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재미 안무가 주재만 “꿈과 현실 사이에 갇힌 우리들의 몸뚱이”

중앙일보 2018.08.13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신작 ‘인터메조’를 올리는 재미 안무가 주재만씨는 ’한국 무용수들에게는 깊은 미가 있다. 세계 무용계에서 점점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신작 ‘인터메조’를 올리는 재미 안무가 주재만씨는 ’한국 무용수들에게는 깊은 미가 있다. 세계 무용계에서 점점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는 17, 18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한국 무용계를 대표하는 남성 안무가와 와이즈발레단이 함께 준비한 ‘플레이(PLAY)’ 공연이 열린다. 와이즈발레단이 기획한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W시리즈’의 하나로, 이번 무대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과 더불어 재미 안무가 주재만(46)씨가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국내 무용단이 그의 안무작을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이번 무대에서 신작 ‘인터메조(Intermezzo)’를 선보인다”며 “지난달 26일부터 연습 중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며 도전하는 과정이 즐겁다. 와이즈발레단과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 한국 무용계에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었다. 현대무용 전공으로 단국대 무용과 재학 당시 동아무용콩쿠르(1995)에서 수상했고, 1996년 3월 프랑스 바뇰레 안무가 페스티벌에서 ‘무용가상’을 받으며 춤 실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해 6월 도미, 줄곧 뉴욕에서 활동했다. 현재 컴플렉션스 컨템포러리 발레단에서 부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2007년부터 안무를 시작한 그는 2009년 미국 그레이스재단이 주는 ‘안무가상’을 받으며 안무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도미한 이후 22년 동안 단 네 차례밖에 방한하지 않았을 정도로 국내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어린 마음에 ‘성공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한국 가면 뭐하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가 무용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였다. 처음엔 발레를 배웠지만 고3 때 학원에서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수업을 받은 뒤 현대무용으로 전공을 정했다.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선생님의 자유로운 춤 스타일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나도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술에 대한 문이 열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발레니 현대무용이니 하는 무용의 장르 구분도 경계한다. 그는 “무용계가 대학 중심인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춤의 장르를 ‘칼’처럼 나눈다”며 “장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다른 춤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안무작을 보고 ‘현대발레는 이렇구나’라고 하지 말고 ‘주재만 춤이 이렇구나’라고 생각해달라는 당부다. 그가 뉴욕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선 ‘저 사람 옛날에 뭐했어?’‘어디에서 왔어?’‘누구한테 배웠어?’ 가 중요하다. 그런 벽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인터메조’는 ‘간주곡’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중간에 낀 상태’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현실의 힘든 상황을 뚫고 나갈 용기가 없어 자기 존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 자기 자신을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환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꿈도 못 꾸고 현실에도 못 있는 중간 상태 ‘인터메조’를 춤으로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시적이고 그림 같은 춤, 감정이 들어간 몸짓을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도 이번 신작에서 드러낸다. 그는 “춤은 몸으로 하는 대화, 휴먼드라마다. 춤은 체조나 서커스와는 다르다. 기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춤에는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며 “춤뿐 아니라 무대·조명·음악 등의 여러 예술이 어우러진 종합선물로 관객들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