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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댓글은 사람 아프게 만드는 것” 최태원 회장, 악플러 재판서 직접 증언

중앙일보 2018.08.15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최태원 SK 회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주부 김모씨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 SK 회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주부 김모씨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4시쯤 최태원(58) SK 회장이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 예고 없이 등장했다. 최 회장과 그의 동거인을 상대로 ‘악플’을 단 주부 김모(61)씨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현덕(45·사법연수원 32기) 판사는 “공판정에 앉아계신 분들은 퇴정해주시기 바란다. 전부 밖으로 나가달라”며 비공개 신문을 진행했다. 최 회장의 사생활 문제를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60대 주부 악플에 시달리던 최 회장
피고인측 변호인 강용석 요구에 참여

주부 김씨는 최 회장과 그의 동거인 김씨, 김씨의 어머니 등을 상대로 상습적인 비방 댓글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정에서 최 회장은 그간 가족을 향한 비방 댓글로 겪은 아픔을 소상히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 동거인 김씨는 2016년부터 포털 사이트 등에서 악플 위협에 시달렸다고 호소해왔다.
 
피고인 김씨는 지난해 9월에도 ‘두 번씩이나 이혼한 외신 기자가 최 회장에게 중졸 출신의 동거인을 소개해줬다’는 내용의 허위 댓글을 작성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중에 또다시 댓글을 달다가 문제가 되면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씨는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에도 악성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집행유예 기간에도 재차 악성 댓글 혐의가 불거지자 법원은 애초 검찰이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했던 김씨를 정식 재판에 넘겼다. 범죄의 중대성·상습성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한다. 최 회장의 동거인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학사 학위, 국내 경영대학원(MBA) 학위증명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최 회장이 자신과 동거인 김씨를 상대로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 일부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최 회장 측은 포털 아이디(ID) 51개를 골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 조사 결과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은 17명으로 밝혀졌다. 중복 ID를 사용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중 12명의 신원을 확인해 입건했다. 12명 가운데에는 김씨를 포함해 주부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 김기중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는 “삭제된 댓글까지 포함해 그간 악성 댓글만 약 6만 건이 달렸다”며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더라도 악의적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엄벌해야 제2, 제3의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 출석은 피고인 김씨의 변호인으로 나선 국회의원 출신의 강용석(49·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가 최 회장의 증인 채택을 재판부에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재판을 마친 후 최 회장은 “허위 댓글로 사실을 과장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며 “그래서 바로잡고 법정에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김영민·문현경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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