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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푸틴도 하기 힘든 연금 개혁 … 한달 새 지지율 13%P 추락

중앙일보 2018.08.15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러시아 정부의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길바닥에 붙어 있는 푸틴 대통령의 얼굴 그림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정부의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길바닥에 붙어 있는 푸틴 대통령의 얼굴 그림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죽기 전에 연금 타고 싶다.”
 

연금 받는 나이 5~8년 늦추려다
성난 시민 수만명 연일 반대시위

“우리 호주머니 뒤지는 일을 멈춰라!”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한국 네티즌의 댓글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직연금 개혁안을 내놓자 화난 러시아 국민이 거리에 들고 나온 문구다. 연금 개혁 후폭풍에 ‘차르’(황제)라는 푸틴 대통령마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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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연금 기금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 수급 연령을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연금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발표했다. 논란을 의식해 일부러 러시아 월드컵 개막 전날 발표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자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러시아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모인 시위대는 2㎞가 넘는 거리를 행진하며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경찰 추산 6500여 명, 주최 측 추산 1만2000~5만 명이 거리에 모였다. 시위대는 “푸틴은 도둑놈”을 외쳤고, 그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엔 “우리 앞날을 도둑질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반대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민이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는 연금 수급 연령이 평균 수명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기대수명은 66세에 불과하다. 개정안대로라면 러시아 남성은 연금을 평균 1년밖에 못 받는 셈이다.
 
반발이 거세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폭락했다. 지난달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49%의 응답자만이 푸틴 대통령에게 다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달 만에 13%포인트가 하락한 것으로 4년여 만에 최저치다.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 한 신문을 인용해 연금 개혁을 “푸틴 대통령의 20년 통치 기간 중 가장 위험한 개혁”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에선 과거에도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가 역풍을 맞고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내준 사례가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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