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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중국이 쫄 수밖에 없는 이유

중앙일보 2018.08.17 19:00
"한 기자,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되는 거야? 누가 이기는 거야?"
 

부채에 의존한 성장…수출 감소 충격 클 듯
재정 확대 힘들어 미국과 타협 불가피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다. 당연하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고 가 어디 있습니까. 둘 다 피해자죠. 그래도 둘 간의 힘의 역학으로 볼 때 중국은 아마 버티기 힘들 겁니다. 겉으로는 전면전 운운하지만, 속으로는 쫄고 있을 겁니다. 경제 충격이 그만큼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협하자고 나서겠지요. 공산당의 체면을 충분히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겁니다."
 
중국은 왜 버티기 힘들까? 그 내막을 들여다보자.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국내 경제적으로 취할 대응 방안은 뻔하다. 이런 식이다.
 

지난 7월 23일 중국은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고 재정·금융 지원책을 결정했다. 기존의 법인세 감면 목표 1조1000억위안(약 182조원)에다가 650억 위안을 추가로 감면하는 등 기업들의 연구·개발 세금 감면 혜택을 확대하고, 지방정부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채권 1조3500억위안(약 222조원)어치를 발행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같은 날 5020억위안(약 83조원)을 시중 은행에 제공하면서 '마중물'을 부었다.

 
7월 26일자 조선일보 내용이다.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업계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돈을 풀고 있다는 얘기다.  
 
판에 박힌 대응이다. 중국은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일단 돈을 풀어 대응한다. 구조적인 해결이 아니라 돈으로 문제를 덮는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공장이 멈췄고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때아닌 농민공의 귀향 행렬이 이어졌다. 역시 정부가 나섰다. 중국은 당시 GDP의 약 17%에 달하는 4조 위안(약 680조 원)에 달하는 돈을 풀었다. 화끈한 부양책이다.
 
왜곡의 시작이었다. 
그 돈의 흐름을 보면 이렇다.
방출 자금은 우선 국유은행 창구를 통해 국유기업으로 풀렸다. 기업은 정부의 지시대로 투자했고, 설비를 늘렸다.이는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고, 산업 전체가 공급과잉에 시달려야 했다. 철강이 대표적인 분야다.
 
일부 자금은 지방정부 산하 개발공사에 흘러 들어갔다. 대부분 부동산 개발 분야에 돈이 쓰였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은 부풀어 올랐다. 대도시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은 2, 3선 도시로 이어지면서 2010년 이후 중국 전역에서 투기 붐이 일었다.
 
국유은행 창구에는 그래도 돈이 남았다. 은행의 탐욕이 시작된다. 이 돈은 각종 신탁회사의 ‘재무 상품’ 보증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신탁회사는 그 돈을 보증금으로 재무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팔았고, 그렇게 모아진 돈은 다시 각종 부동산개발회사나 지방정부 산하 개발공사로 유입됐다. 소위 말하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이제 돈은 은행 제도권 밖에서 돌기 시작했고, 그 돈이 몰리는 곳에는 여지없이 투기, 버블, 과잉 등의 현상이 벌어졌다.

어쨌든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음에도 독야청청 활황세를 보였다. 세계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10% 안팎의 성장세를 지켰다. 그러나 경제에 공짜 점심이 있던가? 중국 경제는 그때 풀린 돈으로 심하게 왜곡되기 시작했다.
 
역시 부채가 문제다.
2018년 1분기 말 현재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300%에 육박했다(Institute for International Finance) 세계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보다 대략 2배 늘어난 수치다. 우리는 가계부채가 심각하지만, 중국은 기업 부채가 문제다. 약 170%에 이르고 있다. 물론 중국은 국가가 자금 줄을 틀어 쥐고 있기에 부채 위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력이 있다. 국가가 틀어막는다는 것은 결국 경제가 왜곡되고 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금융위기 이전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높았다. 당연하다. WTO 가입 이후 서방의 자유무역 틀에 편입되면서 수출이 성장을 견인했다(그래서 미국의 자유무역 틀 속에서 성장한 중국이 그 틀을 깨고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발 세계 금융위기로 이 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다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던가? 바로 투자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투자를 늘렸고, 기업에게 돈을 빌려줘가면서 투자를 독려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부채비율은 높아져만 갔다. 아래 도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7월 25일 자 그래프다. 2008~2010년 투자를 늘려 그 수출 감소의 갭을 메웠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채에 의존한 성장이다.
 
중국은 2010년 이후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부단해 애썼다. 투자를 줄이는 대신 소비를 늘리려 했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디레버리징에 노력했다. 시진핑 주석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부채를 줄이라 각 기업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계 상황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부채를 이기지 못해 도산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무역전쟁이 터졌다.
대미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 공장 가동이 줄어들고, 고용이 감소하면서 2008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중국이 쓸 수 있는 정책은 별로 없다. 환율을 크게 올리는 게(평가절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겠지만 물가, 외환 유출 등의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다. 여차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미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자칫 전쟁이 환율 쪽으로 옮겨붙으면 그건 무역전쟁이 아니라 경제전쟁으로 비화된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대중 곡물수출을 막이버리면 중국은 몇 달 못버틴다.  
 
그렇다면 다시 쓸 수 있는 건 역시 돈을 푸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의 재정 금융 지원책은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여지는 넓지 않다. 위에서 봤듯, 돈을 풀어 경제 성장을 부추기는 건 거의 한계 상황이다. 사면초가다. 2050년 미국에 견줄 현대 사회주의 강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크다.  
 
미국과 타협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가 납득할 만큼의 미국 상품(서비스)를 사주고, 트럼프가 만족할 만큼의 지적재산권 보호 조치를 내려야 한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금융시장도 개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지금 '우리는 미국에 굴복하지 않았다'라는 명분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유무역의 수호자'라며 더 큰 폭의 시장개방과 투명성 확대로 문제를 극복하는 길이 유력해 보인다.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된다.
 
“그럼 중국 경제 망가지는 거야?
 
필자의 답은 이렇다.
 
“망가지긴 왜 망가집니까. 사실 중국이 이번 전쟁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할지, 저는 그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원천 기술 없으니 미국에 당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대적인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고, 내수 시장을 키워 수출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며 내수 확대 정책을 펼 것입니다. 더 정교한 싸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장기적으로 볼 때는 중국 경제 체질 강화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미중무역전쟁은 1978년 개혁개방, 2001년 WTO가입에 이은 중국 경제의 제3차 변곡점일 거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에게는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추세를 봐야 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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