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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사업용 어린이 통학버스 감독 강화해야

중앙일보 2018.08.16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김기혁 교통안전국민포럼 대표 계명대 공과대학장

김기혁 교통안전국민포럼 대표 계명대 공과대학장

2013년 3월 청주에서 통학버스에 치여 세 살배기 세림이가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어린이 통학차량에 후방카메라 설치를 의무화 했고, 어린이가 승·하차하는 동안에는 운전석 쪽에 정지 표지판이 자동으로 펼쳐지도록 했다. 경찰청은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의무화와 인솔교사의 동승 의무화를 도입하는 일명 ‘세림이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대적인 법제도 정비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2017년에만 103건이다. 지난달 17일엔 폭염 속에서 경기도의 어린이집 차량에 4살 아이가 갇혀 숨졌다. ‘세림이법’에 따라 인솔교사가 동승했지만 차 안에서 잠 든 아이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는 정부가 어린이집에 이어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통학버스에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도로교통법에 이 시스템의 차량 설치를 강제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제도 개정이 무의미 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개정의 방향이 개별 사고에 대한 땜질식 대응이 되는 것만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 대부분의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는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하고 있다. 강력한 제제를 가하고, 감시하고, 지켜보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 IT기술의 발달에 따라 핸드폰 앱을 통해 내 아이가 탄 차가 어디에 있는지, 운전자가 위험하게 운행하고 있지는 않는지, 아이는 차에서 제대로 내렸는지를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첨단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적 관리이다. 사람은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이 실수를 보완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개개인의 학부모가 시스템 관리자가 되어 함께 감시한다면 경찰 단속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사업용 차량들은 정부가 법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운전자 면허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험이 있고, 차량에 DTG라는 기기를 부착해 운행을 감시하며, 기준 이상의 사고를 내면 체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된다. 그러나 어린이 통학버스는 차량관리도, 운행관리도 허술하다. 특히 자가용을 사용하는 경우엔 운행 관리를 기대할 수 없으며, 차량에 탑승하는 인솔교사는 교통안전 교육을 수료할 의무가 없다. 교육은 그저 어린이집 원장과 운전자가 2년 동안 3시간짜리 안전교육을 받는 것이 전부다.
 
이번 정부의 대책으로 갇힘 사고는 막을 수 있어도 제2의 ‘세림이’를 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업용 차량에 대한 첨단기술을 이용한 체계적 감시와 종합적인 대책 없이 오늘이 내일보다 더 안전할 거라고 말하기 어렵다. 누군가 지켜보고 강력히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불안하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김기혁 교통안전국민포럼 대표·계명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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