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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들·농구 대통령·도마의 신 … 실력도 메달도 대물림

중앙일보 2018.08.16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바람의 아들’과 ‘바람의 손자’ - 이종범 야구대표팀 코치-아들 이정후(외야수). [뉴스1]

‘바람의 아들’과 ‘바람의 손자’ - 이종범 야구대표팀 코치-아들 이정후(외야수). [뉴스1]

‘농구대통령’과 두 아들 - 허재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장남 허웅(포워드), 차남 허훈(가드)

‘농구대통령’과 두 아들 - 허재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장남 허웅(포워드), 차남 허훈(가드)

 ‘도마의 신’과 딸 - 여홍철 전 체조 국가대표-딸 여서정(기계체조). [연합뉴스]

‘도마의 신’과 딸 - 여홍철 전 체조 국가대표-딸 여서정(기계체조). [연합뉴스]

 
‘농구 대통령’과 두 아들, ‘바람의 아들’과 ‘바람의 손자’, ‘도마의 신’과 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D-2
이종범 코치 아들 정후, 뒤늦게 선발
허재 농구 감독 두 아들 웅·훈 출전

도마 여홍철 딸 서정도 메달에 도전
‘누군가의 아들·딸’ 영원한 부담감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스포츠 스타와 그의 피를 물려받은 2세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다.
 
먼저 ‘허씨 삼부자’로 유명한 허재(53) 감독과 장남 허웅(25·상무), 차남 허훈(23·KT)은 남자 농구 금메달에 도전한다.
허재는 선수 시절이던 1997-9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손목이 골절됐는데도 투혼을 발휘해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갔다. [중앙포토]

허재는 선수 시절이던 1997-9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손목이 골절됐는데도 투혼을 발휘해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갔다. [중앙포토]

 
허재 감독은 한국 농구의 전설이다. 1990년 세계선수권 이집트전에서 혼자 62점을 몰아넣었다. 선수 시절 아시안게임에는 세 차례 출전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선 은메달을 땄고, 1990년 베이징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A조 예선 한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오른쪽)-허훈 형제가 작전 타임 후 코트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A조 예선 한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오른쪽)-허훈 형제가 작전 타임 후 코트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허 감독은 농구대표팀 엔트리 12명에 두 아들을 뽑았다. 군인 팀 상무 소속 상병인 허웅은 지난해 8월 뉴질랜드와 아시아컵 3~4위전에서 3점 슛 5개 포함, 20점을 올렸다. 지난해 연세대의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둘째 허훈은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KT에 입단했다. 포워드 허웅은 아버지 허재와 3점슛을 쏘는 자세가 비슷하고, 포인트가드 허훈은 배짱 넘치게 경기를 조율한다.  
 
그러나 허 감독이 2년 전 형제를 대표팀에 뽑은 뒤부터 ‘특혜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일부 팬들은 “아버지가 감독이라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비난한다. 허웅은 포워드치고는 키(1m 86cm)가 작은 편이고, 허훈은 프로 첫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A조 예선 한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왼쪽)-허훈 형제가 경기 중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A조 예선 한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왼쪽)-허훈 형제가 경기 중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허씨 삼부자는 ‘금수저 논란’과 싸우고 있다. 허 감독은 두 아들에 대해 “코트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감독과 선수’ 관계”라고 선을 긋는다. 아버지를 “감독님”이라 부르는 허웅도 “잘못하면 지적받고, 잘하면 칭찬해주시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한국농구는 14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04-65로 대파했다. 허웅은 11점, 허훈은 어시스트 6개를 올리면서, 김선형(SK)과 이정현(KCC) 등을 지원사격했다. 허웅과 허훈은“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입을 모은다.
해태 시절 이종범. 당시 그는 바람처럼 발이 빨라 바람의 아들이라 불렸다. [중앙포토]

해태 시절 이종범. 당시 그는 바람처럼 발이 빨라 바람의 아들이라 불렸다. [중앙포토]

 
야구대표팀 외야수 이정후(20·넥센)는 아버지 이종범(47) 코치와 함께 사상 첫 ‘부자(父子) 야구 금메달’을 노린다. 1993년과 97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이종범 코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부상 탓에 두 달 전 대표팀 명단에서는 제외됐던 이정후는 이달 들어 타율 5할이 넘는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부상을 당한 박건우(두산)를 대신해 뒤늦게 야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정후는 대표팀 외야 수비 및 주루코치를 맡는 아버지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이정후가 4회초 2사 만루서 좌전 2루타를 날리고 아버지 이종범 코치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이정후가 4회초 2사 만루서 좌전 2루타를 날리고 아버지 이종범 코치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의 아들’ 이종범처럼 발이 빨라 ‘바람의 손자’라 불리는 이정후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야구대표팀은 26일 대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선수 시절 도마의 신이라 불린 여홍철. [중앙포토]

선수 시절 도마의 신이라 불린 여홍철. [중앙포토]

‘도마의 신’ 여홍철(47·경희대 교수)의 둘째 딸 여서정(16)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에 출전한다. 여홍철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땄고, 1994년과 1998년 아시안게임에선 2연패를 이뤄냈다. 아내 김채은(45)씨도 기계체조 국가대표를 지냈다.
ㅈ난 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기계체조 여자 국가대표 여서정이 도마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ㅈ난 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기계체조 여자 국가대표 여서정이 도마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서정은 부모의 ‘체조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경기체고 1학년 여서정은 지난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 월드 챌린지 컵 여자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땄다.
 
여홍철은 선수 시절 고난도 기술 ‘여1’과 ‘여2’를 펼쳤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여서정은 아직 미완성인 고난도 기술 ‘여서정’ 보다는 한 단계 낮은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핸드스프링 이후 540도를 비트는 기술, 땅을 먼저 짚고 구름판을 굴러 뒤로 두 바퀴 돈 뒤 720도를 비트는 기술이다.
지난 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기계체조 여자 국가대표 여서정이 도마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기계체조 여자 국가대표 여서정이 도마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해설위원으로 아시안게임에 동행하는 여홍철은 "딸은 내 힘과 탄력을 물려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여홍철의 딸이 아닌 여서정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스테판 커리와 아버지 델 커리. [사진 스테판 커리 인스타그램]

스테판 커리와 아버지 델 커리. [사진 스테판 커리 인스타그램]

 
스포츠 스타를 부모로 둔 2세들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이란 부담감과 싸워야 한다. ‘네덜란드 축구 전설’ 요한 크루이프의 아들 요르디(44)는 선수 시절 내내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크루이프의 아들’로 살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가드 스테판 커리(29)는 3점 슈터였던 아버지 델 커리(54)의 업적을 뛰어넘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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