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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당신은 어떤 국가주의자인가

중앙일보 2018.08.16 00:21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가주의는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민족주의의 선한 표정인가 하면 어느새 사회주의·공산주의의 탈을 쓰기도 한다. 가끔 전체주의가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시장·자유·개인주의와 크게 다투기 일쑤다. 국가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화젯거리가 넷 있다. 당신은 어떤 국가주의자인가.
 

구한말 조선에도 있었고
미국에도, 중국에도 있다

① 고애신 “누군가는 싸워야 되지 않겠소”=요즘 핫하다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때는 구한말. 부모는 양반에게 맞아 죽고 아홉 살 나이에 자신도 추노(推奴)에게 쫓기다 미국으로 도망쳤던 유진초이(이병헌 분)가 성년이 돼 미국 영사 대리로 귀국한다. 그가 ‘운명의 연인’ 고애신(김태리 분)에게 묻는다. 사대부 댁 규수로 총술을 익혀 비밀리에 의병활동을 하는 고애신은 초절정 암살자다. “그건 왜 하는 거요? 조선을 구하는 거.”
 
고애신이 대답한다. “꼴은 이래도 500년을 이어져 온 나라요. 그 500년 동안 호란·왜란 많이도 겪었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지켜내지 않았겠소. 그런 조선이 평화롭게 찢어발겨지고 있소. 처음엔 청이, 다음엔 아라사가, 지금은 일본이, 이제 미국 군대까지 들어왔소. 나라 꼴이 이런데 누군가는 싸워야 되지 않겠소?” 유진이 다시 묻는다. “그게 왜 당신인지 묻는 거요.” 다시 애신의 답. “왜 나면 안 되는 거요.”
 
유진은 그런 애신에게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 애신은 침묵한다. 애신의 국가주의는 아직 답을 알지 못했다.
 
② 라파엘 리프 MIT 총장 “중국의 도전은 미국의 기회”=리프 총장은 전자공학 박사로 반도체 전문가다. 이달 초 그는 뉴욕타임스에 미·중 무역분쟁을 국가와 기술의 시각으로 분석한 칼럼을 실었다. 그는 “중국은 양자컴퓨터는 물론 모바일 결제, 얼굴·음성 인식 기술,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우주 분야까지 국가적 투자를 하고 있다” 며 “미국이 대응하지 않으면 10년 내에 중국은 세계 최고 기술력 국가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세 가지 힘, 최고의 대학과 연방정부의 지원, 세계 최고의 인재를 받아들이는 이민 시스템을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 선진국으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면 이런 강점을 두 배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③ 지린(吉林)대 리샤오(李曉) 교수 “겸손하게 미국을 배워야 한다”=지난 6월 30일 리 교수는 지린대 졸업식 축사를 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의미·배경·전망·대응을 다룬 장문의 연설인데, 중국 네티즌의 반응이 뜨거웠다. 바이두엔 연관 검색어만 5만 개가 넘는다. 지난주엔 국내 SNS도 달궜다. 그는 ‘중국 굴기’의 교만에서 벗어나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로 돌아갈 것을 말했다. “지금은 미국과 상대가 안 되니 혁신 국가를 만드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했다. 혁신 국가는 중국인 개개인이 여섯 가지 능력 곧 학습 능력, 독립적 사고 능력,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 심미(審美) 능력, 고난 극복 능력, 사명감을 갖출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 중화민족에게도 진정 희망이 있다”며 말을 맺었다.
 
④ 김병준 “문재인 정부는 국가주의”=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국가 주도형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주의 논쟁의 포문을 열었다. 학교 내 커피 자판기 설치, 원가 공개, 가격 통제 따위를 국가주의로 규정했다. 여당은 “독재정부 이미지를 씌우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병준은 묻고 있다. 정부가 임금도, 근로 시간도, 가격도 정하는 게 정상인가.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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