 제대로 못내는 회사가 빚을 더 얻어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뭘까.   
경제가 아닌 정치 요인 때문이다. 
중국이 이렇게 거미줄처럼 고속철을 깔게 된 기폭제는 2008년 금융 위기였다.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제가 둔화되자 중국 당국은 재정 투자로 활로를 찾았다. 철도 건설 투자를 통해 과잉 생산된 철강ㆍ시멘트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켰다.  
 
이번에도 미ㆍ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철강재 수출길이 막히자 수요가 많은 국내 철도 건설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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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재정 투입의 대명사가 된 철도 건설이 위기의 소방수로 다시 호출된 모양새다. 일단 발등의 불이 급하니 끄고 볼 일이라는 얘긴데 과연 이 빚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인프라 투자에서 과잉공급이나 부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유효투자를 위한 부채확대는 전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믿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의 활력만 유지한다면 승객수는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자신감이다. 해마다 연인원 17억명이 고속철을 이용하고 있고 기존 철도 열차편 수요를 넘어서는 추세로 볼 때 장차 수익성은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럴드 올리버 월드뱅크 인프라 스페셜리스트는 FT에 “경이적인 8500만 고속철 승객은 고객을 만나든, 취업 인터뷰를 하든, 리서치 센터를 방문하든 주로 비즈니스와 관련된 활동으로 이 열차를 이용한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가한 여행이 아니라 생업과 직결된 활동에 고속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가가 뒤를 받친다는 점에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생산성이 낮고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빚으로 몸집을 키워온 중국철로총공사.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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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공룡으로 불리는 중국 국유기업의 한계와 가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천문학적인 빚의 무게를 덜려면 경영 수지 개선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정책 차원의 특별금융에 의존하는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2013년부터 철도의 정경분리를 통한 개혁을 추진해왔다. 

철도 정책·건설·운영을 총괄하던 막강 철도부를 해체하는 대신 정책을 담당하는 교통운수부 산하의 국가철로국과 경영을 맡는 중국철로총공사로 조직을 이원화했다. 조직은 떼어냈지만 국가가 기업과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게임의 룰이 관철되는 한 가능성을 도약대로 삼아 기업이 뛰어다닐 활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한계의 벽이 높은 중국 경제의 독특한 속성이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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