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韓 없는 '하얀 황금'만 60억t…北 광물 매장량 얼마나 되나

중앙일보 2018.08.15 00:01
"저희 쪽에서는 아연이나 철광 같은 광물 수입도 괜찮은데"
 
진한 경상도 사투리와 북한 사투리가 테이블 위에서 만났다. 내용을 들어보니 정치 얘기가 아니다. 사업 얘기다.
 
팽팽한 긴장 중에 남측은 지하자원 수입 카드를 꺼낸다. 술잔이 오갈수록 긴장이 더 높아지는 이 장면은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공작'에 등장했다. 국가정보원의 지령을 받고 해외사업가로 위장해 북한 고위층을 접촉한 '흑금성' 사건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13일 기준으로 '공작'은 누적 관객 수 230만 명을 돌파했다.
 
8일 개봉한 영화 '공작'은 13일 기준 누적 관객수 230만명을 돌파했다. 해외사업가로 위장해 북한 고위층에 접근하는 '흑금성'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8일 개봉한 영화 '공작'은 13일 기준 누적 관객수 230만명을 돌파했다. 해외사업가로 위장해 북한 고위층에 접근하는 '흑금성'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한편 관세청은 지난 10일, 총 7건의 북한산 석탄 및 선철 부정 수입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은 "피의자들은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등에 따라 북한산 석탄 등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석탄을 러시아 항구에 일시 하역한 뒤 제3의 선박에 바꿔 싣고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 세관해 제출해 러시아산인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으로 석탄을 국내에 반입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북한의 경제 관련 이슈에서 광물자원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제12회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에서도, 전문가들은 백두산 과학기지를 설립해, 한국의 기술과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자고 입을 모았다.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진 ‘진룽(Jin Long)’호가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해 인부들이 석탄 하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두 오른쪽에 진룽호에서 하역한 석탄이 수북이 쌓여 있다. 부두 작업자들은 ’석탄을 덤프트럭에 싣고 육로로 경북 경주와 영천 등 석탄가공공장으로 운반한다“고 말했다. [뉴스1]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진 ‘진룽(Jin Long)’호가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해 인부들이 석탄 하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두 오른쪽에 진룽호에서 하역한 석탄이 수북이 쌓여 있다. 부두 작업자들은 ’석탄을 덤프트럭에 싣고 육로로 경북 경주와 영천 등 석탄가공공장으로 운반한다“고 말했다. [뉴스1]

잠재가치 4170조원...어떤 자원이 얼마나 묻혀 있나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주요자원 매장량은 금 2000t, 은 5000t, 아연 2110만t, 마그네사이트 60억t 등이다. 반면 남한의 광물 매장량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 47t, 은 1568t, 아연 460t이 매장돼 있고, 마그네사이트는 보고된 바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 한반도광물자원개발(DMR) 융합연구단의 고상모 단장은 남한과 북한의 광물 매장량의 차이를 한반도 지질의 역사에서 찾았다. 고 단장은 “2억3000만년 이전에는 한반도의 북부와 남부가 떨어져 있었다”며 “북한 양강도의 해산이나 함경남도 단천시, 함경북도 김책시는 중국과 연결돼 산둥반도까지 이어지는 지질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질 벨트가 약 18억년 전인 고원생대에 만들어져 동ㆍ마그네사이트 등 자원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금 2000t, 은 5000t(2016년 기준)을 비롯한 막대한 양의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금 2000t, 은 5000t(2016년 기준)을 비롯한 막대한 양의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광물자원 공사는 북한에 매장된 주요 광물의 잠재가치를 약 4170조원으로 추산했으며 이 외에도 니켈 3만6000t, 철 50억t, 아연 2110만t 등이 북한에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제철산업ㆍ4차산업에 유용한 자원 많지만, 기술 부족한 북한 
 
통일부가 2007년 7월 단천지역 지하자원 남북공동조사를 실시한 이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 3위 규모다. 마그네사이트가 보편적으로 내화제로 사용되는 만큼, 제철산업에 이용도가 높고, 광학장비ㆍ로켓 분사구ㆍ원자로 등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7월18일 오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5고로에서 한 근로자가 뜨거운 쇳물 곁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는 제철산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광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난 7월18일 오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5고로에서 한 근로자가 뜨거운 쇳물 곁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는 제철산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광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고 단장은 흑연ㆍ마그네사이트ㆍ희토류를 고부가가치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주요자원으로 꼽았다. 그는 "국가마다 주력 산업이 다른 만큼 전략자원 역시 다르다” 면서 “마그네사이트는 합금을 통해 알루미늄 대체재로 쓰일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희토류는 IT분야에 필요한 발광체의 원료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자원을 산업화할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에서 "북한의 금 부존량은 2000t이나 되는 데 반해 연간 생산량은 2t 남짓"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반면 한국은 자원을 탐사하고 평가ㆍ채광ㆍ제련하는 기술은 보유했지만 전체 광물 사용량의 88.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단천지구의 산을 백금산(白金山) 이라고도 부른다. 마그네사이트 원광석이 흰빛을 띠는 돌인데다가 이곳은 노천광(광물이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곳)인 것으로 해서 산 전체가 하얀색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하얀 황금’의미로 붙여진 별칭이다. 용양 광산의 모습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에서는 단천지구의 산을 백금산(白金山) 이라고도 부른다. 마그네사이트 원광석이 흰빛을 띠는 돌인데다가 이곳은 노천광(광물이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곳)인 것으로 해서 산 전체가 하얀색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하얀 황금’의미로 붙여진 별칭이다. 용양 광산의 모습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전문가들은 국가마다 전략 자원이 다른 만큼, 북한과 남한이 서로 협력해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 단장은 "북한에도 제련소나 제철소 등 인프라가 있지만 열악한 수준이고 광업 선진국에 못 따라간다”며 “한국이 이러한 점을 이용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