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방대원 2명 목숨 삼킨 2m 낭떠러지 '죽음의 강'

중앙일보 2018.08.15 11:44
신곡수중보 상류 150m 지점 김포대교 교각에 설치된 '위험 안내판'. 가까이 가야 내용이 보인다. 전익진 기자

신곡수중보 상류 150m 지점 김포대교 교각에 설치된 '위험 안내판'. 가까이 가야 내용이 보인다. 전익진 기자

 
[현장기획]한강 신곡수중보는 방치된 ‘수난사고 다발구간’
지난 14일 오후 7시 20분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김포대교 아래 한강. 기자는 0.84t급 어선을 타고 어민과 함께 나가봤다. 지난 12일 오후 소방 수난구조대 보트 전복사고가 난 현장이다. 신곡수중보는 평소에도 민간인 보트 전복 사고가 잇따르는 방치된 ‘수난사고 다발 지역’이다. 최근 3년간 선박 전복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은 위험 지역이다.
  
이곳의 수상안전 관리 상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가양대교 하류 선착장에서 8㎞ 구간 한강을 어선으로 달려 김포대교로 향했다. 방화대교를 거쳐 행주대교를 통과하는 한강 어디에서도 위험 구간인 신곡수중보로 접근을 막거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신곡수중보 상류 150m 지점 김포대교 교각에 설치된 '위험 안내판'. 가까이 가야 내용이 보인다, 전익진 기자

신곡수중보 상류 150m 지점 김포대교 교각에 설치된 '위험 안내판'. 가까이 가야 내용이 보인다, 전익진 기자

 
김포대교에 이르자 교각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충돌 위험 전방 150m 수중보’ ‘위험 전방운항금지’ 등의 내용이었다. 교각 사이를 뱃길로 그대로 달렸다면 발견하기 힘든 상태였다. 교각 가까이 접근해 자세히 살펴봐야만 내용을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행주어촌계 소속 어민 김홍석(60)씨는 “김포대교 일대에서 수십년간 어로 활동을 하는 어민들조차 김포대교에 위험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형식적인 안내 표지판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흐린 날이나 야간에는 조명시설이 없이 표지판이 안 보인다”며 혀를 찼다.
 
이곳에서 33년째 어로 활동 중인 김씨는 김포대교 하류 어선 위에서 눈앞에 보이는 하류 쪽 신곡수중보를 가리켰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교각처럼 물 위로 솟아 있을 뿐 잔잔하게 이어진 수평선으로 보였다. 하지만 선박의 시동을 끄자 거대한 폭포수에서 나는 듯한 물 떨어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150m 앞 수중보 수면은 현재 하류가 2m 정도 낮은 상태로 수직에 가까운 낙차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박이 이를 모른 채 그대로 달렸다가는 곧바로 뒤집어지면서 탑승객들이 소용돌이와 급류에 휩쓸리게 돼 있다”고 했다.  
하류 방면에서 바라본 한강 신곡수중보. 거대한 폭포수를 연상케하듯 한강물이 2m 정도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하류 방면에서 바라본 한강 신곡수중보. 거대한 폭포수를 연상케하듯 한강물이 2m 정도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그는 “게다가 달리던 보트와 제트스키, 요트 등의 선박이 뒤늦게 위험 안내판을 보더라도 달리던 속도에 그대로 수중보 하류의 낭떠러지 같은 강물로 곤두박질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런데도 주말이나 여의도 불꽃놀이가 열리는 날이면 신곡수중보 상류 한강에는 보트와 제트스키, 요트 등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앞서 12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김포대교 아래 한강 신곡수중보에서 김포소방서 소속 수난구조대 보트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수난구조용 보트에 탄 대원 3명 가운데 오모(37) 소방장과 심모(37) 소방교가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한 명은 뒤따르던 제트스키를 탄 소방대원에 의해 자체 구조됐다. 소방관들은 ‘민간인 보트가 떠내려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가 신곡수중보 앞에서 와류(소용돌이)에 의해 보트가 전복되면서 사고를 당했다.  
신곡수중보 위치도. [EBS]

신곡수중보 위치도. [EBS]

 
신곡수중보는 1988년 정부가 염수 피해 방지와 용수확보 등의 목적으로 한강 하구를 가로질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구간에 1007m 길이로 설치했다. 김포 쪽(124m, 가동보 5기)은 댐처럼 수문을 설치해 수문을 열면 물이 빠져나가는 가동보 형태로, 고양 쪽(883m)은 물속에 2.4m 높이의 고정보를 쌓은 형태로 조성됐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수중보 상·하류 강물의 낙차 폭이 변동되는 구조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 망원동 한강 선착장에서 출발한 140마력짜리 보트가 신곡수중보를 통과하면서 낙차로 인해 전복돼 배에 타고 있던 4명이 급류에 빠졌지만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2016년 7월엔 보트에 타고 있던 2명이 수중보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좌초돼 인근 부대 군 장병들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김포소방서는 올해 들어서만 7차례나 신곡수중보 일대에서 수난사고가 발생해 구조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한 소방관이 수난구조용 보트가 전복된 사고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한 소방관이 수난구조용 보트가 전복된 사고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이와 관련,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신곡수중보를 기준으로 한강 상류 500m 혹은 1km 지점 물 위에 대형 부표를 설치하고 위험 지역임을 안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부표는 강 한복판에 대형으로 한 개 혹은 두 개를 띄울 예정이며, 위치는 김포대교와 행주대교 사이쯤으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표지판 설치 계획은 확정됐으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여러 차례 인명 사고가 발생했지만, 관할이 아니란 이유로 손 놓고 있던 서울시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고가 난 후에야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수습에 나섰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그간 서울시는 “신곡수중보는 군사 작전지역으로 통제 권한은 국방부에, 소유권은 국토부에 있다. 시는 일부 시설에 대해 관리운영만 할 뿐”이라며 서울시 차원의 조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심화식(64)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전문적인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장비를 갖춘 채 매뉴얼에 따라 출동한 소방관들도 수난사고를 당할 정도로 신곡수중보는 위험 지역인데 방치되다시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곡수중보에서의 수난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김포대교 쪽 한강에는 민간선박 운항을 전면 금지하고, 이에 대한 계도 및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포·고양=전익진·임명수 기자, 박형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