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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석탄 대충 처리하다 국정조사 자초하는 게 아닌가

중앙일보 2018.08.13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정부는 솜방망이 대응에 그치고 있다. 지난 10일 북한에서 캔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반입됐다는 관세청 발표가 나왔다. 그러자 외교부는 운송 선박을 ‘입항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유엔 결의는 이보다 훨씬 강력하다. “결의를 어겼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있는 자국 내 모든 선박은 나포·검색·억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가뜩이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판에 이렇듯 대충 처리하니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는 이번 사건을 돈에 눈먼 개인사업자의 일탈로 몰아갔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의문투성이다. 무엇보다 사실 규명에 10개월이나 걸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미국 측에서 사진 등 구체적 정보를 건네받고도 이렇듯 미적거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짜 원산지증명서는 러시아 상공회의소 홈페이지에 식별번호와 발급날짜만 넣어도 즉각 진위를 가릴 수 있다고 한다. 또 부두 임차계약서에는 문제의 석탄이 북한산이라고 버젓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이런데도 당국은 몰랐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부실한 늑장 수사 탓에 북한산 석탄을 실어날랐던 7척이 97차례나 우리 항구를 오갔는데도 56차례는 아예 검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의혹이 극에 달한 지난 6일에는 포항 앞바다에 떠 있던 문제의 선박조차 증거가 부족하다며 그냥 보냈다.
 
외국에 파는 석탄은 김정은 정권의 핵심 자금줄이다. 지금이라도 당국은 정부 내부에서 밀반입을 봐준 것은 아닌지 낱낱이 조사해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의 반발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하게 된다. 지금은 가만있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국내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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