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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빅딜 앞두고 10억달러 위조담배 김정은 돈줄 조였다

중앙일보 2018.08.16 14:44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북한 선박 28척, 해운무역회사 27개가 포함된 최대 규모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백악관 유튜브 캡처]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북한 선박 28척, 해운무역회사 27개가 포함된 최대 규모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백악관 유튜브 캡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돈줄을 더 바짝 조였다. 이번엔 북한의 연간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의 현금 수입원인 담배 밀수를 표적으로 삼았다. 핵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비핵화 빅딜을 앞두고 확실한 양보를 받기 위해 압박을 강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무부 15일 대북 추가 제재 분석]
말버러ㆍ던힐 등 위조담배 아시아 무역총판 제재
폼페이오 방북 담판 전 김정은 위원장 직접 압박
NYT "북, 종전선언 선행 주장에 대한 분노 신호"

미 재무부는 15일(현지시간) 북한산 담배와 담배 원료, 주류의 불법 무역을 벌여온 중국 무역회사인 다롄천보국제물류(영문명 다롄 선 문 스타 인터내셔널)과 싱가포르 자회사인 신에스엠에스를 추가 제재했다. 나홋카항 등 러시아 극동항구에서 북한의 제재 선박인 예성강 1호와 천명 1호의 석유정유제품 불법 선적을 도와준 항만서비스 업체 프로피넷과 대표자 한 명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재무부는 이들을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회피의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이번 제재는 북한 노동당의 현금 수입원으로 알려진 담배 밀수를 직접 차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롄 선 문 스타와 싱가포르 자회사는 북한산 담배와 주류를 중국ㆍ싱가포르ㆍ홍콩ㆍ태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에 공급하는 아시아지역 무역총책이기 때문이다. 신에스앰에스가 북한 남포항에서 실어 나온 자신들의 화물을 다롄을 경유시키면서 선적 서류를 위조해 운송 제한을 회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수법을 썼다.  
 
재무부는 “북한이 담배 밀수 순이익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2016년 연간 석탄 수출 액수와 맞먹는 규모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말버러ㆍ던힐 같은 유명 브랜드로 포장된 위조 담배를 생산해왔고 현금 수입은 정권 비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주 수입원으로 꼽혀왔다. 북한은 위조 담배 최대 생산국 중 한 곳인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부터 주요 생산국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내 북한산 말버러 위조 담배 발견 사례가 2002년~2005년 3년 새 1300배로 늘었다고 미 국무부가 보고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광복절 제재는 지난 3일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모스크바 주재원의 국제금융거래를 도와준 러시아 아그로소유즈 은행 등을 제재한 지 12일 만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에 재개한 미국의 단독 제재가 모두 자금줄을 봉쇄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용할 수 있는 외화 수입원을 옥죄면서 이달 하순 폼페이오 장관과의 담판에서 북한의 핵무기 및 생산시설에 대한 신고 뿐만 아니라 구체적 핵 폐기 시간표까지 압박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 구체적 조처를 하기 이전의 선행조건으로 종전선언을 고집하는 데 트럼프 행정부의 분노를 보여주는 신호”라고도 해석했다.
 
추가 제재는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ㆍ러시아에 대해서도 “미국이 제재 위반을 감시하고 있으며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제재 완화를 해선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의 불법 화물 운송을 도와 수입원을 제공하는 회사와 항만, 선박을 봉쇄하는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ㆍ싱가포르와 러시아 소재 기업이 제재 회피에 사용한 전술은 미국 법률이 금지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를 준수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연이어 제재를 위반한 기업들을 추가 제재하면서 북한산 석탄을 들여온 한국 수입업체도 제재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재무부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국무부가 ‘한국은 제재 이행의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한 대로 이번 석탄 조사 결과에 대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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