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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부터? 고1부터?" 대학들 '수능전형 확대' 골머리

중앙일보 2018.08.21 05:00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 대상의 대입(2022학년도)부터 '대학별 수능 위주 전형 30% 확대'를 대학재정 지원과 연계하기로 하면서 대학들이 고심에 빠졌다. 이 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 35곳 대부분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포기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십수 년의 시행착오 끝에 자리잡은 대입전형 틀을 갑작기 뜯어고치기도 쉽지 않다. 
 

고1 대상 대학별 전형 비율, 내년 4월 발표
'고교교육 기여대학' 심사 내용에 포함
"수십,수백명 선발 바꾸라는 권고는 과격"

20일 대학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대학가의 제일 급한 고민은 대학별로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현재 중 3부터 적용하느냐, 아니면 그 윗 학년인 고1부터 적용하느냐다. 현재 고1 대상의 대학별 전형 비율 등(대입 전형 시행계획)은 내년 4월 발표한다. 수험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에 앞서 '1년 10개월' 전에 이 계획을 발표해 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맨 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을 만나 대입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맨 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을 만나 대입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 3부터냐, 고1부터냐'의 고민은 교육부가 지난 17일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할 정책수단으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을 들면서 대두됐다. 교육부는 2020년으로 예정된  이 사업의 심사에서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30% 이상인 대학에만 응모 자격을 주기로 했다. 
 
이 사업은 2년 간격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선정했다. 다음번 심사는 2020년 5월에 있다. 현재 중3 대상의  대학별 전형 계획이 나오는 시점(2020년 4월)으로부터 한 달 뒤다. 
 
대학들로선 이 사업에 '응모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 못지않게 '응모해서 선정되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5월엔 94개 대학이 응모해 이중 68곳이 선정됐다. 이 사업에 선정돼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평균 8억~9억원. 이 사업 자체만 보면 큰 예산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들은 '순환출자' 식으로 엮여 있어서 한 사업에서 탈락하면 다른 사업에서도 선정되기 어렵다'는 게 대학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재정지원으로 대학을 옭매는 교육부가 밉다. 하지만 교육부가 10여년 째 등록금을 못 올리게 하고 올해는 입학금도 폐지해 대학들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안 받아도 된다"고 자신할 수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시 수능위주 선발 늘려야 하는 대학

정시 수능위주 선발 늘려야 하는 대학

지난 5월 선정된 '고교교육 기여대학' 68곳엔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권고받은 대학 35곳 중 15곳이 포함돼 있다. 가톡릭대·강남대·경기대·경희대·고려대·단국대·동국대·부산가톨릭대·서울대·숙명여대·아주대·중앙대·한동대·한림대·한양대 등이다.
  

올해엔 대학별로 2018년 계획, 2019학년도, 2020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 등을 심사했다. 이대로면 2020년 사업에선 2020년 계획, 2021학년도, 2022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심사한다. 이번 대입개편안이 적용되는 중3(2022학년도 대입)뿐 아니라 현재 고1 대상의 대입(2021학년도)도 심사 대상이 된다. 
 
이렇다 보니 '2020년에 고교교육 기여대학으로 선정되려면 당장 내년 4월 발표할 2021학년도 대입 계획에서도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2022학년도에 30%로까지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해야 하는 대학들로선 연착륙을 위해 고1 대상 대입 시행계획(내년 4월)에서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학이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갑자기 끌어올리기란 간단치 않다. 대학들은 10~20년에 걸쳐 최적화된 현행 입시를 인위적으로 수술해야 하는 것에 대해 난감해한다. 서울·경인지역 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인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외부에서 보면 수능 위주 전형 비율 확대가 뭐 어렵냐고 볼지 모르나, 대학 입장에서 수십 혹은 수백 명의 학생 선발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과격한 변화로 참 어려운 일"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현재 고3 대상의 대입에선 전체 모집정원 3361명 중 수능 위주 전형으로 뽑는 비율이 20.4%. 나머지 79.6%는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고 있다. 이 대학이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로 높이자면 330명가량을 더 이 전형으로 뽑아야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국립대로서 정부의 권고를 무시할 순 없으니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확대하긴 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모집단위별로 의견이 다 다른 만큼 모집단위 간에 수능 위 전형 확대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하려면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줄여야 하는데, 지역의 일반고 출신을 주로 뽑는 지역균형선발 같은 전형을 줄이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극히 낮은 대학들로선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신입생 330명을 모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고 있는 포스텍이 대표적이다. 포스텍 김도연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대학에 획일적 수치를 주고 그만큼 정시를 늘리라는 정부 방침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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