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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무죄 받은 성폭행 사장이 2심서 유죄 받은 까닭

중앙일보 2018.08.16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에 검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과연 항소심 재판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까.
 

피해여성 진술 신빙성 2심만 인정
1심 무죄 뒤집히는 사례 많진 않아

15일 중앙일보가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됐던 주요 혐의인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관련한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1심에서 무죄가 난 사건이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2심에서 안 전 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사실오인’이 인정될 경우 2심에서 유죄가 되고,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된 사례가 있었다.
 
전주지법은 2015년 중소기업 사장 A씨가 여직원과 단둘이 식사하면서 연봉 협상 등에 대해 언급하다가 성추행을 시도하고 자신의 차량 안에서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에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여성이 회식 중 추행당한 뒤에도 자진해 A씨의 차량에 탑승했고, 성폭행 이후 A씨의 차량을 타고 집으로 간 정황 등이 고려됐다. 또 피해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A씨가 보낸 문자에 ‘네’라고 대답한 점도 무죄 선고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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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성폭행 뒤 피해 여성이 옷을 추스르기도 전에 A씨가 차량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어 “집에만 데려다 주겠다는 A씨의 말을 믿었다”는 피해 여성 진술의 신빙성도 인정됐다.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문자에 짧게 대답한 것”이라는 피해 여성의 해명도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이런 내용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을 지낸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그동안 위력에 의한 간음은 장애인이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적용돼 왔고, 안 전 지사의 1심 재판부도 위력에 대한 간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노 변호사는 “가능성은 작지만 1심에서 배척된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새로운 증거나 정황들이 나온다면 ‘사실오인’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2심 재판부가 논란이 된 위력 부분을 좀 더 넓게 해석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나우리)는 “1심 재판부가 위력에 의한 간음을 너무 좁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사실오인을 떠나 위력에 대한 해석을 더 넓게 한다면 ‘법리오해’로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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