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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식당]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소시지·살라미 사려면

중앙일보 2018.08.15 00:01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홍보대행사 ‘선을 만나다’의 태윤정 대표가 추천한 델리 마켓 ‘써스데이스터핑’입니다.

수제 가공육 전문점 '써스데이스터핑'에서 직접 만든 파테, 살라미, 소시지, 피클.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수제 가공육 전문점 '써스데이스터핑'에서 직접 만든 파테, 살라미, 소시지, 피클.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건강한 소시지·살라미·핫도그를 맛볼 수 있는 곳”
태윤정 '선을 만나다' 대표.

태윤정 '선을 만나다' 대표.

방송 작가 겸 홍보대행사 대표인 태 대표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연희동에서 살았다. 회사도 연희동에 있다. 평일엔 고객이나 지인과 함께 연희동 맛집 투어를, 주말엔 슬리퍼 신고 편안한 차림으로 동네를 산책하며 식당과 카페 등을 둘러본다. 그는 “연희동은 50여 년 전 문을 연 ‘사러가쇼핑’을 비롯해 30~40년 역사의 빵집·김밥집·순댓국집 등 오랜 시간 자신만의 철학으로 가게를 꾸려온 자영업자들이 많은 동네”라며 “그만큼 이곳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한데 써스데이스터핑도 2년 넘게 준비한 내공 있는 가게”라고 소개했다. 

[송정의 심식당]
20년차 연희동 주민 태윤정씨 추천
델리 마켓 ‘써스데이스터핑’

태 대표는 써스데이스터핑에 갈 때마다 정성껏 만든 요리를 맛보며 ‘격’을 선물 받은 것 같단다. 그는 “기존의 사퀴테리(육가공 제품)는 기름지고 짠 데다 향신료 향이 강해서 선호하는 사람이 한정됐다면, 이 집의 사퀴테리는 은은하면서 깊은 맛이 있어 건강한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태 대표는 모든 메뉴를 즐겨 찾지만 처음 온 사람에겐 핫도그를 추천한다. 치즈와 기름진 소스로 범벅된 핫도그가 아니라 직접 만든 소시지와 고수, 절임 무를 넣어 건강한 음식을 먹는 기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희동 노포들 사이에 문 연 새내기  
연희동 사러가쇼핑 안쪽 골목엔 이연복 셰프의 ‘목란’을 비롯해 한정식집·순댓국집 내공 있는 맛집들이 많이 모여있다. 이 중 써스데이스터핑은 조성하 대표가 올 초 문을 연 새내기다. 게다가 동네에 없던 살라미(이탈리아식 드라이 소시지)·소시지·파테(파이 안에 고기·채소 등을 갈아 만든 소를 채운 프랑스 요리) 등을 파는 수제 가공육 전문점이다. 
어린 시절 무역업을 하던 어머니를 따라 외국에 머물 기회가 많았던 조 대표는 자연스럽게 서양 식문화에 흥미를 갖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식음·라이프스타일 관련 프로젝트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어린 시절의 호기심은 “나만의 식품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우연히 셰프인 친구가 있던 미국 캘리포니아에 갔다가 동네에 있던 델리숍을 보며 그의 꿈은 가공육 전문점으로 구체화됐다. 조 대표는 “토끼 등 특수 고기 전문 델리 숍이었는데 근육질의 남자들이 앉아서 세심하게 고기를 손질해 가공육을 만드는 모습이 흥미로웠고 맛도 좋아 한국에서도 이런 숍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두르진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 1년간 서초동의 한 레스토랑 오픈 멤버로 참여해 매니저로 일하며 식음업장 운영 전반을 경험했다. 
써스데이스터핑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T.S.소시지.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써스데이스터핑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T.S.소시지.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이후 본격적으로 매장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제대로 된 가공육을 만들어야 했다. 그때 지인의 소개로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온 김도영 셰프를 만났다. 두 사람은 서촌에 작은 공방을 얻고 1년간 다양한 가공육을 만들었다. 관련 책과 동영상을 찾아보며 매일 살라미·소시지를 만들었는데 쉽진 않았다. 어떤 날은 제법 잘 만들어져 용기를 갖고 다음에 그대로 해보면 비슷한 맛은커녕, 상한 맛만 났다. 조 대표는 “가공육은 상당히 섬세하다”며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는 동안 온도와 습도, 고기 상태에 따라 똑같은 레시피라도 결과가 매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1년 정도 되자 비로소 제대로 된 가공육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가게를 열기 위해 자리를 알아보던 조 대표의 눈에 띈 곳이 지금의 동네다. 도심이지만 한적한 분위기의 골목 안쪽에 있어 원하는 공방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렸다. 이탈리아에서 숙성고가 도착하고, 올해 2월 써스데이스터핑도 비로소 문을 열고 고객을 만나기 시작했다.
 
제주돼지·된장·천일염 등 한국 재료 이용   
써스데이스터핑은 서양식 가공육을 팔지만 한국의 식재료를 많이 활용한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살라미 소프레사는 제주돼지와 된장을 사용해 알싸한 후추향과 함께 콤콤한 된장향이 느껴진다.
제주 흑돼지에 된장을 넣어 만들어 콤콤한 향이 특징이다. 살라미는 재료를 손질해 만든 후 24시간 이상 발효한 후 4주 이상 숙성시켜야 완성된다.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제주 흑돼지에 된장을 넣어 만들어 콤콤한 향이 특징이다. 살라미는 재료를 손질해 만든 후 24시간 이상 발효한 후 4주 이상 숙성시켜야 완성된다.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살라미 피칸테는 청양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낸다. 또한 가공육을 만들 땐 신안 천일염을 사용하되 염도는 최대한 낮췄다. 이 때문에 사퀴테리 특유의 기름기와 염도, 진한 풍미 때문에 거부감을 가졌던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조 대표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익숙한 가공육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기는 통째로 받아 사용한다. 살코기만 받으면 몸은 편하지만 고기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워 번거롭더라도 직접 힘줄·지방·껍질 등을 제거한다. 이렇게 하면 재료비도 낮출 수 있어 일석이조다. 
제주 흑돼지와 펜넬로 만든 살시챠 소시지를 넣은 살시챠 핫도그.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제주 흑돼지와 펜넬로 만든 살시챠 소시지를 넣은 살시챠 핫도그.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써스데이스터핑은 주로 가공육을 포장판매하기 때문에 매장 안팎을 합해 테이블은 4개뿐이다. 하지만 이른 저녁 식사를 하러 오는 가족 단위 고객이 제법 많다. 제주 흑돼지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와 이 집의 다양한 가공육을 담아낸 T.S.플레이트 등을 주로 찾는다. 물론 집에 가서 먹기 위해 포장판매를 원하는 고객이 훨씬 많다. 가공육은 퇴근 후 집에서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를 마실 때 식사 겸 안주로 제격이다. 소시지는 팬에 오일이나 버터를 두른 뒤에 굽고, 살라미는 파스타나 샐러드에 넣어 함께 먹거나 그대로 잘라 안주로 먹어도 좋다. 
깜빠뉴 샌드위치. 핫도그와 샌드위치는 9900원이다.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깜빠뉴 샌드위치. 핫도그와 샌드위치는 9900원이다. [사진 써스데이스터핑]

일주일 내내 문을 열고 직접 만든 가공육을 선보이는데 목요일은 조금 더 특별하다. 어린 시절 동네에 있던 정육점이 소·돼지 잡는 매주 목요일이면 신선한 고기를 싸게 팔아 가족들과 고기를 먹던 추억 때문이다. 조 대표도 목요일마다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만든 새 메뉴 중 반응이 좋은 것은 고정 메뉴가 되기도 한다. 7월에 선보인 오리 프로슈토(이탈리아 햄)는 반응이 좋아 현재 고정 메뉴로 판매 중이다. 목요일 특별 메뉴는 미리 인스타그램에 공지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며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숍에서도 가공육 제품을 살 수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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