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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총무원장, 불신임 가결

중앙일보 2018.08.16 12:06
 ‘친자 의혹’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설정 총무원장이 종회에 의해 불신임됐다. 종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가결된 것은 조계종단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16일 임시중앙종회를 열고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찬성 56표, 반대 14표, 무효 1표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대한불교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설정 스님은 "종헌종법에 근거한다면 불신임안을 다룰 근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대한불교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설정 스님은 "종헌종법에 근거한다면 불신임안을 다룰 근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종단 개혁의 초석을 먼저 마련하고, 12월31일에 사퇴하겠다”고 밝혔던 설정 총무원장은 종회결의에 의해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결국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기간부터 불거진 ‘친자 의혹’ 공방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게 ‘결정타’가 됐다.  
 
◇조계종단 운영은 어떻게 되나=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가결됨에 따라 조계종 원로회의가 인준을 해야 한다. 22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인 원로회의에서 인준이 떨어지면 설정 총무원장은 퇴진해야 한다. 이후 조계종 총무원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권한대행은 총무부장이 맡게끔 돼 있다.  
 
설정 총무원장은 중앙종회가 열리기 직전인 16일 오전 9시에 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진우 스님을 총무부장에 임명했다. ‘권한대행 체제’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최근에 총무부장에 임명한 성문 스님은 하루만에 사직서를 냈고, 그 다음에 내정된 현고 스님도 임명장을 거절했다.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궐위 시에는 60일 이내에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종단의 제도권은 대부분 ‘종헌종법에 따른 절차’를 고수하고 있다. 종정 진제 스님은 지난 8일 ‘설정 총무원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주문하면서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계종 본사주지협의회도 같은 입장이다. 조계종 야권은 이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설정 총무원장이 16일 오전 조계종 임시중앙종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정 총무원장이 16일 오전 조계종 임시중앙종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총무원장 선거 어떻게 전개되나=조계종 총무원장의 임기는 4년이다. 1회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재임에 성공해 8년 임기를 마쳤다. 설정 총무원장은 임기를 시작한 지 10개월만에 불신임되는 불명예를 맞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간접 선거다. 종회의원 81명, 24개 교구본사별로 10명씩(240명) 해서 모두 321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선거인단의 수가 적다보니 종단 정치권의 각 계파에 해당하는 종책모임이 선거판에서는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돈이나 이권으로 표를 매수하는 폐해도 불거지고 있다. 종단의 비제도권이나 재가불자들로부터 ‘총무원장 직선제’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종단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현재 조계종의 최대 종책모임은 ‘불교광장’이다. 예전에 화엄회ㆍ무량회ㆍ금강회ㆍ법화회 등으로 쪼개져 있던 종책모임의 상당수를 자승 전 총무원장이 통합했다. 그래서 ‘불교광장’의 실질적 수장은 자승 전 총무원장이다. ‘불교광장’은 현재 종회의원의 약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종단 야권은 ‘법륜승가회’로 불리는 15명 안팎의 종회의원이 전부다. 종단 정치판에서 ‘불교광장’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불교계에서는 현행 종헌종법과 선거제도에 따라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게 되면 ‘불교광장’이 지명한 후보가 차기 총무원장에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불교계에는 벌써 “‘불교광장’에서 W스님을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민다고 하더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임시중앙종회에 참석했던 설정 총무원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총무원 청사로 향하다가 뒤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임시중앙종회에 참석했던 설정 총무원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총무원 청사로 향하다가 뒤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야권은 승려대회와 직선제 요구=조계종 야권은 23일 오후 1시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서 ‘청정승가 회복을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한다. ‘설정 총무원장의 사퇴’는 1차적 목표일 뿐이고, 종단 정치권과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청정승가 회복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김영국 상임대표는 “종단 정치판을 본질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어차피 ‘그 밥에 그 나물’이 될 뿐이다. 설정 총무원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자승 전 총무원장의 영향력은 그대로다. 그러니 원로회의가 나서서 정치판이 돼버린 중앙종회를 해산하고, 비상대책기구를 설립해 종단의 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야권은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힘을 모아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종단 개혁을 요구할 방침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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