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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20대男 집유…이유는 "술 취했기 때문에"

중앙일보 2018.08.16 10:48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화가 나 사귈 당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한 소위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범행을 저지른 대학생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프리픽]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화가 나 사귈 당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한 소위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범행을 저지른 대학생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프리픽]

홍대 몰카女엔 징역...여성계, 사법부에 분노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여성 실형, 안희정 무죄선고에 이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유포 남성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사법당국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이영욱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씨(24)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성폭력 치료 강의 24시간 수강을 명령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26일 부산의 한 주점에서 여자친구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B씨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여자친구 지인에게 전송하고 한 달 뒤 말다툼을 하던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피해 여성은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은 물론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A씨는 피해를 변상하거나 용서받지 못했다”며 “다만 술 마신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젊어서 자신의 성행을 개선할 가능성이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홍대 사건과 비교했을 때 판결문 이해 안 된다" 
서울서부지법은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모(25)씨에게 지난 13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지난 5월 '홍대 몰카범' 안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서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뉴스1]

서울서부지법은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모(25)씨에게 지난 13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지난 5월 '홍대 몰카범' 안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서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뉴스1]

여성들 사이에선 이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직장인 이모(30)씨는 “남자들은 잠정적 성범죄자 취급한다고 불편해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이 언제 돌변할까 봐, 그리고 법이 피해를 지켜주지 못할까 봐 연애가 두려운 것”이라며 “이럴수록 남녀 갈등이 심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이런 판결이 나오면 '돈 많은 집 아들인가'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여성커뮤니티에도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에 한 네티즌은 “불법 촬영물을 엄벌할 것처럼 홍대 사건을 본보기로 실형 선고했으면서 영상을 유포하고 폭행까지 한 대학생은 대체 왜 집유인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홍대 사건 판결문과 비교했을 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판결을 맡았던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피해자가 사회적 고립감·우울감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누드모델로서 직업 활동 수행이 어려워 보이는 등 피해가 상당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술 마시면 집유" 주취 감경 비판 목소리 
남성 커뮤니티에도 어이없는 판결이라는 의견이 많다. 커뮤니티 엠엘비 파크에는 “이젠 동영상 유출도 술 먹고 했다 하면 집행유예구나” 등 주취 감경에 대해 지적하는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러니 여자들이 들고일어나는 것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1]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1]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리벤지 포르노를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14일 대표 발의했다. 술 마시고 범죄 저지르면 가중처벌하는 형법 개정안도 지난 7월 발의된 바 있다.
 
박해리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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