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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폭락 불똥 인도 루피로, 다음은?

중앙일보 2018.08.15 15:32
터키 리라화 폭락에 따른 불똥이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약한 고리인 인도 루피화로 옮겨붙었다. 인도 루피화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달러당 70루피선 사상 최저
아르헨티나 페소도 추가 하락
신흥국 통화 매도에 약한 고리 타격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장이 열린 지 얼마 안 돼 달러 대비 루피화 가격이 70.08까지 치솟았다. 사상 처음으로 70루피 선에 진입하면서 급격하게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올해 들어 9.5% 가치가 떨어진 인도 루피화. 자료=WSJ

올해 들어 9.5% 가치가 떨어진 인도 루피화. 자료=WSJ

 
전문가들은 터키 리라화 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 통화를 팔아치우면서 아시아 통화 가운데 하락세가 지속해온 인도 루피화에 여파가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무역 불균형,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 지출 증가 등이 인도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다.
 
DBS은행의 라디카 라오 경제학자는 “인도 루피화 하락은 루피 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면서 “이머징마켓 통화에 대한 광범위한 매도의 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루피가 70.60까지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루피는 전날에는 1.1% 떨어졌다. 하루 하락률로는 지난 5년간 최대였다. 올해 들어서는 9.5% 떨어졌다.
 
이날 연이어 루피의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인도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루피를 사고 달러를 팔았다. 결국 69.89달러로 안정세를 되찾은 가운데 거래를 마쳤다.
 
루피 가치가 하락하면 석유와 다른 원자재를 사들이는 가격이 더 비싸지고, 결국은 내수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기 때문에 인도 중앙은행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시장 개입이었다. 지난 5개월간 인도 중앙은행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23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풀었다.
 
모티랄 오스왈의 키쇼르 난네 상품ㆍ통화 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위기가 있을 때 이런 조치는 위험에 처한 경제를 구할 수 없고 외환보유고만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에셀 파이낸스의 살릴 다타 대표는 “루피 가치가 점점 떨어져 이제 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루피가 바닥을 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루피화가 터키 리라화 폭락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루피화가 터키 리라화 폭락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전날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리며 자국의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역시 페소 가치가 추가로 2.1% 하락하자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날 1달러에 7.2리라를 넘어선 터키 통화는 6.5 리라 부근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긴급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았던 터키 중앙은행이 다소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한 까닭이다. 터키산업경제협회(TUSIAD), 터키상공회의소(TOBB), 원자재 거래소 등 터키 경제단체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냈다. 터키 중앙은행은 아직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터키 리라화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가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웰스파고증권 에쿼티전략 헤드인 크리스토퍼 하비는 “터키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모든 것이 좋아 보이지만 하루 이틀 만에 모든 것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민트랑 선임 외환 트레이더는 “리라화 가치 하락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근 하락 흐름에서 잠깐 유예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계심 때문에 리라화는 반등했지만,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다. 15일 오후 3시(한국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1.30엔을 기록, 전장보다 0.16엔 상승했다. 유로화는 1달러에 1.1324에 움직여 전장보다 소폭 하락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터키 위기가 끝날 때까지 위험 회피 요소가 남아 있어 안전 투자처로 인식되는 통화의 수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엔과 스위스 프랑도 안전 통화로 여겨지지만, 유동성 면에서 달러가 앞서 있어 결국 달러가 안전 통화 가운데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 이후 펀더멘틀이 비교적 튼튼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직 월가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경제 상황이 터키와 아르헨티나·인도와는 체질적으로 다른 경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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