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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대한민국이 축구 굴기하려면

중앙일보 2018.08.15 00:31 종합 23면 지면보기
정제원 스포츠팀장

정제원 스포츠팀장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축구대표팀이 오늘 밤 바레인과 1차전을 벌인다. 스트라이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 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축구 선수의 가치는 흔히 몸값으로 불리는 이적료로 표시되는데 손흥민의 몸값은 9300만 유로(약 1200억원)를 넘는다. 지난달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 상금 3800만 달러(약 431억원), 총상금은 그 열 배쯤 됐다. 11일 개막한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는 이보다 훨씬 큰 천문학적인 돈이 오간다. 선수들의 몸값도, 수입도 프리미어급이다. BBC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는 2016~17시즌 45억 파운드(약 6조 75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쯤 되면 축구공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21세기 유망 산업이다.
 

축구는 황금알 낳는 거위이자 21세기 유망 산업
한국·중국·일본, 프로축구 단일리그 만들면 빅뱅

축구는 지구촌의 공통 언어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라지만 그게 꼭 맞는 말은 아니었다. 지난달 러시아 월드컵 당시엔 전 국민이 축구 박사였다.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축구 열기가 높아만 가는데 유독 대한민국 축구만 뒷걸음질이다.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보다도 퇴보했다. 한국의 프로축구 K리그는 점점 더 ‘그들만의 리그’가 돼가고 있다. 대중은 K리그에 무관심하다. 왜 그런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스피드는 느려터지고, 백패스가 이어진다. 축구의 생명은 골인데 0-0 무승부 경기가 많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 0-0경기는 총 64경기 중 단 1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0-0 무승부 경기는 8.4%에 그쳤다. 그런데 올 시즌 K리그에선 132경기 가운데 15경기(11.36%)에서 득점 없이 비긴 경기가 나왔다.
 
한국 축구를 일으키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장이 40억원을 내걸었다. 히딩크 못지않은 외국인 감독을 모시고 오겠다는 거다. 그런데 외국인 감독 한 명 모셔온다고 한국 축구가 살아날까.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나서서 ‘축구 굴기’를 부르짖는다. 정작 축구 굴기가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이다. 한국의 축구 팬들은 언제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 우리는 축구를 통해 황금알을 낳을 수 없나. 중국·일본과 함께 한·중·일 프로축구 단일리그를 만들면 어떨까. 현재 한국엔 K리그, 일본엔 J 리그가 있다. 중국은 수퍼리그(CSL)다. 그런데 3개국의 프로축구를 통합하여 ‘월드 사커리그’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잉글랜드는 ‘프리미어’인데 아시아는 ‘월드’라는 명칭을 쓰면 안 되나.
 
21세기는 동북아시아의 시대다. 중국은 미국과 경제 패권을 다투는 세계 경제의 빅2다. 일본은 30년 불황을 이겨낸 뒤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경제 강국이다.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동북아 3국이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쟁을 벌여야 할 때다. 비행기를 타면 광저우에서 서울까지는 4시간도 안 걸린다. 서울에서 도쿄와 베이징까지는 각각 1시간 반이면 족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이동 거리는 훨씬 더 길다. 무엇보다도 연고 도시를 기반으로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단일리그가 1년 내내 계속되면 한·중·일 세 나라에는 빅뱅이 일어난다. TV 중계권을 다른 나라에 판매할 수도 있다. 지금은 아시아가 프리미어리그의 중계권을 사오지만 거꾸로 유럽 시장에 ‘월드 사커리그’의 중계권을 팔지 말란 법도 없다. 동아시아 3국의 관광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당장 서울이나 부산, 도쿄와 오사카, 베이징과 상하이의 팬들이 축구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가 지금과 같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로 자리 잡은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그로부터 20여년, 프리미어리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다. 한·중·일이 힘을 합쳐 단일리그를 만든다면 ‘다이아몬드’를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정제원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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