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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느낌적인 느낌

중앙일보 2018.08.16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요즘 ‘느낌적인 느낌’이란 표현이 많이 쓰인다. “더위가 한풀 꺾인 듯한 느낌적인 느낌” “눈빛에 담긴 느낌적인 느낌” 등처럼 자주 사용한다. 일반인의 글뿐 아니라 인터넷매체 등의 기사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노래 제목으로도 많이 쓰였다.
 
우선 ‘느낌적인’의 ‘적’에 대해 살펴보자. ‘~적(的)’은 본래 ‘~의’ 뜻으로 쓰이는 중국어 토씨로,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을 우리가 따라 쓰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明治) 시대 초기에 영어의 ‘-tic’을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적’이란 말을 썼다고 한다(다카다 히로시 『本のある生活』).
 
우리나라에서는 개화기 잡지나 소설에서 ‘~적’의 사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렇게 해서 두루 쓰이게 된 ‘~적’은 이제 우리말의 일부분이 됐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남용하는 것이다.
 
‘~적’은 대체로 ‘그 성격을 띠는’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환상적’이라고 하면 생각 등이 현실적 기초나 가능성이 없고 헛된 성격을 띠는 것을 가리킨다. ‘낭만적’ ‘문화적’ 등도 그렇다. 그러나 ‘느낌적’은 어색하다. ‘느낌’이면 ‘느낌’이지 느낌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은 모호하다. 더구나 ‘느낌적인 느낌’ 구조는 더욱 어설프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냥 느낌일 뿐이다. 이처럼 내용은 없이 듣기 좋게 꾸민 글귀를 언어유희라고 한다. 쉽게 얘기하면 말장난이다.
 
‘애처로운 느낌’처럼 어떤 느낌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말이 ‘느낌’을 수식하는 구조여야지 그말이 그말인 ‘느낌적인 느낌’은 지극히 어색한 표현이다. ‘생각적인 생각’ ‘공감적인 공감’ 등처럼 같은 구조의 말을 만들어 보면 이 말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따지고 보면 ‘느낌적인 느낌’은 어떤 느낌인지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묘사하지 못하고 가벼운 말장난에 의존하는 표현이다. 자기 느낌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나 자신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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