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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가 미국 정부의 입? 북 이슈마다 강경입장 보도

중앙일보 2018.08.13 06:00 종합 12면 지면보기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 등의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3개 법인은 지난해 4월~10월 모두 7차례에 걸쳐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ㆍ선철 3만5038t을 국내로 불법 반입했다. 
 
북한산 석탄은 물론 북한산 선철(철광석을 녹여 만든 쇳덩어리)도 러시아산으로 위장돼 국내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유엔(UN)의 대북 제재조처로 수입이 금지된 품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달 중순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밀반입 의혹을 처음 보도한 건 한국 매체가 아니었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식 기구로 세계 각국에 라디오와 인터넷 방송 등을 서비스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이었다.  
=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 소속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북한산 석탄의 국내 유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산 석탄이 작년 두차례 러시아를 거쳐 한국에서 환적됐다고 보도했다.[연합뉴스]

=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 소속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북한산 석탄의 국내 유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산 석탄이 작년 두차례 러시아를 거쳐 한국에서 환적됐다고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 보도 이후 VOA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지난 8일엔 미 하원 테러리즘비확산무역소위원장인 테드 포(공화당) 의원이 “북한산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기업이 한국기업이더라도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인터뷰를 실었다.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이 문제를 이끄는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에 클레임을 건 적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VOA는 김 대변인의 발표와는 상반되는 내용을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사화했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종전선언 및 남북철도 협력 등의 이슈에 관해서도 비슷한 보도 양상이 잇따랐다.  
 
테드 포 공화당 하원의원. [VOA 캡처]

테드 포 공화당 하원의원. [VOA 캡처]

지난 8일 VOA는 ‘한국과 중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최근 베이징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논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미 국무부가 “지금은 정전협정 보다는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논평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가 남북 철도 사업을 막고 있고”고 밝힌 데 대해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현재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일엔 미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 코리 가드너(공화)의원과 벤 카딘(민주)의원이 “개성공단 재가동은 미국 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다. 남북 민간교류도 대북 제재를 준수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하며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인터뷰를 내보냈다.
 2017년 9월 북한 선박 '을지봉' 호가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장면. 석탄은 다시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에 실려 한국 인천과 포항으로 운송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지난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 [VOA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2017년 9월 북한 선박 '을지봉' 호가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장면. 석탄은 다시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에 실려 한국 인천과 포항으로 운송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지난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 [VOA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VOA의 이같은 보도들은 미 국무부의 공식 논평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10일 관세청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본지가 미 국무부에 논평을 요청하자 국무부측은 “한국과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에 있어 신뢰할만한 파트너이자 북한 이슈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 국무부가 VOA가 보도하는 국무부 관계자 코멘트나 의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는 VOA의 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VOA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국무부 소속 국제협력국에서 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독일어 방송을 시작하며 탄생했다. 냉전 시절엔 주로 공산권 국가 국민들을 상대로 방송을 내보냈다. 냉전이 붕괴된 후 상당수 동구권 국가들에 대한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남북 관계를 반영한 듯 한국어 방송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현재 42개 외국어로 방송 및 웹사이트를 서비스 중이며 본사는 워싱턴 DC에 있다. 의회가 매년 정부 예산을 책정한다. 2016년 예산은 2억1850만 달러(2470여억원), 직원은 1050명이다.
 
이가영ㆍ손해용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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