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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살해 여성 2명 일단 혐의 입증"…커지는 유죄 판결 가능성

중앙일보 2018.08.16 17:10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지난해 2월 발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인 사건으로 재판 받아온 동남아시아 여성 2명에 대해 말레이시아 법원이 "조직적으로, 잘 짜인 (살해)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살인 혐의 유죄 판결 가능성이 커졌다.

말레이 법원, "조직적 살해" 위한 "짜여진 음모" 추정
11월 최종 변론 속개…유죄 판결 땐 교수형 가능성

 
16일 AP통신과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김정남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6)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30)에게 향후 공판에서 변론에 나설 것을 명령했다. 이는 현지법상 현 단계에서 무죄 방면을 불허하는 조치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와 관련해 ‘프라이머 페이시’(prima facie·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일단은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간주함)가 성립한다고 판단된다"며 이같이 명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11월1일 재개될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샤와 도안은 지난해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치명적인 독성의 신경작용제 VX를 발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은 살해 의도가 없었으며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정남 살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가운데)이 16일 경찰 호위 속에 샤알람 고등법원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정남 살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가운데)이 16일 경찰 호위 속에 샤알람 고등법원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정치적 암살에 이용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인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잘 짜여진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증거들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이들이 VX를 바를 때 김정남 눈가를 공략해 독성이 혈류로 빨리 스며들게 했고 범행 후 자신들은 황급히 화장실에서 손을 씻어 해독을 시도한 점 등이다. 이번 재판에는 증인 34명이 출석했으며, VX 잔여물이 묻은 'LOL' 티셔츠 등 236점의 증거물이 제출됐다.
 
김정남. [AP=연합뉴스]

김정남. [AP=연합뉴스]

아이샤와 도안은 이번 사건과 관련돼 기소된 유일한 용의자들이다. 이들에게 VX를 주고 범행을 지시한 이지현(34)·홍송학(35)·이재남(58)·오종길(56)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들 용의자에 대한 인도를 북한 측에 요구했지만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의 출국을 금하는 등 ‘인질 외교’로 맞섰다. 북한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입장이며 사건 발생 후 한달 여만인 지난해 3월 말 말레이시아 당국으로부터 시신을 인도받았다.
 
루스디 키라나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사는 이날 공판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변론을 들은 뒤 판결을 내리게 되며 경우에 따라 재판은 수개월 간 지속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피고인들은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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