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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천재소년' 송유근, UST 박사학위 못따고 군 입대한다

중앙일보 2018.08.13 00:02 종합 18면 지면보기
과학영재 한 명도 못 품는 한국 교육시스템
 
송유근(당시 만11세)군이 2009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최연소 입학할 때 모습. [중앙포토]

송유근(당시 만11세)군이 2009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최연소 입학할 때 모습. [중앙포토]

과학영재 한 명도 제대로 품어 키우지 못하는 한국식 교육 시스템의 문제일까. 8살에 대학에 입학한 아이큐 187의 ‘천재소년’으로 유명했던 송유근(21)씨가 결국 박사 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게 됐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6월 졸업을 위한 박사 학위 논문 최종 심사에서 불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송 씨는 2009년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에 입학했는데, 졸업 연한인 8년 안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못해 결국 2018년 전기 학위가 끝나는 이달 말로 졸업이 아닌 ‘수료’로 남게 됐다. 송씨는 오는 12월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면 군 복무를 마친 후 다시 다른 대학의 학위 과정에 입학해야 한다.
 
US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천문연 등 전국 32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소가 참여하는 국가연구소 대학원이다. 전교생 1500여 명 전원이 연구원 겸 학생 신분으로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32개 출연연 캠퍼스가 모두 강의실이면서 연구실이다. 굳이 따지자면 개별 출연연은 ‘단과대학원’에 해당한다
 
UST 관계자는 “송 씨가 블랙홀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 발표에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것을 갖추지 못해 심사에서 불합격 처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씨 측은 학교의 이 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씨의 부친 송수진 씨는 “2015년 논문 표절 논란 이후 지도교수도 없이 블랙홀에 대해 연구를 계속해서 지난해 6월 영국의 천체물리학 저널 APJ에 논문을 실었다”며 “일본·대만 등 외국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저명한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는데도 불구하고 불합격 처리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UST 측은 “SCI급 논문 한 편 게재가 졸업을 위한 자격요건은 맞지만, 졸업을 위한 학위논문은 이와는 별개”라며 “천문연 박사 세 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송씨의 논문이 졸업을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여섯 살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대학 수준의 미적분 문제를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이후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8살에 인하대 자연과학계열에 입학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들어간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 독학사로 전자계산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9년 UST 천문우주과학전공 석·박사통합과정에 진학해 최근까지 공부해왔다. 2015년에는 영국의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블랙홀 관련 논문이 표절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듬해 11월 논문이 공식 철회되는 위기를 겪었다. 송 씨는 당시“딱히 아쉬움은 없다. 한 달 후에 새 논문을 발표할 테니 졸업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송 씨는 이후 지도교수 없이 UST 박사과정 학생 신분으로 일본과 대만 천체물리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대만의 관련 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해왔다.
 
송 씨의 가족 측은 “유근이는 여전히 일본에서 공동연구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외국에서는 가능성을 인정을 받고 있다”며 “박사학위에 연연하지 않고 천체 물리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영재 교육 시스템이 없는 한국 교육 현장과 함께 주위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어린 시절 영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현철 KAIST 영재교육원 부원장은 “유근이는 뛰어나긴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의 주목과 지나친 기대를 받은 것이 독이 된 것 같다”며 “지금 새로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은 나이니, 대학이나 대학원에 들어가 천천히 공부해도 얼마든지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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