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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마윈의 신유통 … "냉장고 필요 없는 시대 만들겠다”

중앙일보 2018.08.14 00:02 종합 24면 지면보기
중국의 혁신 속도가 무섭다. 정부는 대중창업(大衆創業)과 만중혁신(萬衆創新)을 주창하며 혁신을 이끌고,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대표되는 기업은 통신 및 에너지, 엔터테인먼트 등 전 산업에 걸쳐 4차 산업혁명 역량을 뽐내고 있다. 가장 격렬한 분야가 소비 유통 시장이다. ‘모바일 혁명’은 편의점과 백화점을 몰아낼 기세였다. 그러나 여기가 끝은 아니다. 중국 소비시장에선 지금 온라인·오프라인 통합이라는 또 다른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그 현장을 추적했다.  
 

온라인+오프라인 신 패러다임
유통이 제조와 소비를 견인해

허마셴성, 7프레쉬 등 속속 등장
주변 아파트 가격도 올리고 있어

거대 인구로 일어난 중국 경제
이젠 스마트 기술이 성장의 동력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알리바바의 마윈이 ‘신유통(新零售)’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소비 유통 패러다임을 제기한 건 2016년 10월이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상거래의 틀을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골목 소규모 마켓 등을 고려한 시도였다.
 
컨셉은 간단하다. 기존의 유통이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채널 기능에 머물렀다면 마윈의 신유통은 생산과 소비를 이끌어가는 시장 주도자 역할을 한다. 이제까지 시장 정보를 읽는 건 생산자의 몫이었다. 제조 기업이 시장의 정보를 분석해 생산을 조절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단절이 심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는가 하면 수요 예측 실패로 가격이 폭등하기도 한다. 생산자들은 언제나 시장 눈치를 봐가며 가격 경쟁을 벌여야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마윈의 신유통은 이와 다르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세밀하게 분석해 생산 업체에 전달하고, 기업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양의 상품을 고객 요구에 맞춰 공급한다. 디지털화된 매장에서 소비자의 쇼핑 패턴은 데이터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는 지속해서 개선된다. 쇼핑은 더 즐거워진다.
 
이 모든 게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정적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들이 모두 동원된다. 드론, 로봇, 무인창고 등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보의 엇박자 없이 생산과 소비가 시공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게 마윈의 신유통 구상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에 ‘허취팡(盒區房)’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 매장인 ‘허마셴성(盒馬鮮生)’의 주변에 있는 주택을 뜻한다. 다른 곳보다 비싸다. 허마셴성이 있으면 편하고 싸게 생필품을 살 수 있기에 집값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집값까지 들썩이게 하는 걸까?
 
허마셴성 매장은 겉으로 보기에 일반 식품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가면 디지털로 무장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핸드폰으로 전자 가격표를 스캔하면 제품의 원산지, 농장 소개, 각종 검사 결과 등의 정보가 뜬다. 제품의 유통 과정이 그대로 나타나기에 신선하지 않으면 팔 수 없는 구조다. 현금은 없어도 된다. QR코드로 긁으면 알아서 다 계산해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집된 소비자 데이터는 또다시 빅데이터로 모여 서비스에 반영된다.
 
허마셴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마트 천장에 달린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쉼 없이 돌아가는 장바구니 행렬이다. 소비자는 따로 물건을 담을 필요가 없다. QR코드로 주문해 핸드폰의 ‘모바일 장바구니’에 담으면 그만이다. 그다음부터는 직원이 다 해준다. 주문이 완료된 제품은 천장 레일 바구니에 실려 물류 센터로 보내진다. 3㎞ 이내, 30분 배달이 원칙이다. 주문한 물품이 먼저 집 현관에 도착하기도 한다. 매번 매장에 나올 필요도 없다. 바쁜 직장인들은 한두 번 매장에 나올 뿐 그다음부터는 직장에서, 집에서 안심하고 핸드폰으로 장을 본다. 그런 면에서 매장은 제품을 전시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배달 센터가 된다.
 
물류 창고이기도 하다. 허마셴성은 빅데이터로 취합된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예상되는 주문 상품을 미리 배치한다. 우리 아파트 옆에 내가 사용할 생필품 창고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냉장고가 필요 없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게 마윈의 꿈이다.
 
알리바바는 2016년 1월 상하이에 허마셴성 1호점을 낸 후 지난 7월 말 현재 12개 도시에 68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장기적으론 매장을 2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유통은 알리바바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징둥(京東)의 경계 없는 유통(無界零售)을 구현하는 ‘7프레쉬’, 텐센트의 스마트유통(智慧零售)을 실현하는 차오지우중(超级物种, Super species) 등 여러 회사가 신유통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소비자 간 거래(C2C) 중심의 중개 플랫폼에 집중하는 반면 징둥은 물류 시스템에 중점을 둔다.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온·오프라인 및 물류의 결합으로 한계에 다다른 기존 유통시장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을 주도하는 알리바바, 텐센트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 및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마트 및 소매업체와 손잡고 신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쌓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생태계의 중심이 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산업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고, 소비자는 다소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이 실험에 기꺼이 참여하고 즐기는 모양새다.
 
중국 직장인들이 퇴근하면서 주문한 신선식품을 30분 안에 배송받거나, 점원 없는 매장이나 식당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밥을 먹는 것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디지털로 무장한 신선식품 전문 매장이 빠르게 퍼지고, 농촌 편의점이 스마트해지고 있다. 요식업, 인테리어, 패션, 제약 등 분야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에게 디지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의 숫자로 산업 부흥을 이끌었던 중국이 이젠 스마트 기술 국가로 커가고 있다. 신유통은 이를 상징한다.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은 2013년 “유통은 결국 죽을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유통을 삼킬 것”이라며 일찌감치 변화를 예견했다. 그의 말은 중국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파괴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주창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실사판이 대륙에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변화는 세계의 변화와 맞닿는다. 이 시류를 무시하면 한국은 갈라파고스와 다를 바 없다. 마윈의 신유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조상래
스타트업 미디어이자 중화권 네트워크 플랫폼인 <플래텀>의 발행인 겸 대표이사. 중국의 ICT 분야를 연구하면서 중국 유니콘 기업의 전략, 중국 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저서로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이 있다.

  
조상래 플래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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