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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1심 무죄 판단 근거가 된 순두부ㆍ와인ㆍ미용실

중앙일보 2018.08.20 06:30
1심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른쪽 사진은 1심 판결을 규탄하는 집회. 변선구 기자 [뉴스1]

1심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른쪽 사진은 1심 판결을 규탄하는 집회. 변선구 기자 [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안 전 지사는 위력이나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 이유가 밝혀졌다. 1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는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차를 타고 이동할 때 김씨를 조수석이 아닌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 점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존칭 표현을 종종 쓴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권위적이라거나 관료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참모진과 소통하는 정치인으로서의 태도를 취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2017년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장 당시 김지은씨에 대한 성폭행 의혹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곳 호텔에서 안 전 지사가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간음)한 것으로 보고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재판부는 “출장지에서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김씨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4가지 이유를 댔다. “위력에 의한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ㆍ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있다”면서다.
 
재판부가 처음으로 설명한 정황은 ‘순두부’다. 판결에 따르면 안 전 지사가 김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검찰이 지목한 당일 새벽이 지나고 날이 밝자, 김씨는 “지사님이 순두부를 좋아한다”며 충남도청 직원들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순두부집을 물색했다. 이 과정엔 영사관 직원도 동원됐다. 재판부는 “첫 간음 사건이 발생하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일어난 이 상황은 피해자의 증언ㆍ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김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본 두번째 근거는 같은 날 김씨와 안 전 지사가 와인바에 함께 간 사실이다. 이때 다른 도청 직원들은 발레공연을 보러 간 상황이었다.
 
김씨는 또 출장에서 돌아온 뒤 미용실을 찾았는데, 이곳은 안 전 지사가 최근까지 이용했던 곳이다. 또 안 지사의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를 찾아가 자신의 머리를 맡겼다는 점도 재판부가 김씨 진술을 신뢰하지 않게 된 정황으로 쓰였다.
 
이밖에 재판부는 “김씨는 가까운 사람과의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전혀 남기지 않았다”며 “평소와 다름없이 안 전 지사를 적극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눈 점도 김씨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18일 서울 신문로 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성차별ㆍ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정혜선 변호사를 통해 “저는 그날 안희정에게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했다”며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지만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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