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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전설이 인정한 '도마 남매' 금빛 도약한다

중앙일보 2018.08.15 00:05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도마의 신' 양학선(26)도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4)도 없다. 양학선은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고, 손연재는 지난해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한국 체조 금맥을 이을 새로운 선수들이 있다. '도마 샛별' 김한솔(23·서울시청)과 '기계체조 요정' 여서정(16·경기체고)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을 노리는 여서정(왼쪽)과 김한솔. 여서정은 '도마 전설' 여홍철 교수의 딸이다. 김한솔은 '도마의 신' 양학선의 후계자로 불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을 노리는 여서정(왼쪽)과 김한솔. 여서정은 '도마 전설' 여홍철 교수의 딸이다. 김한솔은 '도마의 신' 양학선의 후계자로 불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한솔과 여서정은 이번 대회에선 도마 종목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두 선수는 한국 도마의 전설에게 인정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도마 금메달 이후 부상에 시달렸던 양학선은 자신의 후계자로 김한솔을 꼽았다. 김한솔은 기계체조 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재성씨의 권유로 아홉 살에 체조에 입문했다. 어려운 기술도 빠르게 습득해 '체조 신동'으로 유명했다. 김한솔은 양학선의 기대대로 매년 성장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도마에선 예선 탈락했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노린다. 지난 8일 진천 선수촌에서 만난 김한솔은 "리우 올림픽에선 경험이 부족해 긴장이 많이 됐다. 이젠 떨지 않고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홍철 교수와 여서정. [연합뉴스]

여홍철 교수와 여서정. [연합뉴스]

 
여서정은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47) 경희대 교수의 딸이다. 여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에선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1998년 방콕 대회에서 2연속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어있는 살아있는 도마 전설이다. 그런 아빠를 따라 여서정도 여덟 살에 체조를 시작했고, 도마를 주 종목으로 삼았다. 여 교수처럼 탄력과 체공력이 뛰어난 여서정은 전국소년체전 여자 기계체조를 평정했고, 올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지난 6월 국제체조연맹 월드챌린지컵 도마에서 우승했다. 여 교수는 "서정이가 나를 닮아서 체조에 소질이 있다. 오히려 나보다 나은 면이 많아서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한솔이 구사하고 있는 여2 기술. 프리랜서 김성태

김한솔이 구사하고 있는 여2 기술. 프리랜서 김성태

 
김한솔은 선배 양학선의 주무기인 '양학선1(도마를 앞으로 짚고 공중에서 3바퀴를 비트는 것)'과 '로페즈(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3바퀴를 도는 것)' 기술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는 "양학선1 기술의 완성도는 80% 정도다. 로페즈 기술은 10번 시도하면 거의 성공하는 편이라 자신있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눈을 잘 못 마주칠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김한솔도 기술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여서정은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 기술을 구사하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신기술 '여서정(도마를 짚고 공중에서 2바퀴를 비트는 것)'은 아빠 여 교수가 한 '여2(도마를 짚고 공중에서 2바퀴 반을 비트는 것)' 보다 반 바퀴(180도)를 덜 도는 기술로 여자 선수가 하기엔 어려운 기술로 평가받는다. 
 
여서정이 도마를 짚고 1바퀴 반을 도는 기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서정이 도마를 짚고 1바퀴 반을 도는 기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래서 그런지 여서정은 아직 국제 대회에서 신기술을 성공한 적이 없다. 고민을 하다가 아시안게임에서 안정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하기로 했다. 팔짚고 돌기 후 도마를 짚고 1바퀴 반을 도는 기술과 덤블링을 해서 도마를 뒤로 짚어 2바퀴 도는 기술이다. 여서정은 "두 기술은 거의 100% 성공하고 있는 반면 신기술은 실수할 확률이 높아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한솔과 여서정의 경쟁자는 모두 북한 선수다. 김한솔은 금메달을 두고 다툴 선수로 북한의 리세광(33)을 꼽았다. 김한솔은 "어렸을 때부터 리세광은 도마의 톱스타였다. 그렇다고 기죽지 않는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기술을 실수 없이 한다면 나도 금메달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리세광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도마 금메달리스트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되면서 실수가 잦다고 한다. 
 
여서정의 경쟁자는 베일에 가려있는 북한의 김수정이다. 북한 여자 도마를 이끌었던 홍은정(29)의 은퇴로 북한이 새롭게 키우는 선수다. 이필영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은 "부상으로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이번 대회에 처음 나와 어떤 기술을 쓰는지 궁금하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홍은정의 뒤를 이을 선수라면 분명 뛰어날 것이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을 노리는 여서정(왼쪽)과 김한솔. 여서정은 '도마 전설' 여홍철 교수의 딸이다. 김한솔은 '도마의 신' 양학선의 후계자로 불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을 노리는 여서정(왼쪽)과 김한솔. 여서정은 '도마 전설' 여홍철 교수의 딸이다. 김한솔은 '도마의 신' 양학선의 후계자로 불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마 남매는 경쟁자보다는 마음 다스리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중요할 때마다 실수를 범하는 김한솔은 양궁 대표팀의 심리 조련사인 김영숙 스포츠심리학 박사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대회가 다가오면서 새벽 3~4시까지 잠이 들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부담이 크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심리 상담을 받아서 대회 당일에는 긴장감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여서정은 얼마 전 체조를 관둘 마음까지 먹었다. '여홍철 딸'이라는 수식어가 무거워 도망가고 싶었다. 그는 "부모님이 '즐기라'고 조언해 주셨다. 연습한 대로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오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빠가 웃는 게 예쁘다고 항상 웃으라고 하신다. 자카르타에서도 도마 경기 전 손을 들고 환하게 웃고 뛰겠다"며 활짝 웃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열린다. 
 
진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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