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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바이오·제약사 '묻지마 공시' 손본다

중앙일보 2018.08.15 12:21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금융감독원이 신약 개발, 기술 수출에 대한 제약ㆍ바이오 상장사의 ‘묻지마’ 공시에 제동을 걸었다. 신약 개발과 연구ㆍ투자의 실패 위험성을 사업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해 공시하도록 모범 규준을 만들었다.  
 
금감원은 15일 이런 내용의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공시 실태와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제약ㆍ바이오 상장사는 투자 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담아야 한다. 신약 개발 내용은 ‘연구개발 활동’ 부문에, 라이센스 계약은 ‘경영상의 주요 계약’ 부문에 집중해 담아야 한다. 또 투자자 판단을 돕기 위해 금감원은 중요 사항 기재 항목을 어떻게 기재할지에 대한 통일된 서식을 만들었다<아래 도표 참조>.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제약ㆍ바이오 모범 공시 사례.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제약ㆍ바이오 모범 공시 사례. [자료 금융감독원]

 
이 모범 기준은 오는 11월 15일부터 제출되는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부터 적용된다. 박재흥 금감원 공시심사실 팀장은 “제약ㆍ바이오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연구와 개발 과정이 특수한 데 그 내용을 투자자에 알리는 데 있어서는 불분명한 게 많았다”며 “투자자가 정보를 구분하기 쉽도록 공시 양식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약ㆍ바이오 상장사의 공시엔 허점이 많았다. ‘신약 개발’ ‘기술 수출’ 등을 내걸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실적, 사업 성과는 관련이 없어 투자자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잦았다. 제약ㆍ바이오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신약 개발은 많은 과정을 거친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전 임상 시험(독성, 치명적 부작용 확인)→임상 1상 시험→임상 2상 시험→임상 3상 시험→판매 승인 신청→판매 승인’의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임상 1상까지 가기도 쉽지 않지만 임상 1상까지 진입하더라도 실제 판매 승인까지 가는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서 판매 승인 단계까지의 확률은 수치로도 따지기 어려울 정도다.
 
 
또 제약ㆍ바이오 산업은 기술 수출에서도 실패 확률, 위험성이 높다. 보통 신약 기술을 수출 계약 등을 맺는 걸 ‘라이센스 계약’이라고 하는데, 실제 수출 계약을 맺더라도 계약 구조는 성공 보수 방식이다. 실제 신약 개발에 최종적으로 성공하고 매출이 나와야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마저도 신약 개발의 높은 실패 가능성 탓에 라이센스 계약에 따른 성공 보수 수취율은 다른 일반 제조업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많은 국내 제약ㆍ상장사에선 임상 초기 시험 단계를 공시하면서 실제 신약 승인, 판매로 이어질 것처럼 과장해 알리면서 투자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기술 수출 역시 이런 방식으로 과장 공시하면서 투자자에게 낭패를 안긴 경우도 많다.
 
금감원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투자 유의 사항과 모범 공시 사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금감원이 마련한 제약ㆍ바이오 공시 모범 기준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공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면 모범 사례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받진 않는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해당 공시 모범 사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따라야 하는 사항이긴 하나 투자자가 불성실 공시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금감원 관계자는 “국회 업무보고 때 연내 증권선물위원회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을) 마무리까지 짓는 일정으로 가겠다고 말한 게 있어 감리를 착수하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 착수했는지, 아직 안 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현숙ㆍ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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