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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보다 급여 많은 차장...증권사는 ‘샐러리맨 신화’의 마지막 영역?

중앙일보 2018.08.16 04:00
한국투자증권의 김연추 차장이 올해 상반기에 오너보다 많은 22억2998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으면서 증권사의 성과보수 시스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제조업계나 건설업계 등에서 거의 소멸한 ‘샐러리맨 신화’가 존재하는 최후의 영역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차장, 직접 개발·운용 ETN ‘히트’
신한·한화·교보 등에서도 5억 이상 부장·과장
샐러리맨 신화 가능한 증권사 성과보수 시스템 눈길
철저한 성과 보수 중심...연봉 양극화도 심해

김 차장의 급여는 이 회사 최대주주(지분 20.23%)인 김남구 부회장이 받은 보수(13억1135만원)보다 10억원 가까이 더 많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20억2755만원)과 비교해도 높은 연봉이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연봉 22억원을 받은 차장급 직원이 등장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서 연봉 22억원을 받은 차장급 직원이 등장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상장사를 대상으로 임원 외에 일반 직원 중에서도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면서 드러난 사실이다. ‘금수저’ 기업 오너, 극소수 최고경영자(CEO)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수십 억원 연봉의 주인공 자리에 증권사 차장의 이름이 올랐다. 
 
이 때문에 22억 급여 차장의 존재가 가능한 증권사 성과급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김 차장은 자신이 개발하고 직접 운용도 한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이 은행 판매 창구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 상품은 코스피 200지수가 5% 상승, 5% 하락 구간 내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올 상반기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김 차장이 개발한 ETN이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이 상품이 수천억 원이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그는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 
 
주목받은 건 김 차장만이 아니다. 상반기에만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증권사 직원은 적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에선 김동률 과장 8억3800만원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에도 유재석 부장이 8억3800만원 보수를 기록했다. 교보증권의 백영훈 부장은 7억5882만원을 받았다. SK증권의 구기일 부장은 8억7700만원, 김태훈 부장은 7억2600만원 보수를 받았고, 유안타증권의 임성훈 차장(6억9300만원)과 전기범 차장(6억8200만원)도 5억원 넘게 받았다.
 
이런 고액 급여가 가능한 건 영업·판매 결과가 철저히 수치로 나오는 증권업계 특성 때문이다. 실적 중심의 성과급 구조로 인해 임원이 아닌 팀장, 부장, 차장, 과장급 직원도 고액 연봉을 받을 기회가 있다. 
 
김연추 차장의 상반기 급여 22억여원 중에도 본봉이 아닌 상여금이 21억1878만원에 달한다. 다른 고액 연봉 직원들의 경우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파생상품 개발, 부동산 투자 부문에서 최근 많은 수익이 나면서 이 부문 소속 임직원 가운데 고액 연봉자가 많이 나오는 추세다. 
 
물론 전통적인 증권업계 핵심 고액 연봉 부서는 영업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본사 영업 직원은 전체 직원 평균(8828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2억58만원 연봉(남자 직원 기준)을 받는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중앙포토]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중앙포토]

 
다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모든 임직원에게 이런 고액 급여의 기회가 돌아가는 건 아니다. 실제로는 수억 원대 연봉을 받지 못하는 직원이 대다수다. 철저한 성과 중심주의라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22억원 급여 수령 차장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은 한국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한국투자증권 전체 직원 2509명의 평균 연봉(연간 급여 총액)은 7751만7174원이다. 은행ㆍ증권업계 평균 연봉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직원 평균 연봉으로는 메리츠종금증권(8828만원)에 오히려 뒤진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회사 내에서는 김 차장이 소속된 투자공학부나 부동산부 등 많이 버는 부서에서 일을 잘한 직원이 다른 직원에 비해 성과급을 많이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물론 그렇지 못한 부서에 속한 직원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직원들 사이에 ‘나도 잘하면 많이 벌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진 건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능력만큼 ‘운’도 중요하다. 김 차장 역시 올해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해당 상품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한투증권 직원은 “채권을 파는 브로커의 경우 지금과 같은 이자율 상승기에는 채권값 자체가 떨어져 버려서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실적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며 “능력 있는 사람이야 자기 능력껏 벌어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기류를 잘 탄 경우엔 평소보다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숙ㆍ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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