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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이조는 좋은 수'라는 판단, 우리 삶에 응용해보자

중앙일보 2018.08.19 12:01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9)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일이나 행동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진 pixabay]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일이나 행동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진 pixabay]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운 문제의 하나는 선악 판단이다. 어떤 일이나 행동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국가정책이나 사회문제를 놓고 전문가들끼리도 찬반이 엇갈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선악 문제를 놓고 서로 자신이 옳다고 우기다가 대판 싸움으로 번지는 수도 있다.
 
선악 판단이 특히 중요한 경우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다. 창업한다거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려고 할 때 과연 옳은 방향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지만, 전문가의 주장이라고 100% 옳은 것은 아니다.
 
바둑에서는 이와 같은 선악 판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수들도 자신이 둔 수가 좋은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가 있다.
 
결론 나지 않는 선악 판단, 최고수에게 묻는다
바둑에서 선악 판단이 가장 어려운 때는 새로운 정석(定石)이 나왔을 때다. 신형 정석이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프로기사들은 몇 명이 모여서 공동연구를 한다. 혼자서 판단하는 것보다 이런 연구모임을 하면 매우 유익하다.
 
그런데 이런 연구를 통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삶에 비유하자면 도시에서 살다가 귀농을 하는 것이 좋으냐 하는 문제를 생각할 때 전문가도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귀농이 좋은 점도 있고 불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종합하여 선악을 판단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일 때 프로기사들은 당대 최고수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창호 9단이나 이세돌 9단과 같은 최고 실력자에게 선악 판단을 의뢰한다. 귀농 문제로 치면 이 분야의 최고 실력자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다. 경제 문제라면 해당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에 찾아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상당히 유력하다. 최고봉에게는 뭔가 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그 분야의 제일인자를 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최고 실력자가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할 때도 있다.
 
최고수보다 더 뛰어난 AI의 답변은
요즘 바둑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에 자문하고 있고, 알파고가 인간 고수들을 모두 격파한 이후 AI 바둑이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앙포토]

요즘 바둑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에 자문하고 있고, 알파고가 인간 고수들을 모두 격파한 이후 AI 바둑이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앙포토]

 
요즘 바둑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에 자문하고 있다. 알파고가 인간 고수들을 모두 격파한 이후 AI 바둑이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거, 좋은 수야” 하고 직접 선악을 판단해 주지는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어떤 수를 두고 났을 때 승리확률을 예측해 준다. 예를 들어 현재 장면에서 흑과 백의 승률이 60%와 40%였다고 하자. 새로운 수를 두고 나자 승률이 흑55 대 백45로 바뀌었다고 하면 이 수는 흑에 좋지 않다고 추론하는 것이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에 자문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빠른 연산능력을 가진 AI가 최고전문가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의사결정 비교적 쉬운 '일석이조 판단법'
선악 판단과 관련해 당대 최고수나 인공지능까지 얘기하니 머리가 아플 것 같다. 매일매일 의사결정 할 때 선악을 판단해야 하는 데 많은 문제에서 이들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지 않은가.
 
비교적 쉽게 판단하는 방법에는 ‘일석이조 판단법’이 있다. 어떤 일이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오면 좋은 것을 상상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비교적 쉽게 판단하는 방법에는 ‘일석이조 판단법’이 있다. 어떤 일이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오면 좋은 것을 상상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이런 경우 비교적 쉽게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일석이조 판단법’이다. 어떤 일이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오면 좋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귀농이 일자리도 해결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면 일석이조다. 일자리 문제만 해결해도 좋은데 건강까지 좋아진다면 이것은 좋은 일이 틀림없다고 보는 것이다.
 
바둑의 이런 사고는 사실 세상의 바둑판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임도 보고 뽕도 딴다거나,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거양득은 좋은 일로 간주하고 있다. 남북한의 관계에서도 국민은 전쟁의 위협을 해소하며 경제적인 효과를 낳은 일석이조를 기대할 것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은 이런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석이조의 수는 좋은 수”라는 바둑의 사고방식을 우리의 삶에 응용해 보자. 어떤 일이나 행동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때 일석이조 또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면 좋은 수라고 판단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아가 어떤 일을 할 때 한 가지 효과만 생각하지 말고 일석이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취미를 즐기면서 인간관계를 돈독히 한다거나, 사회봉사를 하면서 약간의 이익을 얻는다면 일거양득일 것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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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필진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 바둑에 올바른 길이 있듯이 인생에도 길이 있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수가 아닌 꼼수와 속임수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바둑에서 삶의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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