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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미국의소리 방송

중앙일보 2018.08.13 00:08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수정 논설위원

김수정 논설위원

“미국의 소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뉴스는 좋은 내용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진실만 전하겠습니다.”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폭격을 계기로 참전한 지 56일째인 1942년 2월 1일 미 전시정보국(OWI)은 나치 치하 독일인들을 향해 라디오 방송을 내보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시작이다. 그 후 76년. VOA는 45개 언어(방송국 2500개)로 2억3680만 시청 및 청취자들에게 라디오·TV·인터넷으로 미국의 정책을 중심에 둔 각종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VOA 한국어 서비스도 같은 해 6월 13일 시작됐다. 첫 마이크를 잡은 이는 임시정부 주미 외교위원부 위원장이던 이승만 대통령. “워싱턴에서 해내·해외에 산재한 우리 2300만 동포들에게 말합니다.(…) 저 포악무도한 왜적의 철망철사 중에 호흡을 자유로 못하는 우리 민족에게….” 격한 항일 메시지였다. 이렇게 VOA는 일제강점기, 그 이후 70년대까지 지식인들이 미래 조국의 희망을 엿보고, 세상의 소리와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창구였다. 권위주의 시절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담아내 우리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국인의 의식에서 VOA는 점점 미미해졌다.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정보와 문화를 손쉽게 얻게 되면서다. VOA도 냉전 이후 외부 정보를 차단하는 독재국가를 향해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의 가치를 들여보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연스레 한국어 서비스의 중심은 북한으로 옮겨갔다. 특히 2004년 미 의회의 북한 인권법 통과(지난달 법안 강화 후 재승인) 후 확대된 예산으로 인력 등을 보강했다. 한국어 서비스는 ‘대북방송’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한국지부 폐쇄 후 워싱턴 본부에서 3~4개월 단위로 순회 특파원을 파견하지만 핵심 뉴스 출처는 워싱턴이다.
 
VOA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우리 정부가 쉬쉬하던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의혹을 단독 보도하고 후속타를 연일 내놓으면서다. 특히 한국 정부의 소극적 자세, 대북제재 완화 기류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비판적 입장을 콕콕 짚어 내놓고 있다. 미 정부가 VOA를 통해 불편함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VOA에서 오래 일한 지인의 얘기다. “미 행정부가 일부러 뉴스룸에 이런 내용을 써 달라고 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워싱턴 기류를 취재한 결과물일 뿐이다.” VOA 한국어 서비스의 사명은 ‘워싱턴의 입장을 북한에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경위야 어쨌든 요즘은 ‘워싱턴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것’으로 바뀐 것 같다.
 
김수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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