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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리스와 베네수엘라가 한국에 던지는 교훈

중앙일보 2018.08.21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2015년 유럽 재정 위기를 몰고 왔던 그리스가 3년 만에 구제금융 체제에서 벗어났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집행하던 유럽안정화기금(ESM) 측이 추가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그리스의 상처는 컸다. 경제 규모가 2015년에 비해 25%나 축소됐고, 국민의 소득과 연금은 평균 3분 1가량 줄었다. 젊은 층 40%는 여전히 실업 상태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층이 해외로 탈출하는 바람에 전체 인구 중 20~39세 층의 비중이 8년 사이 29%에서 24%로 떨어졌다.
 
지구촌 정반대 쪽인 베네수엘라는 아예 희망을 찾기 힘들다. 생닭 한 마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지폐 뭉치를 가득 쌓아놓은 사진 한 장은 경제 파탄의 현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기존 볼리바르화를 10만 대 1로 액면 절하했지만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율이 100만%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비관적이다. 생활고를 피해 나라를 탈출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주변국 곳곳에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좌파 정권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60배나 올리는 등 포퓰리즘 행태는 버리지 않았다.
 
관광산업 외 변변한 제조업이 없는 그리스는 유럽연합(EU) 편입에 따른 환율 고평가의 달콤함에 젖어 현재를 잊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고유가에 취해 이념 정치를 펼치다 미래를 잃었다. 그 대가는 참담한 국민의 고통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두 나라를 우리나라 상황과 곧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정치·경제 상황, 지정학적 변수, 국민 의식 등이 판이하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이념 정치, 미래를 생각 않는 복지·재정 정책을 경계하는 반면교사로 삼기에 두 나라의 사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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