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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그들은 왜 ‘보물선’을 믿었을까...코인 투자자 8명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2018.08.13 12:10
출처: 신일그룹

출처: 신일그룹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은 거예요.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이런 것에 기댈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얼마나 불쌍해요.”
 
이른바 ‘보물선 코인’으로 불리는 신일골드코인 투자자 백모씨가 밝힌 투자 이유다. 그의 말대로 본지가 최근 만난 코인 투자자 8명은 대부분 부유하지 않은 서민들이었다. 작은 학원 원장, 목사, 소규모 자영업자 등 직업도 다양했다. 투자 사실을 남편에게 들킬까 겁내는 가정주부도 있었다. 
 
고단한 현실에서의 탈출을 갈구하는 서민의 심리를 신일그룹은 정확히 짚어냈다. 투자자들은 “코인이 상장되면 100배 이상 가치가 뛸 것”이라는 회사의 확언을 믿었고, “수익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는 말을 선의로 받아들였다. 한번 믿음을 주고 나니 “배를 끌어올리면 러시아에서 비싸게 사줄 것”, “세월호 인양에서 보듯 기술이 발전해 보물선 인양도 가능하다”는 말들도 의심스럽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왜 코인 투자를 결정했는지, 현재 심경은 어떤지 8명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봤다. 
 
▶김모씨(신문보급소 운영)  
“회사 측에서 “코인을 상장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 코인 사업 통해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관심이 갔어요. 유병기 전 신일그룹 대표(별건 구속)는 “나이가 많아서 돈에 미련 없다”고 했지 아마. 그러고는 “기술력이 부족해 못 건졌던 보물선을 이제는 건질 수 있게 됐다. 세월호도 건지지 않았느냐”고 말했어요. 깊은 곳에 빠진 배일수록 가치가 높아서 배만 건지면 배 자체나 배 안의 러시아 군인 유골 등을 러시아에 돈 받고 넘길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했어요. 
신일그룹이 김필현 부회장과 정부 인사가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걸 보고는 정부 인사와 사진을 찍을 만큼 대범한 사기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간이 커도 무지하게 크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못한다고 봤어. 신일그룹은 처음에 코인을 100개씩 무료로 나눠줬고, 이후 개당 30원~100원씩에 판매했어요. 상장되면 개당 1만원까지 간다고 했지. 신규 회원을 모아오면 공짜로 주던 코인이 1인당 100개에서 50개, 12개, 10개로 계속 줄어들었을 때 의심을 해야 했는데….” 
톱/보물선

톱/보물선

 
▶이모씨(가정주부)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예요? 아이고, 아기 아빠가 알면 큰일 나요. 그것(코인) 때문에 왔다고 하면 난리 나. 난 일단 환불 요청했어요. 주면 다행인데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게 언론에 계속 나올 일이 아니에요. 회사에서는 코인 다시 돌려준다고 하잖아요.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왜 언론이 난리냐고요.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믿어야죠. 나도 일단 좋게 풀리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어요.”
 
▶정모씨(수학학원 원장)
“대기업에 다니던 선배가 투자를 권유해서 200만원 정도 투자했어요. 선배는 투자를 꽤 한 것 같더라고. 선배가 “돈스코이호에 보물이 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만약 배를 건져서 보물이 나오기만 하면 괜찮지 않겠냐”고 했죠. 환불 신청을 했는데 실제로 환불을 해줄지 모르겠어요. 그 많은 투자금을 환불해주면 회사 자체가 망해버릴 텐데.”  
 
▶양모씨(자영업자)  
“입이 쓰지만, 회사를 믿고 기다릴 수밖에. 코인이 상장되기만 바라고 있어요. 사실 보물선은 허황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소액 투자해서 금덩어리를 받길 바라면 말도 안 되는 거지. 그렇지만 코인은 다른 거잖아. 이게 주식으로 따지면 공모주를 산 건데, 이제 좀 돈을 벌 수 있나 했더니만…. 어느 정도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일단 상장될 때까지는 기다려봐야죠. 그래야 단돈 얼마라도 건질 수 있으니까.”
 
▶이모씨(직업 안 밝힘)
“지인 추천으로 200만원 투자했는데 사기 당한 거지. 처음부터 아주 그럴듯하게 소개를 했어요. 보물 발견되면 정부에 절반을 환원한다고도 하고. 홍보 사진이나 동영상을 카톡으로 매일같이 보냈다고. 정부 인사랑 찍은 사진도 보내오니까 더 신뢰가 갔죠. 안 속을 수가 없었어. 지금 보니까 다 쇼였지. 그런데 정부도 지금까지 잠만 자고 있다가 여론이 시끄러워지니까 갑자기 압수수색이니 뭐니 이러는 게 한심해. ‘버스 지나가고 손 들기’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이미 도망간 도둑을 인제야 잡으려 하고 있으니 ….”
보물선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최용석 신일해양그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보물선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최용석 신일해양그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모씨(목사)
“목회자라 뭘 잘 몰라요. 누가 권유했는데 노후 준비 차원에서 조금은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일그룹은 이름이 꽤 있는 곳 아닌가요? 예전 같으면 보물선 인양이라는 게 얼토당토않았겠지만 최근엔 세월호도 건져냈고, 그런 기술이 많이 발전했잖아요.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교회 교인들에겐 비밀로 했어요. 혹시라도 교인들이 같이 투자해서 피해를 보면 문제가 복잡해지거든요.” 
 
▶김모씨(직업 안 밝힘)
“코인 시대가 올 거라고 봤기 때문에 투자한 거예요. 한국에서 기대할 만한 코인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신일이 그런 목표를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좋게 봤어요. 지금은 크게 실망했지만. 일단 관망하는 중이에요. 보물선은 꿈 같은 얘기지만 코인은 세계적인 추세잖아요. 물론 보물선이 우리 영토에 가라앉았다는 것도 엄청난 축복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코인도 좋은 기류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투자한 거고. 언론이든 정부든 거국적인 시선으로 이번 일을 봐 줬으면 좋겠어요.”
 
▶백모씨(전 동아건설 주주)
“환불해준다고 하는데 돌려주겠어요? 맘먹고 해 먹은 건데. 아주 그럴듯하게 홍보를 했어요. 보물선 인양하면서 위령제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특사도 온다고 하고, 방탄소년단이랑 조용필 불러서 공연도 한다 했고. 다 거짓말이었죠. 중요한 건 지금도 코인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정부가 못 하게 해야지. 이게 지난해 말부터 나온 얘기잖아요. 근데 인제 와서야 수사를 한다니 참,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동안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사태를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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