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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소규모 분산 생산해야 안정적 전력 공급 가능하다

중앙일보 2018.08.13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몇 주째 전국에 폭염 경보가 내리고 있고, 기상관측 111년 만에 가장 더운 여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냉방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7월 24일 9248만㎾, 역대 최고의 전력 수요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8월 둘째, 셋째 주의 전력수요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올해 전력수급은 무난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이는 9·15 정전 이후 전력위기 대응체계가 개선됐고, 아직 사용되지 않은 수요반응 즉, 전력수급 비상시를 대비해 수요감축을 계약한 사업장의 절감 잠재량이 400만㎾에 이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그 무엇보다 높은 가치를 가진다. 이는 대규모 정전, 블랙아웃의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미국 북동부 7개 주에 걸친 수 백만명이 수 주 동안이나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다. 더욱이, 2011년 일본에서는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0여년간 안정하다고 믿어 왔던 중앙집중식 전력공급 방식이 자연재해 같은 외부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소규모 분산전원에 기반을 두는 지역 단위의 마이크로 그리드 시스템이 자연재해 등에 강하고 정전 발생 이후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허리케인 샌디에서 입증했다. 이러한 자연재해 경험으로 전력시스템이 정상 상황으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석탄·LNG 등과 같은 대규모 발전설비와 초고압 송전설비가 일정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중앙집중형 전력설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대규모 비용과 밀양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또 초자연적인 재해가 있을 경우, 현재와 같은 중앙집중식의 시스템 회복력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100만㎾의 화력 발전설비를 확보하기 위해서 1조~3조원 이상의 막대한 건설 자금이 필요하다.
 
효율 향상 기술 개발을 통해 전력수요를 원초적으로 줄이거나, 에너지인터넷 기술, 망 지능화 연구와 투자를 통한 전력수요의 지능적 제어, 사전 계약을 통한 수요감축 등을 해야 할 필요성은 명확하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와 많은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의 순위를 설명하고 있다. 첫째 에너지효율, 둘째 수요반응을 통한 피크 절감, 셋째 재생에너지 확충, 넷째 분산형 청정 화력설비 등의 순서다. 즉, 공급자원보다는 수요자원이, 대규모 전력설비보다는 분산형 공급설비 확충이 우선된다. 한국은 이와는 정반대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일견 씁쓸하다. 수요 감축과 분산 정책에 우선을 두는 전력시스템의 구현에 우리 모두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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