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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9월 평양 정상회담서 비핵화 의제로 올려야”

중앙일보 2018.08.20 00:02 종합 22면 지면보기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 - 박명림 연세대 교수 대담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은 17일 “평양에서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의제로 올라야 남북관계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재단의 학술이사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와 이날 대담을 갖고 이같이 제언했다. 홍 이사장은 “북한 핵 문제는 일차적으로 우리 국민이 당사자이기에 우리 정부가 얼굴을 조금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의제에 올리는 노력을 지금 단계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은 북·미 비핵화, 평화협상 상황을 진단하면서 9월로 예정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망과 제언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 홍 이사장과 박 교수는 이날 대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동시 진전을 위해서는 한·미의 역할 분담은 물론 남남 통합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현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고리로 종전선언과 핵물질 신고의 교환을 제안했다. 통일보다 평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음은 대담 요지.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왼쪽)과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17일 북·미 협상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날 대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단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왼쪽)과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17일 북·미 협상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날 대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단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박명림 교수=“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교적 순항하던 한반도 비핵평화 문제가 최근 들어 교착상태에 빠졌다. 희망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홍석현 이사장=“지난 정상회담은 놀라운 사건이었지만 앞으로 전개될 사태에 대한 걱정도 지울 수 없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못했다는 걱정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비핵화의 구체적 단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았다.”
 
▶박 교수=“동의한다. 남북, 북·미 정상이 만나 비핵평화의 입구는 만들었지만 이제는 구체적 합의가 나와야 할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북핵 문제는 심각한 위기 국면이었다. 그때 홍 이사장이 대통령 특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는데 평화와 관여를 통한 문제 해결로 가는 전환의 계기가 됐다.”
 
▶홍 이사장=“대미 특사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나는 힘에 바탕한 평화를 신봉한다’면서도 ‘북측이 원할 때는 얼마든지 대화를 통해 풀어갈 용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시해야 하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의 외교 어젠다에서 남북 문제가 이렇게 우선순위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약 30년 동안 북한 문제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미국이 이 문제를 대통령이 아닌 차관보급에서 들여다본다는 점이었는데, 어느 순간 대통령이 챙기는 의제가 됐다. 걱정되는 점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도 이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요 어젠다로 남아 있을지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적 시각을 갖추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담대한 진일보를 내디딜 타이밍이다.”
 
▶박 교수=“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체제 안정과 경제개발의 두 목표는 모두 비핵화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아직 열려 있는 기회의 창을 김정은 위원장이 올바르게 활용하도록 한국도 북한을 설득하고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묘한 존재다. 그의 일반 행동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뒤흔들며 파괴하는 일탈로 보이지만 동시에 그간 국제사회가 악화일로인 상황을 외교적 언사로만 해결하려 했던 관행에 도전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비핵화를 향한 트럼프의 선택은 양면적이다.”
 
▶홍 이사장=“트럼프 대통령에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가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다. 동시에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에도 일정 부분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미국만 주연을 하고 한국은 단역만 한다면 미국도 힘이 든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이란 사태를 잘 보라고 말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 수준이 북핵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고 제재 국면으로 들어갔다. 비핵화 진전이 없다면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신뢰가 있다고 해도 한 단계씩 진전해 가는 모습을 국제사회가 봐야 제재 완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강조하고 싶다. 문제의 진전을 위해선 김 위원장이 한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박 교수=“북·미를 대화로 끌고 온 데는 문 대통령의 중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막상 비핵화 이행을 위한 구체적 논의 단계로 들어가니 한국의 역할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재자에서 당사자로 역할을 전환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비핵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기에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홍석현 이사장(左), 박명림 교수(右)

홍석현 이사장(左), 박명림 교수(右)

▶홍 이사장=“그 점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이 조금 아쉽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진전을 만들었다면 6·12 북·미 정상회담이 더 잘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북한이 4·27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라는 견고한 입장을 유지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핵 문제는 우리가 당사자다. 비핵화가 확실히 진전되지 않을 경우 과연 남북 협력도 어느 정도의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핵 문제에 있어 우리가 당사자라는 입장은 이 단계에서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평양에서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의제로 올라야 남북관계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얼굴을 조금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의제에 올리는 노력을 지금 단계부터 해야 한다. 미국은 남북 문제를 99% 비핵화 문제로 봐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우리가 비핵화 문제에서 일정 부분을 담당하겠다. 남북 문제는 비핵화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여지를 달라’고 해야 한다.”
 
▶박 교수=“우리가 비핵화의 당사자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4·27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은 전쟁 방지에 초점을 두고 우선 대화의 문을 연 뒤 비핵화와 평화를 추동하는 단계적 구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홍 이사장=“동의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 교수=“한·미가 지혜롭게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말씀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중국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한·미 양측으로 견인하려 했더니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하며 북·중 우호관계를 일거에 복원시켰다.”
 
“김 위원장, 비핵화 풀 신의 한 수 역할 트럼프에게 줘야”
 
▶홍 이사장=“최근 중국과 미국의 충돌을 보면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새 강대국이 등장하면 기존의 패권국이 두려움을 느끼고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생긴다는 것)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에 너무 가까이 다가서는 건 사실 북한에 좋은 모습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결국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중·소 사이에서 그랬듯 미·중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런 김 위원장이 던질 수 있는 신의 한 수는 비핵화 문제를 푸는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다. 그래서 11월 중간선거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 어젠다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남겨두는 것이다. 김 위원장에겐 미국 쪽으로 무게를 70% 정도는 싣고 경제·외교 정책을 펼치라고 하고 싶다. 만약 실패한다면 중국의 원조를 받으며 살아가겠다는 것인데, 이래서는 근본적 변화가 불가능하다.”
 
▶박 교수=“김정은 위원장은 중·소 갈등 당시처럼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끌고 가고 싶어 할 것이다. 결국 친미(親美) 연중(聯中)으로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한다.”
 
▶홍 이사장=“옳은 말씀이다. 친미 연중이 답이다.”
 
▶박 교수=“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넘어가면 결국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도록 이끌기 위한 교환 요소가 관건이다. 비핵화와 체제 안전의 교환이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고, 그 출발로서는 종전선언과 핵물질 신고를 교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홍 이사장=“북한이 느끼는 실체적 체제 불안의 강도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선의를 갖고 신뢰를 베풀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해야 한다.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전제에서다. 비핵화에 대한 압박과 비핵화의 시간표를 만드는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는 사실 상호 신뢰의 문제다. 일차적으로 북한이 핵물질을 신고하고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어디까지나 선언이고, 신뢰를 공고히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 종전선언과 핵물질 신고로 한걸음 진전된다면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은 쉽게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박 교수=“그럴 때 북핵 체제와 대북제재 체제의 상호 해소, 즉 비핵화 시작과 제재 완화의 교환 상황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요체다. 그런데 현재는 비핵화의 속도보다 북한 경제의 시장화와 개방화가 훨씬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발전 열망을 활용해 제재 완화를 위한 비핵화 대화국면을 진척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보인다.”
 
▶홍 이사장=“결국 대북제재의 단계적 완화와 비핵화의 단계적 진전을 어떻게 절묘하게 결합시키는가의 문제다. 김정은 위원장은 10~20년 후 북한을 상상하며 ‘내가 왜 이렇게 핵을 고집했었나’라고 물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장점은 상당하기에 베트남이나 중국의 고도성장 속도를 넘어서는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비핵화 진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 점을 북한의 지도층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 워싱턴이 언제까지 북한만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없다. 기회의 창이 열려 있을 때 북한이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정부가 남북관계를 공고히 가져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미국이 꺼림칙하게 여기는 것을 알면서도 남북 경제협력을 과속으로 추진하는 건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교수=“북한이 개방할 경우 이른바 초기 도약을 포함해 경제발전에 매우 유리할 수 있지 않을까.”
 
▶홍 이사장=“시장화 문제에 있어 북한은 굉장히 좋은 입장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해 국제 경제질서에 편입된다면 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유럽부흥은행(EBRD) 등이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제기구와 연결된다면 우리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북한 경제개발이 가능하다. 북한은 백지상태고, 김정은 위원장의 막강한 권력으로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 북한 경제발전은 그의 결단에 달렸다.”
 
▶박 교수=“미국이 비핵화를 중시한다면 우리는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일부 시각들은 특히 민족주의 열정에 바탕해 통일문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비핵화 없는 통일은 불가능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결합해 통일 대신 평화를 추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 즉 통일에서 평화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홍 이사장=“100% 동감이다. 독일도 통일 과정에서 ‘통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통일부’ 대신 ‘내독부(內獨部)’가 있었다. 우선은 남남 통일부터 먼저 했으면 좋겠다. 진보와 보수 세력이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나가고, 북한과 경제·문화 공동체부터 만들어야 한다. 대화의 문을 열어 상수(常數)의 정책을 만들고 통합 정부와 협치해야 한다.”
 
▶박 교수=“전적으로 동의한다. (동·서독) 통일 문제는 (서독) 내부 문제부터 시작한다는 서독의 지혜가 놀랍다. 평화공존을 위해서도 남남 통합은 필수다. 진보와 보수의 남남 통합 없이 남북통일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홍 이사장=“문재인 정부도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보수세력과의 대화를 통해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다. 독일도 연정을 유지하면서 일관된 동방정책을 유지하며 통일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다.”
 
▶박 교수=“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와 탄핵을 당한 보수가 쉽게 화합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함께 가야 한반도 평화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통합은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다.”
 
▶홍 이사장=“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숨도 고르지 못하고 바쁘게 달려 왔다. 지금부터는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온 것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어렵다. 비핵화를 추동해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이 문제에 붙들어 놓으면서 가야 한다. 남북의 문이 열렸는데 진전이 없다면 더 큰 문제다. 반대 세력과도 대화의 창을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어려워지는 것 같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정리=최익재·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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