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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강남이 부러워할 강북 스타일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2018.08.16 10:57
박원순 서울시장이 머물고 있는 서울 삼양동 옥탑방 앞의 작은 평상. 박 시장이 지난달 22일부터 머물고 있는 옥탑방은 작은 방 2개와 화장실 하나로 돼 있다. 우상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머물고 있는 서울 삼양동 옥탑방 앞의 작은 평상. 박 시장이 지난달 22일부터 머물고 있는 옥탑방은 작은 방 2개와 화장실 하나로 돼 있다. 우상조 기자

[민선 7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뜨거운 여름,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22일 입주 첫날부터 '쇼'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박 시장은 "나는 뼛속까지 현장주의자"라며 "또 쇼면 어떤가.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쇼라면 얼마든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선 "아직 당선증에 잉크도 안 말랐다"고 했다.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울시장 임기 완주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그의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는 오는 19일 끝난다. 지난 10일 오전 삼양동 옥탑방에서 그를 만났다.  

삼양동 옥탑방서 만난 박원순 시장
"난 현장서 영감받는 현장주의자"
강북은 그동안 개발억제로 피해
자연환경·역사 랜드마크 삼을 것
여의도는 젊은 도시로 전환할 때

외국에선 10년 집권 시장 많아
대권 도전 논의는 시기상조


 
쇼란 지적도 있지만, 강북 옥탑방 살이엔 강북 개발 의지가 담긴 걸로 이해한다.   
“그간 강북은 도시계획, 주거, 도로와 교통, 교육분야에서 고통받아 왔다. 강북을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강남같은 강북'을 만들겠다는 관점으론 새로운 강북 시대를 열 수 없다. ‘강남 같은 강북’이 아니라 ‘강북 스타일’을 만들 것이다."  
 
강북 스타일이란게 무엇인가.   
“강북은 북한산·도봉산같은 웅장한 산과 홍제천처럼 아름다운 지천을 품고 있어 자연환경이 우수하다. 또 4대문 안은 땅만 파면 역사 유적이 발굴될 정도로 유서 깊은 장소다. 강북의 랜드마크는 고층 빌딩이 아닌 이런 자연환경과 역사가 돼야 한다. 이런 특색을 살리면서 도로와 주거환경, 학교 등 인프라 몇 가지를 개선하면 된다. 그게 바로 강남이 부러워할 강북 스타일이 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자세한 것은 한달살이가 끝난 후 19일 정책발표 때 이야기하겠다. 다만 큰 틀에서 말하면 강북의 특징을 살려 구릉지역은 구릉대로, 평지는 평지대로 개발한다는 거다. (구릉이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 아름답지 않나. 지역에 따라 실제 건축 조건은 달라지겠지만, 역세권의 이미 개발된 지역은 더 개발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생활하고 있는 삼양동 옥탑방. 검정색 그늘막은 박원순 시장이 이사와서 설치했다.우상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생활하고 있는 삼양동 옥탑방. 검정색 그늘막은 박원순 시장이 이사와서 설치했다.우상조 기자

강북에 그리 신경쓰면 강남 역차별 아니냐.  
“진정한 평등은 합리적 차별로 실현된다. 강북이 낙후된 만큼 우선적으로 살피는 것뿐이다. 강남과 강북 모두 내 열손가락인데 어디를 더 신경 쓰고 덜 쓰고 하는 건 없다.”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 이후 이 일대 집값이 심상치 않다. 개발은 예정대로 추진하나.  
“내가 얘기한 건 마스터플랜이지 난개발이 아니다. 여의도는 이미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한쪽은 금융업 위주의 업무 도시고, 나머지는 시범아파트처럼 과거 대형 평수로 지어져 어르신 한두분이 살고 있을 뿐이다. 젊은 사람이 들어와 즐기고 놀 수 있는 새로운 도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개발을 하루 아침에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두고 정교하게 설계해나갈 계획이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고도 제한은 변함없나.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시장과 논의해보겠다'고 했는데.  
“변함 없다. 한강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경관을 다 막아 도시 전체가 얼마나 옹색해보이겠나. 세계적인 도시들도 예외없이 주변 경관과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건축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박 시장은 2014년 ‘2030 서울플랜’을 통해 한강변 아파트의 최대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했다. 올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플랜을 시민들이 참여해 만들었지만 그동안 강남구와 서울시의 대립·갈등으로 강남구민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못했다”며 “5년마다 한 번씩 버전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내년이 그 시기로 이번에는 강남구민 의견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히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은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만든 것”이라고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한강 주변 아파트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한강 주변 아파트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공페이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관치행정이라 비판한다.  
“서울페이는 과도한 수수료 부담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고통 절감에 뜻을 함께 한 공공과 민간의 합작품이다. 국내 11개 은행과 5개 민간 결제 플랫폼 사업자가 계좌 이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회적 우정의 산물이다. 관치행정·관제페이가 아니라 ‘협치페이’로 봐야 맞다.”
 
광화문 광장을 지금보다 네 배 가까이 확대하고 역사성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그리되면 교통체증이 심화될 거란 지적이 높다.
“자동차 시대에서 보행시대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보행공간이 확대되면 차도 축소는 불가피하다. 광화문 주변 교차로 및 신호체계 개선 등을 통해 차량 피해를 최소하 하겠다. 근본적으론 도심내 승용차 이용량을 줄이는 방향쪽으로 간다."    
 
내년 서울에서 열릴 전국체전을 평양과 공동개최한다고 했는데 북한과 접촉이 있나.  
“아니다. 아직은 시 차원에서 나설 때가 아니다. 해봐야 변동 가능성과 리스크가 굉장히 많다. 서울시에 남북협력추진단을 만드는 등 준비는 돼 있다. 중앙정부와 논의 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박원순의 청계천’이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서울시장 박원순의 대표 업적은 뭔가.  
“지금은 70년대 토목건축 시대가 아니다. 굵직한 공사 ‘한방’으로 1000만 서울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없다. 서울 시민이 원하는 소확행, 워라밸을 위해 그간 나무 1200만 그루를 심고 에너지 소비를 원전 2개 분량이나 줄였다. 보행친화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계속 탈바꿈 중이다. 높은 건물이 아니라 시민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 현안 가운데 미세먼지·교통문제 등 중앙정부는 물론 인천·경기도 등 타 지자체와 협업이 필요한 정책도 많다.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도가 '호흡공동체'로 동맹을 맺었다. '서울형 공해차량 운행 제한' '서울형 자동차 친환경등급제' 등의 정책도 인천·경기도와 공동 추진한다. 동북아 도시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베이징시와 '미세먼지 핫라인'을 가동하고 대기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 분권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지방 분권에 대한 대통령 의지는 확고하다. 연방정권에 준하는 지방분권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헌법 개정이 실패로 끝났지만 정부의 모든 정책으로 지방분권 실현하라는 의지도 밝혔다. 주무 부서인 행정안전부가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대권 도전하려면 시장 임기 중간에 내려놔야 한다.  
“아직 당선증에 잉크도 안 말랐다. 벌써 다음 행보를 얘기하시나. 지금은 서울 시장 역할에 집중할 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리콴유 세계도시상 시상식에서 할리마 빈티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리콴유 세계도시상 시상식에서 할리마 빈티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임기는 완주할 계획인가
“이 얘기는 그대로 실어달라. 오스트리에 빈은 지금껏 사회민주당 출신만 시장에 선출됐다. ‘삶의 질이 좋은 도시’로 매년 1등한다. 정책의 일관성이 도시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하는 예다. 실제로 외국에는 10년 이상 집권하는 시장이 많다. 런던의 켄 리빙스턴, 파리 드라노에 시장, 뉴욕 블룸버그 시장 등이 그랬다.”
 박 시장은 올겨울에는 금천구의 옥탑방에서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쇼가 계속되는 것이냐" 묻자 "계속 되면 쇼가 아니지 않겠느냐"고 했다. 
  
 염태정·박형수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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