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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평화가 경제, 경제공동체 이루는 게 진정한 광복”

중앙일보 2018.08.16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 정착을 통한 한반도 경제 발전이라는 ‘평화=경제’ 구상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전쟁으로 인한 분단이 야기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분단은 전쟁의 공포를 일상화했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역량 소모를 가져왔다. 분단은 안보를 내세운 군부 독재의 명분이 됐고, 이념 갈등과 색깔론 정치의 빌미가 됐다”면서다. 이어 분단 극복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경축사 분석 - 남북관계
경의선·동해선·휴전선 중부 잇는
H자 모양 경제특구 나올 가능성

“한반도 문제에 주인 인식 가져야”
꼬인 북·미관계 풀 ‘중재자’ 강조

문 대통령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도 인용해 향후 30년간 남북 간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170조원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핵화 평화체제가 정치적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한국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북한이 바라는 경협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빅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하는 대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중단 상태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언급하며 “남북 간에 전면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때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간 공개적으로 한국을 향해 제재 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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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이날 공개한 경제 구상은 통일경제특구와 동아시아철도공동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통일경제특구를 개성공단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자본·기술에 북한의 노동력·토지가 결합하는 기존 개성공단 방식에 더해 북측의 개성과 남측 접경지역을 경제적으로 묶어 클러스터화하는 방식까지 염두에 둔 구상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파주·개성·해주를 연계하는 경제특구를 제시했다. 따라서 남북 접경지역을 잇는 특구로 확대될 경우 남북 근로자들이 특구 내에서 군사분계선을 수시로 넘어가는 사실상의 군사분계선 해제구역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의선 남북 구간(서쪽)과 동해선 남북 구간(동쪽)에 이어 휴전선 중부를 잇는  ‘H’자 모양에서 특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1951년 유럽 6개국이 결성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E)가 전례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통해 남북이 몽골·중국·러시아·일본의 중심에 서는 물류·수송의 허브가 돼 동북아의 동반성장을 이끄는 기관차가 되자는 구상이다. 정부 소식통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그간 남북 경협의 가장 큰 문제였던 불안정성을 크게 줄이는 안전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공동체에는 철도 등 경제 분야를 뛰어넘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없애는 쪽으로 발전시키는 안보협력체 구상까지 담겨 있다. 정부 소식통은 “철도공동체가 안보협력체로 가려면 미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6개국+1(미국)로 제안한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 간 신뢰를 자산으로 삼아 북·미가 불신을 극복하고 비핵화에서 진전을 만들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관계가 꼬였다고 남북관계도 이에 종속돼 정체돼선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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