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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녹조 못 막는 이유는… '부영양화 지수'에 답이 있다

중앙일보 2018.08.14 06:00
13일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의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초록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다. [사진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13일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의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초록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다. [사진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낙동강 창녕함안보와 금강 백제보 등 4대강 곳곳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올여름 짧은 장마와 강수량 부족으로 보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 데다 폭염으로 수온이 급상승한 탓이다.
 
하지만 4대강 보의 녹조는 올여름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강물에 영양물질이 과잉이어서 녹조를 근본적으로 막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한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의 수질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부영양화 지수(TSI, Trophic State Index) 산정한 결과, 한강 강천보·여주보 2곳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보는 영양 과잉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천보와 여주보는 중(中)영양 상태였지만, 한강 이포보와 낙동강 상주보 등 13곳은 부(富)영양 상태, 영산강 승촌보는 아예 과(過)영양 단계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영양 단계의 호수에서는 남조류 등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에서 비료 같은 역할을 하는 영양물질(질소나 인) 농도가 높아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게 되고, 녹조로 이어져 엽록소a 농도나 COD 농도가 높아진다.
 
부영양화가 가장 심한 곳은 영산강
한강 여주보. 4대강 16개 보 가운데 한강의 여주보와 강천보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나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포토]

한강 여주보. 4대강 16개 보 가운데 한강의 여주보와 강천보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나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포토]

부영양화 지수는 환경부 '물 환경정보시스템'에 제시된 16개 보의 대표 측정지점(보 상류 500m)의 최근 3년 치(2015~2017년) 수질을 바탕으로 산정했다.

환경부는 호수의 수질을 평가하기 위해 부영양화 지수를 개발했으며,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와 총인(TP), 엽록소a 등 3개 항목으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부영양화 지수가 30 미만이면 깨끗한 빈(貧)영양 단계, 지수가 30~50 미만은 중영양, 50~70 미만은 부영양, 70 이상은 과영양 단계로 분류한다.
 
4대강 보의 경우 장마·홍수철을 제외하면 체류 시간, 즉 물이 머무는 시간이 10~30일에 이르는 '호수'라는 점에서 부영양화 지수를 적용해도 문제는 없다고 수질 전문가들은 자문했다.
분석 결과, 강천보는 부영양 지수가 46.5, 여주보는 46.6으로 중영양 단계였다. 승촌보는 지수가 70.7로 가장 높아 과영양 단계였다.
나머지 13개 보는 지수가 50.1(한강 이포보)~68.2(영산강 죽산보) 사이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측정한 수질을 바탕으로 파로호·소양호 등 7곳은 빈영양 단계, 춘천호·팔당호 등 31곳은 중영양 단계, 경포호·낙동강하구·금강하구·영산호 등 9곳은 부영양 단계, 아산호·삽교호 등 2곳은 과영양 단계로 분류한 바 있다.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26일 광주 남구 영산강 승촌보 인근 강물이 탁한 물빛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26일 광주 남구 영산강 승촌보 인근 강물이 탁한 물빛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영양화 호수에서는 태양광이 풍부하고 수온이 높으면 녹조가 발생하기 적당한 조건이 된다.
녹조가 발생하면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할 수 있어 정수처리 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경우 약품처리 등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총인의 농도가 0.035ppm 이상이면 그것만으로 부영양 단계로 판정하는데, 16개 보 가운데 11개 보에서 이 기준을 초과했다.

금강 공주보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총인의 평균 농도가 0.073ppm이었고, 영산강 승촌보는 0.144ppm, 죽산보는 0.109ppm이나 됐다.
낙동강 상류인 상주보가 0.027ppm로 가장 낮았다.
 
환경부 부영양화 지수로는 중영양 단계인 한강 여주보도 총인 농도는 3년 평균 0.036ppm였고, 강천보도 지난해 0.036ppm으로 OECD 부영양화 기준을 초과하기도 했다.
총인 기준을 적용하면 사실상 16개 보 전체가 부영양화 상태인 셈이다. 
 
영양물질 대폭 줄여야 녹조 예방 가능
9일 오후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 낙동강이 녹조 현상으로 인해 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1일부터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9일 오후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 낙동강이 녹조 현상으로 인해 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1일부터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영양물질 과잉 상태인 강물을 가둬놓을 경우 태양광이 풍부하고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는 녹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옛날보다는 많이 양호해졌지만, 아직은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50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하수·폐수 처리장에 총인 제거 시설을 설치했지만, 녹조를 막을 만큼 총인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도 "처리 후 내보내는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 기준을 현행 0.2~2ppm에서 0.01 ppm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사례 등을 보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 관찰된 녹조. [사진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13일 오후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 관찰된 녹조. [사진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방류수 수질 기준을 강화한 덕분에 이 정도 수질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현재 하수처리장 시설로는 총인 농도를 0.1ppm 이하로 내보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총인 기준을 강화하면 처리 약품도 많이 들어가는데, 약품 과다 사용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수처리장 방류수뿐만 아니라 축산분뇨처럼 논밭에 쌓여 있다가 빗물과 함께 강으로 들어오는 비점오염원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점오염원은 축산분뇨나 비료처럼 논밭에서 쌓여있다가 빗물과 함께 강에 들어가는 오염물질을 말하는데,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통해 들어가는 양과 맞먹는다. 
하지만 하수처리장 방류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 축산분뇨나 퇴비로 인한 오염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문 개방이 답이지만 취수구가 문제
13일 충남 부여군 백제보 일원의 금강 물줄기가 폭염으로 확산된 녹조로 녹색을 띄고 있다. 백제보는 현재 지하수 고갈을 주장하는 농민 민원으로 수문이 닫혀있는 상태이다. [뉴스1]

13일 충남 부여군 백제보 일원의 금강 물줄기가 폭염으로 확산된 녹조로 녹색을 띄고 있다. 백제보는 현재 지하수 고갈을 주장하는 농민 민원으로 수문이 닫혀있는 상태이다. [뉴스1]

부영양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보 수문을 열어 녹조 문제를 해결하자는 지적도 많다.
김좌관 교수는 "현재로써는 수문을 여는 것이 가장 '가성비'가 높은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범철 교수는 "수문을 닫은 경우 가뭄에도 보 수위가 변동이 없는데, 이는 그냥 상류에서 내려온 물만 공급한 것이고 보에 가둬 둔 물을 추가로 공급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당장 보에서 물을 공급할 수요처가 없다면 수문을 열어 강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로 물 사용할 곳이 나타났을 때 수문을 닫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녹조는 정체된 수역에서만 발생하고, 흐르는 물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서도 "수문을 개방해 수위를 낮추고 싶어도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당장은 수문을 못 연다"고 말했다.
 
반면, 서동일 교수는 "(보를 없애거나 수문을 개방해도) 고이는 데는 고이고, 흐르는 데는 흐르기 마련이어서 보와는 상관없이 오염물질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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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촌보에는 왜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지난달 26일 촬영한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물은 깨끗하지 않으나 4대강 다른 보와는 달리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촬영한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물은 깨끗하지 않으나 4대강 다른 보와는 달리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전국 16개 보 중에서 오염이 제일 심한 것으로 평가되는 영산강 승촌보.
2015~2017년 3년간 총인(TP) 농도는 평균 0.144 ppm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영양화 판단 기준인 0.035ppm의 4배 이상이나 됐다.
 
그런데, 9일 현재 전국 낙동강 6곳과 금강 3곳에서 녹조가 발생했고, 영산강에도 죽산보에서는 녹조가 관측되고 있으나, 정작 승촌보에서는 녹조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12일 환경부가 밝혔다.
 
식물플랑크톤이 많이 자라 강물이 초록으로 변하는 것을 말하는 녹조(綠潮, green tide)는 보통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가 원인이다.
반면, 승촌보에서는 남조류가 우점종이 아니라 녹조류(綠藻類, green algae)나 규조류(硅藻類)가 우점을 하고 있어 녹조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녹조(綠潮)는 물빛이 녹색이라는 의미이고, 녹조(綠藻)는 식물플랑크톤 가운데 한 종류를 말한다.
남조류에 의한 녹조가 있을 수 있고, 녹조류에 의한 녹조도 있을 수 있다.
 
녹조류 녹조보다 남조류 녹조가 훨씬 심각하다.
남조류는 수돗물에서 악취를 발생시키고, 경우에 따라 독소를 생성하기도 한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는 "물속에 총인 같은 영양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으면 남조류보다는 오히려 녹조류나 규조류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촌보의 경우 다른 지점보다 총인 농도가 월등히 높다보니 남조류 대신 녹조류나 규조류가 자라게 됐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6~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과 영산강 현장에서 실시한 '메조코즘(mesocosm)' 실험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됐다.
환경과학원이 실시한 메조코즘 실험은 지름 1.2m, 높이 3m의 원기둥 모양의 폴리에틸렌(PE) 백을 물속에 넣고 그 속에 강물을 채워 식물플랑크톤의 성장 속도를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커다란 플라스크'로 볼 수 있는 메조코즘을 실험실이 아닌 야외에 설치해서 현장의 수온·광량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다.
메조코즘 실험 장면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메조코즘 실험 장면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이 메조코즘 실험에서 인 농도를 높인 경우 남조류가 성장하기보다는 녹조류와 규조류의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 확인됐다.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영산강물환경연구소장은 "인을 첨가하면 남조류와 녹조·규조류 사이의 경쟁에서 녹조·규조류가 유리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녹조의 원인이 되는 인이지만, 그것도 너무 지나치면 녹조가 억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승촌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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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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