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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몰카 징역' 이어 안희정 무죄 선고에 들끓는 여성계

중앙일보 2018.08.15 00:07 종합 1면 지면보기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 상급자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와 더불어 ‘미투(#MeToo)’의 상징으로 여겨진 사건이 무죄로 나오자 여성계에선 “시대에 뒤떨어진 편파 판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 1심 판결
“피해자 진술과 제출된 증거론
위력을 행사했다 보기 어려워”

여성계 “시대 뒤떨어진 편파 판결”
김지은 “결과 부당” … 검찰선 "항소”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올해 2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33)씨를 상대로 위력에 의한 간음(4회) 및 추행(1회), 강제추행(5회)을 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유력 정치인이며 도지사인 피고인과 비서의 관계는 업무상 상하관계이지만 피해자 진술과 제출된 증거만으론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법 체계에선 안 전 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재판부는 “국내에선 성관계 때 거부 의사를 밝혔거나, 적극적 동의 의사가 없으면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가 입법화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을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채 성폭행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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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선고 직후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현저하게 저항이 어려운 폭행과 협박이 있지 않은 경우에도 권력이나 지위를 종합적으로 이용했다면 성폭력 피해를 인정한 최근 대법원 판례의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김씨 변호를 맡은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을 했고 이를 의심할 만한 요소가 없는데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죄 증거를 너무 쉽게 배척했다”고 항의했다. 김지은씨도 입장문을 내고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다.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전날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 촬영 사건의 가해자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것을 거론하며 이번 선고 역시 편파 판결이라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에는 “(안 전 지사 무죄 판결이)시위 화력에 횃불을 지피고 있다” “5차 시위는 이런 성폭력 범죄를 포함해 폭넓게 가자”는 등 시위 확대를 제안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이번 판결이 여성 결집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죄 판결로 미투 운동이 일시적으로 위축될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여성 연대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무죄를 선고받은 안 전 지사는 법원을 나가면서 “죄송하다.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민희·홍지유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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