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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랑]한여름에 얼음이 꽁꽁얼고 찬기운이 파고드는 트윈터널까지…밀양은 춥다

일간스포츠 2018.08.16 07:00


경남 밀양은 덥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 중에 한 곳이다. 이름이 '햇볕이 빽빽한' 탓인지 아니면 지형이 분지형이어서 그런지 정말 덥다. 밀양은 추운 곳이기도 하다. 그것도 한여름에 말이다. 8월에 더운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춥다니? '더위먹었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추운 것도 맞다. 얼음골이 있어서다. 또 최근에는 경부선 폐터널을 이용해서 겨울을 느낄 수 있는 곳도 한 곳 만들었다. 모두들 "더워서 죽겠다"고 아우성이지만 "아~추워"를 연발하는 곳이 밀양이기도 하다.
 
 

손이 시린 한여름의 얼음골

사실 천연기념물 224호인 얼음골을 TV에서도 수 없이 봤다. 그럼에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더우면 더울수록 얼음이 더 얼고, 추우면 추울수록 더운 김이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그런 곳이 사실 믿어지지 않았다. '조금 시원한 걸 가지고 뻥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한번 찾아가봐서 찬 기운을 느껴봤다. 정말 일찌감치 겨울에 와 있는 듯했다.

멀리서 보면 얼음골은 V자 모형인데 군데 군데 기암괴석 절벽이 있다. '남쪽의 금강산'이라고 하지만 산 많은 우리나라에서 저 정도의 산세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계곡이다.

주차장에서 내려 얼음골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올라갔다. 표지판에는 15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오르막 길을 30분 정도는 족히 올라가야했다. 올라가는 길은 슈퍼 폭염을 피해서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얼음골로 올라가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계곡 아래에서는 물놀이도 즐기는데 위로 올라갈 수록 사람들은 물이 아니라 바위에서만 더위를 피하고 있어서다. 해설사가 "물이 너무 차가워서 발을 담갈 수가 없어서"란다. "이 더위에 정말요?"라며 질문이 튀어 나왔다. "아마도 물속에서 1분도 참지 못할 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음이 어는 결빙지에서 400m쯤 떨어진 매표소 입구부터 시원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계곡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등산로에서는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200m쯤 올라가서 천황사입구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자 새로운 세계가 나타났다. 엄청 더울 때 냉장고 문을 확 열었을 때의 그 바람이 확 몰아쳤다. 보통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그런 바람이 아니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 그 자체였다.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200m 등산로를 따라 바위 틈이 있는 곳에서는 계속해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침 물이 흐르는 곳이 있기에 손을 담갔다. 첫 느낌은 '좀 차갑네'였는데 10초 쯤 지나니 마치 얼음을 만질 때 그런 느낌처럼 시렸다. 20초쯤 지나자 손이 저절로 오그라들었다. 결국 1분은 커녕 30초도 못 견디고 손을 뺐다. 정말 차디찬 얼음물이었다. 

 


결빙지에 도착하니 아쉽게도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얼음이 많이 녹아내렸다. 밑바닥에 약간 남은 얼음만 보였다. 그래도 그 차가운 기운만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결빙지에 가까운 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다들 한마디씩 했다. "아~ 춥다 추워."

한여름의 평균 기온이 0.2도. 말도 안 되는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지질학자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얼음골은 그냥 '자연의 미스터리'로 남겨놓아야 할 듯했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트윈터널

전국적으로 기찻길이 직선화되면서 이용하지 않는 터널들은 다양한 용도로 변모했다. 경북 청도의 와인터널이 대표적이다. 경춘선 강촌역의 레일바이크도 폐선로와 폐터널을 이용한 시설이다.

폐터널이 캐릭터를 이용한 빛 테마파크로 변모한 곳이 있다. 바로 밀양 삼랑진읍에 있는 트윈터널이다. 트윈터널은 역사가 오래됐다. 조선 고종의 명으로 산을 뚫어 만든 기찻길이다. 고종의 명이라고 하지만 일제가 1901년부터 1904년 12월27일까지 경부선 철도를 건설했는데 그때 뚫었던 터널이다. 역사만 해도 100년이 넘는 그런 터널이다. 2004년 서울과 부산을 잇는 KTX가 개통되면서 꾸불꾸불했던 경부선은 직선화됐고 이 터널도 운명을 다하게 됐다. 개통 100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질 뻔 했던 이 폐터널은 대대적인 새단장을 거쳐 2017년 빛 테마파크로 재탄생했다.

터널 입구는 더운 공기가 들어가는 것을, 찬 공기가 빠져나오는 것을 막는 플라스틱으로 된 큼지막한 커튼이 있었다. 이를 열어 젖히고 터널 속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똑 같이 영상 14도를 유지하는 터널 속 기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터널은 입구부터 수많은 LED전구로 불을 밝혔다. 1억 개나 되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전구가 연출하는 빛의 세계에 '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몇 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한기가 느껴졌다. 14도였지만 살짝 추운 기운이 살갗을 파고 든 것이었다. 상행선 457m, 하행선 443m인데 한쪽 끝을 막고 두 터널을 연결한 덕분에 이 찬 기운은 빠져나갈 데가 없었다.

 


갈수록 더 추운 느낌이 들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타났다. 핑콘이 눈에 들어오는가 했더니 다양한 물고기가 헤엄쳤다. 희고 붉은 LED장미와 벚꽂이 활짝 피기도 하고 하트모양의 빛 터널 등이 이어졌다. 꼬마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은 너나할 것 없이 사진찍기에 바빴다. 미니 수족관도 있었는데 세계의 다양한 물고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끝부분에는 로보트 태권 V가 벽면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출구로 빠져나오자마자 안경에 뿌연 성애가 낄 정도로 바깥 기온이 후끈했다. 다시 터널속으로 되돌아 가고 싶었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밀양 얼음골까지는 차로 약 5시간 걸린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400원. 인근에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1.8㎞) 가장 높은 곳(1020m) 까지 올라가는 얼음골케이블카가 있다. 탑승료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9000원. 또 화강암이 수십 만년 동안 물에 패여 커다란 소를 이루는 시례호박소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를 모신 표충사도 있다. 트윈터널은 입장료 어른 7000원, 어린이 4000원.
 
·사진=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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