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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적 숨기려 바다 빙빙 돌다 입항 … 북한의 제재 회피 꼼수

중앙일보 2018.08.13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반입한 사실이 적발돼 입항금지된 선박들. 스카이엔절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리치글로리호, 샤이닝리치호, 진룽호. 외교부는 이들 선박이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산 석탄의 운송에 이용됐다고 12일 밝혔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반입한 사실이 적발돼 입항금지된 선박들. 스카이엔절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리치글로리호, 샤이닝리치호, 진룽호. 외교부는 이들 선박이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산 석탄의 운송에 이용됐다고 12일 밝혔다. [뉴시스]

대북제재가 촘촘해지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 꼼수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한 해 10억5000만 달러(2015년 기준)의 수익을 안겨주던 석탄 수출이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로 전면 차단된 뒤 북한도 다양한 제재 회피 수법을 개발 중이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올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분석한 북한의 석탄팔이 수법이다.
 
◆행적 숨기기=청홍호는 지난해 6월 16일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적재했다. 이튿날 S자 모양으로 복잡한 항로를 그리며 종일 해상을 배회한 청홍호는 6월 18일 중국 산둥성의 펑라이항에 정박한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청홍호는 펑라이항을 거치지 않고 베트남 캄파항에서 북한산 의심 석탄을 풀었다. 진짜 행적을 숨기기 위해 해상을 빙빙 돌았다. 후아푸호도 지난해 9월 북한 나진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원산지를 러시아 나홋카로 속여 베트남에 팔려 했다. 하지만 후아푸호는 해상을 배회했을 뿐 나홋카항 등 러시아의 어떤 항구도 들르지 않은 사실이 들통나 베트남이 석탄 하역을 거부했다. 그러자 후아푸호는 싣고 있던 석탄을 중국에 팔려 했다.
 
◆신분 바꿔치기=바다 한가운데서 배 이름이나 호출부호(call sign), 기국(flag state)을 느닷없이 바꿔 신고하는 ‘신분 바꿔치기’ 역시 북한이 애용하는 수법이다. 신광하이호는 지난해 8월 북한 송림항에서 석탄을 싣고 베트남 하이퐁항으로 향하던 도중 국제해사기구(IMO)의 식별번호와 이름을 변경했다. IMO 번호는 배에는 주민등록번호나 마찬가지인 고유번호다. 이스트 글로리 7호는 지난해 8월 남포항에서 싣고 온 석탄을 중국 광저우항에 풀기 전에 배의 등급을 ‘화물’에서 ‘낚시’로 바꿔 신고했다. 북한산 석탄 밀매에 연루돼 현재 군산항에 억류 중인 탤런트 에이스호(구 신성하이호)는 배의 길이를 자주 바꿔 신고했다. 이 경우 위성사진을 구해 육안으로 대조하지 않는 이상 과거 문제가 있는 선박이었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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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선박 이용=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수법이다. 관세청 조사 결과 이번 북한 석탄 밀매에 연루된 선박 14척 중 10척이 북한이 아닌 제3국 선박(토고·파나마·시에라리온·키리바시·벨리즈·피지 등)이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러시아의 홈스크항을 집중 이용했다. 그런데 여기는 지난해 8월 안보리 결의 이전에는 거의 이용되지 않았던 항로다. 이곳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바꾸는 둔갑술의 본거지였다.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나온 배가 홈스크항에 정박하며 석탄을 내리면 직후 제3국 선박이 같은 터미널에 정박해 석탄을 싣는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서류에도 석탄 원산지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위조됐다. 이번에 관세청이 적발한 7건 모두 역시 러시아 항구를 거치면서 원산지가 바뀌었다.
 
◆위치신호 끄기=북한산 석탄을 빼돌릴 때 선박들은 항상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껐다. 이번에 관세청에서 적발한 지쿤7호는 지난해 4월 9일 대한해협 부근에서 AIS 신호가 끊겼다가 닷새 뒤인 4월 14일 러시아 나홋카항 근처에서 AIS를 다시 가동했다고 전문가 패널은 지적했다. AIS가 꺼졌던 4월 12일 지쿤7호가 북한 원산항에서 석탄을 선적하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찍혔다. 페트럴 7호는 지난해 7월 20일 중국 다롄항 인근에서 AIS가 꺼졌고, 일주일 뒤인 7월 27일 서해상에서 다시 신호가 포착됐다. 그 사이 흘수(Draft·배의 바닥에서 수선까지 수직 깊이)는 4에서 6.9로 달라졌다. 전문가 패널은 페트럴 7호가 북한 태안항에서 석탄을 싣고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유지혜·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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