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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냐 호수냐 카스피해 분쟁 끝나자 "러시아가 군사적 패권 차지"

중앙일보 2018.08.13 19:16
아제르바이잔 인근 카스피해에 설치된 유정탑. [EPA=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 인근 카스피해에 설치된 유정탑. [EPA=연합뉴스]

 세계 최대 ‘내륙해'로 꼽히던 카스피해는 바다인가 호수인가. 주변 5개국 사이에 20년 이상 끌어온 분쟁이 일단락됐다. 바다나 호수가 아닌 별도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번 협상으로 러시아가 카스피해에서 압도적인 군사적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주변 5개국 영유권 이해 엇갈려 20년 이상 논쟁
별도 지위 부여해 15해리까지 영해 인정 등 합의
5개국 이외 국가 군대, 카스피해 주둔 금지 포함
FT "푸틴, 이란 연대 강화하고 군사 주도권 확보"

 러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은 1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에 관한 협약에 합의했다. 육지에 둘러싸인 카스피해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각각 500억 배럴과 8조4000억㎥로 추산된다. 최고급 ‘벨루가 캐비어(철갑상어 알)’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카스피해를 둘러싸고 주변국이 바다냐 호수냐의 논쟁을 벌인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영토 분쟁에 적용되는 국제 법규 등이 달라서였다. 바다라면 유엔(UN) 해양법 조약의 적용을 받지만, 호수라면 인접국이 동등하게 면적을 분할하게 된다.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이 영유권 분쟁에 일단 합의했다. [AP=연합뉴스]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이 영유권 분쟁에 일단 합의했다. [AP=연합뉴스]

 과거 소련과 이란은 면적을 공평하게 분할했었는데 1991년 소련 연방이 해체하면서 분란이 생겼다. 이란은 카스피해가 법적으로 호수라며, 5개국이 동등하게 권리를 배분하거나 사업을 공동 수행하자고 주장했다. 염도가 낮고 사면이 육지로 막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 등은 독립국들은 명칭에 드러나듯 카스피해가 역사적으로 바다였다며 반대했다. 낮기는 해도 염기가 있으며 강을 통해 선박이 외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5개국 정상은 해안선으로부터 15해리까지는 영해로, 그로부터 10해리까지는 배타적 조업 수역으로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교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카스피해를 기본적으로 ‘바다’로 규정하면서도 세부 조항에서 ‘특수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카스피해 대부분이 공동 이용 수역으로 관리되고, 해저 자원은 각국에 분할된다.
 
카스피해 [구글지도 캡처=연합뉴스]

카스피해 [구글지도 캡처=연합뉴스]

 그동안 카스피해에서는 해저 파이프라인 설치 문제도 갈등 요인이었다. 동쪽 연안의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나온 원유와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려면 해저 파이프라인을 놓아 서쪽 아제르바이잔까지 운반해야 했다. 하지만 천연가스 수출이 많은 러시아가 반대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파이프라인 설치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시사했다.
 
 이번 협약에는 서명국이 아닌 국가 군대의 카스피해 주둔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사실상 러시아가 카스피해에서 패권을 차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중국이 카자흐스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스피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FT는 보도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카스피해에 주둔한 해군 함대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곤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합의 이후 “카스피해의 운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만족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이나 중앙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이란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미국의 제재에 직면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유럽, 중동을 잇는 요충지에 위치한 자원의 보고 카스피해의 향배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세계의 전략 지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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