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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폐선하면 버스 공영제로"…급한 불 껐지만 불씨 여전

중앙일보 2018.08.16 17:57
준공영제 시행 촉구 현수막을 부착한 인천 광역버스. [연합뉴스]

준공영제 시행 촉구 현수막을 부착한 인천 광역버스. [연합뉴스]

경영난을 이유로 노선 폐지 신고서를 제출한 인천지역 광역버스 업체들이 16일 오후 자진 철회했다. 인천시가 ‘광역버스 공영제’ 카드를 꺼내 들자 업체들이 한 발 뺀 모양새다. 오는 21일부터 예고됐던 ‘인천~서울 출퇴근 대란’ 위기는 일단 넘기게 됐다.
 
하지만 업계의 경영난 해소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시가 꺼낸 ‘공영제’가 오히려 ‘준공영제’보다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씨는 여전하다.
 
인천시 "폐선 신고, 처리하려 했다…강경한 입장 통해" 
인천시 박준하 행정부시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남춘 시장과 면담을 가진 업체 대표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폐업허가 민원서류 철회 및 집회 중단 등을 선언했다”며 “시에서는 당초 이들의 폐선 신고를 처리하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의 교통복지를 위해 ‘재정지원이나 준공영제 실시 등은 절대 추진할 수 없다’고 업체 측에 통보했었다”며 “임시대책으로는 현 사태를 풀 수 없다고 판단해 시가 직접 운영하는 ‘광역버스 공영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업체들이 적자를 이유로 면허를 반납하면 시는 언제든지 공영제를 실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의 강경한 입장(사업면허 반납·버스 및 기사들 양수·양도)에 업체들이 철회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역버스 공영제 관련은 오흥석 시 교통국장이 답했다. 오 국장은 “폐선 처리돼 8월 21일부터 버스 운행이 중단될 경우 버스업체에 그날부터 올 12월 31일까지 연장운행을 요청할 계획이었다”며 “이 기간동안 공영제를 준비하고, 연장 운행에 따른 적자분은 보전해 준다는 방침까지 세웠었다”고 말했다. 버스와 운전기사 등을 모두 인수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버스업체가 이를 거부하고 운행도 안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업체가 버스를 임의로 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강하게 어필했던 업체들이 아무런 조건없이 철회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물음에 오 국장은 “(업체들과 어떠한 이면 합의 등) 어떠한 것도 없었다”며“시민들에게 단 1원이라도 부담되는 것은 안된다는 취지에서 강하게 몰아붙인 결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흥석 인천시 교통국장(오른쪽 첫번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흥석 인천시 교통국장(오른쪽 첫번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업계 "시민 불편 우려해 운행중단 철회…뒤통수 맞은 기분"  
광역버스 업체 대표들은 이날 낮 12시50분 철회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운송적자 23억원과 내년도 적자분 지원, 2020년 완전 준공영제, 조조할인(출근시간 보다 이른 시간 이용 시 560원 할인해 주는 제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폐선 신고서를 지난 9일 제출했다. 21일부터 6개 업체, 19개 노선에 259대의 광역버스 운행을 중단할 계획도 담았었다.
 
인천시가 이런 입장을 내자 업계 관계자는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시가 자기들 입맛에 맞춰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불편해하실 것 같고 실제 운행 중단을 결행할 의도는 없었다”며 “박남춘 시장이 우리 업계 현실을 잘 모를 수 있다고 판단해 시간을 갖고 협의하자는 차원에서 철회한 것인데 왜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가 공영제 얘기를 했는데 준공영제보다 더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데 말이 되는 소리냐”며 “우리라고 할 말이 없어서 이러는 줄 아느냐, 자꾸 이러면 더 큰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시와 협의할 문제가 많은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인천광역버스 6개 업체들이 지난 21일 경영난 악화로 운행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인천시청 앞에 해당 노선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다. [뉴스1]

인천광역버스 6개 업체들이 지난 21일 경영난 악화로 운행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인천시청 앞에 해당 노선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다. [뉴스1]

 
공영제 하려면 버스 인수비만 450억…'무리수' 비판 나와 
‘광역버스 공영제’ 실시에 대해 인천시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가 장기적으로 ‘공영제’를 추진할 수 있다면서도 ‘준공영제’와 ‘공영제’ 추진에 따른 비용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익명을 원한 한 직원은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시내버스의 경우 대당 하루 운송원가의 25% 정도만 보전해 주는데 광역버스도 비슷할 것”이라며 “공영제는 말 그대로 시가 운영을 한다는 것인데, 버스 인수 가격만 450억원이다. 여기에 차고지 선정, 52시간 근로 기준 등을 어떻게 부담하려고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영제의 일환인 노선입찰제로운영 중인 790번(파란색 좌석버스·옹진군청~영흥도)도 적자를 면치 못해 상당 금액을 보전해 주고 있다”며 “시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인천 광역버스 1대당 1일 운송원가는 56만9480원이다. 운송수입은 53만6130원으로, 지난해 이들 광역버스 업체의 적자만 총 22억원이다. 준공영제 도입 시 이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 주면 된다는 게 익명을 원한 시 직원의 설명이다. 시내버스의 경우에는 차량 대수가 많아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  
 
오흥석 인천시 교통국장은 “공영제로 운영할 경우 얼마가 소요되는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됐다”면서도 “다만 시가 운영하게 되면 적자 노선을 흑자 노선으로 변경하고, 차고지는 인천에 상당히 많은 시유지가 있어 그것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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