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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에서 온 대구고, 폭염 뚫고 우승 트로피 품다

중앙일보 2018.08.14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대구고가 2003년 이후 15년 만에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고 선수들이 우승 확정 후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물을 뿌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구고가 2003년 이후 15년 만에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고 선수들이 우승 확정 후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물을 뿌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프리카’에서 온 대구고가 ‘서프리카’의 폭염을 이겨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구고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2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에서 경기고를 10-2로 꺾었다. 이로써 대구고는 2003년 대통령배 첫 우승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번번이 우승 목전에서 물러났던 준우승 징크스도 깨끗이 날려 버렸다. 대구고는 주말리그 전·후반기에 대구 라이벌 경북고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결승전서 경기고 10-2로 꺾어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정상
3학년 투수 김주섭 5이닝 2실점
8도루 서상호 최우수선수에 뽑혀

지난 5월 31일 끝난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도 대구고는 광주일고에 2-10으로 졌다. 당시 대구고 에이스인 우완 투수 김주섭(19·3학년)은 벤치에서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결승전 전날, 경기고와의 준결승에서 81개의 공을 던진 탓에 결승전에 나오지 못했다. 76개 이상 공을 던지면 나흘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대회 규정에 따른 것이다.
 
황금사자기의 아픔을 곱씹던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대통령배에선 에이스 김주섭을 아꼈다. 1회전부터 16강까지 3경기에만 김주섭을 기용했다. 김주섭은 3경기에서 11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1실점했다. 투구 수가 가장 많았던 건 지난 8일 경북고와의 16강전에서 기록한 75개였다.
 
16강전 이후 나흘동안 쉰 김주섭은 경기고와의 결승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5이닝 동안 안타 5개에 2점만을 내주고 승리 투수가 됐다. 김주섭은 시속 130㎞ 중반의 직구에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경기고 타자들을 가볍게 요리했다. 이어 나온 한연욱(3이닝)과 백현수(1이닝)가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주섭은 “결승전을 앞두고 5월 황금사자기 결승전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번에는 선발 통보를 받고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2회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경기고와 결승전에서 대구고 투수 김주섭이 투구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3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2회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경기고와 결승전에서 대구고 투수 김주섭이 투구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주섭은 올해 6승 무패에 평균자책점은 0.57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선 2승 무패로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빠른 발로 6경기에서 8도루를 기록한 서상호(19·3학년)가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대구고 타선은 결승전에서도 불을 뿜었다. 1-1로 맞선 2회 말 2사 주자 3루에서 1번 옥준우와 2번 서상호가 바뀐 투수 조경원을 상대로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3-1로 역전했다. 4회 말에는 1사 주자 1루에서 옥준우가 왼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대구고는 이번 대회 내내 그물망같이 촘촘한 내야 수비를 자랑했다. 이번 대회 실책은 단 2개뿐이었다. 결승전에서도 호수비가 빠지지 않았다. 7-2로 앞선 8회 초 1사 주자 1, 2루에서 경기고 대타 장규빈이 때린 안타성 타구를 대구고 3루수 신준우가 주저앉으면서 잡아 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신현성 경기고 감독이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완벽한 수비였다.
 
제52회 대통령배 대회 부문별 수상자

제52회 대통령배 대회 부문별 수상자

올해 대통령배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 열렸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일부 낮 경기를 취소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더위만큼 덥다는 대구에서 훈련한 대구고는 폭염에도 펄펄 날았다. 이날 오후 6시에 열린 결승전도 섭씨 33도의 더위 속에 열렸다. 그러나 대구고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대구에서 올라온 400여명의 관중도 쉬지 않고 응원했다. 손 감독은 “후덥지근한 대구에서 올라와서 서울의 더위가 크게 힘들지 않았다. 투수력, 장타력, 수비력 삼박자가 잘 맞은 전국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기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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